홍익표 "시정연설은 실망, 야당 의견 청취는 감사·존중"

野 상임위원장들, 尹 면전에서 홍범도·후쿠시마·이태원 참사 언급하며 비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고 한계가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대통령께서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국회의 의견, 야당과 상임위원장의 의견을 적극 청취했다는 점에선 충분히 감사드리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해선 비판하면서도 야당과 소통하려는 태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사전 차담회, 상임위원장 간담회와 이어진 오찬 간담회까지 대략 2시간 30분가량을 국회에서 일정을 보내셨다"며 "'앞으로 국정 운영이나 입안 과정에서 잘 반영하겠다', '민생 관련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제가 여러 차례 강조한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국정기조 전환의 출발점,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시정연설 내용과 관련해선 "불필요하게 이념 전쟁이나 야당을 자극하는 문구가 있지는 않아 다른 때보단 좀 낫다고 평가한다"면서도 "미래를 대비한 예산이 없다.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고 청년 일자리를 비롯한 청년 예산이 대폭 줄었다는 것, 기후위기 및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비 예산이 담겨있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민께서 높은 물가, 금리, 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데, 서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하셨지만, 그런 것을 인정하면서도 국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서 서민과 취약계층, 무너지는 중산층의 버팀목으로서 역할, 재정의 적극 역할에 대해 분명히 밝히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는 것, 서민과 민생 대책이 분명히 담겨있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바로잡아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사전 차담회에서 나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발언도 전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는 '민생이 너무 어렵다.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정미 대표는 '국회를 존중해달라. 이태원‧오송 참사 등에 대해 대통령이 의지를 가져달라는 주문을 했다"며 "그 말씀을 듣고 윤 대통령께서도 '잘 듣고 노력해보겠다'고 원론적 답변만 하셨다"고 했다.

그는 "현재로선 뚜렷하게 야당, 특히 이정미 대표의 구체적 내용을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다만 대통령께서 들은 얘기에 대해 고민은 하실 것 같고, 실제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저도 모두발언에서 '거부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여러 차례 전달했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는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좋은 이야기 들었다'면서 '잘 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지만 원론적인 말씀"이라며 "야당 처리 법안에 거부권을 안 쓰겠다고 단정적으로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야당과 국민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협치하실 것인지, 아니면 다시 대결과 정쟁으로 가실 것인지 노란봉투법 처리 과정에서 보고 (향후 대응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홍 원내대표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도 윤 대통령에게 각 상임위 의제와 관련해 쓴소리를 던졌다.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이념 전쟁 그만하겠다고 한 것은 좋은데 국방부와 육국사관학교가 계속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보훈부와 국방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통령께서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행정안전위원장인 김교흥 의원은 "대통령께 간곡하게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손을 한 번 잡아주시면 그 분들 가슴이 봄눈 녹듯이 녹을 것"이라며 "참사가 났을 때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서울 치안의 최고 책임자인 서울경찰청장이 또 유임됐다"고 이태원 참사 대응에 대한 지적을 했다.

국토교통위원장인 김민기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대통령께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입장을 밝혀 논란을 해소해 주시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촉구했고,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을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소병훈 의원은 윤 대통령의 양곡법 거부권 행사에 다시 유감을 표하고,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방사능 유출에 대한 위험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미래 방사능 영향에 주목해주기 바라고, 향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을 해수부가 맡아서 국민과 소통하고 정부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조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 싱임위원장들이 31일 오전 국회 접견실에서 간담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

"로텐더홀 시위는 윤재옥도 사전에 양해…신사협정 위반 아냐"

홍 원내대표는 한편 민주당이 윤 대통령 시정연설 직전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손피켓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 '신사협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신사협정) 논의가 있던 당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회의장 밖 로텐더홀 같은 데에서는 언제든 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다"며 "윤재옥 원내대표도 '당연하다'고 양해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로서는 대통령이 일 년에 한번 오는 자리이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든 우리 의사를 전달해야겠다는 다수 의견이 어제 있었다"며 "어떻게 할지는 원내대표한테 위임했고, 오늘 아침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서 밤새 고민한 방안을 말씀드리고 우리 의견을 전달하되 기존 여야가 어느 정도 협의한 신사협정의 틀을 넘어서지 않는 한도 내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피켓 시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원들께서 다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본회의장에서 인내심을 발휘하며 우리 의원님들이 여야 원내대표가 맺은 협정을 준수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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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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