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총선서 안동에 출마하라

[복지국가SOCIETY] 안동역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강서구 구청장 재보궐 선거가 마무리되었지만,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양하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강서구 구민들이 승리한 것은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패배라는 것도 확실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승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다

민주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민주당의 승리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거 전(前)에도 선거가 끝난 지금도, 민주당 지지도는 진교훈 후보의 득표율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의 방법과 조사 대상의 차이는 약간 있지만, 대체적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도는 여전히 비슷하거나 오차범위 이내에 있다.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를 자신의 승리로 생각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를 경계해야 하고, 떨어지는 낙엽도 철모 쓰고 맞는다는 제대 말년 병장의 몸조심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결과에서 유추할 수 있는 확실한 것은, 민주당이 앞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한 번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뿐이다.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또 강서구 보궐선거 이겼다고 해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정권을 내어주어서 죽지 않아도 될 159명이 이태원에서 희생되었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해서 대낮에 청주의 지하차도에서 수십 명이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수장(水葬)을 당했다고 원망하는 국민들도 보듬어야 한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아서 여전히 집값은 오르고,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표를 준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문제 원인을 윤석열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국민들의 상처가 너무 크고, 피해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듯이, 민주당이 잘못해서 정권을 내주었고, 그 때문에 국민들이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여론을 불식시킬 구체적인 전략 없이, 내년 총선을 치르기는 힘들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해 온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다가는 내년 총선은 물론, 이어지는 대선에서의 답도 정해져 있다. 참패(慘敗)하거나 잘해야 석패(惜敗)가 될 것이라고 본다면 너무 심한 말일까?

냉철한 공천과 치밀한 선거 전략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보살피고, 경제를 살기기 위한 각종 법안과 정책을 배치하는 등 총선을 넘어, '26년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27년 대통령선거를 관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에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

윤석열 정부의 사상 최악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민주당 지지율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는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정치적 의도로 무리하게 발급된 구속영장이 마침내 기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 호감도는 그리 좋아지지 않고 있다.

9.19 군사 합의의 일방적 파기를 언급하는 등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으로 앞으로 러시아와 할 수 있는 통상과 협력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도는 반등의 조짐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내심 기대하던 반사이익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으로 반사이득을 얻을 거라는 기대는 깨끗이 버려야 한다.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고 전략을 짜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가 앞으로도 계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로 정신을 차리지는 않는다고 해도, 위기감을 느낀 수도권의 의원들은 이번 선거 패배를 기회로 삼아 당내 투쟁을 할 것이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를 사퇴시켰듯이, 이준석과 유승민도 끌어안고 수도권에 청년 인재를 대거 공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집권 여당이 자살골을 더 넣을 바보들도 아니다. ‘용와대’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바뀌지 않으려고 해도, 내년 선거의 위기감이 그동안 입 닫고 눈치 보고 있던 보수 세력들의 목소리들을 현실 공간으로 불러낼 것이다.

이미 하태경 의원이 해운대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적어도 변신에 관한 한 국민의힘은 대학생이고 민주당은 초딩 수준이다. 황교안이 이끌었던 태극기부대를 대선을 앞두고 오세훈, 이준석, 윤석열의 당으로 바꿨듯이, 국민의힘은 생존의 위기에 처하면 다시 신비한 변신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 중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가 안동에서 출마하라

무엇을 해야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민주당은 남은 6개월 동안 무엇을 해야할까?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혁신이다. 당 대표부터 의원들까지 '기득권 내려놓기 대회'를 해야 한다. 험지로, 험지로 내려가는 대열이 민주당에서 자발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반성도 없고, 혁신도 없는 지도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고, 이길 수도 없다.

혁신(革新)은 못해도 최소한 변신(變身)은 해야 한다. 바꾸는 척이라도 해야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비록 적은 표의 차이였지만, 국민의힘이 이긴 것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한 오세훈의 재활용, 30대 청년 당수 이준석의 기용, 그리고 적군이었던 윤석열의 발탁, 경쟁 후보 안철수 포섭 등 '변신의 승리'였다.

혁신의 핵심은 혁신공천이다. 민주당도 역대 최대 규모로 혁신공천을 해야 한다. 다선의원들의 험지 공천, 정책 전문가들을 발탁하는 유능 공천, 열성 당원들의 요구가 아닌 여론조사에 따른 과학공천, 정치 공천이 아닌 민생공천, 이런 것들이 공천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도 놀라고 힘들 만큼, 물갈이 규모를 키워야 한다.

임명직 최고위원 등의 주요 당직자를 현 지도부에 비판적인 의원들로 교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다고 당권이 비명에 넘어가진 않는다. 이미 이재명을 중심으로 하는 구심점은 확보되었다. 지금 누가 이재명을 대신한단 말인가? 그리고 '독주(獨走)는 독약(毒藥)'이라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민주당이라고 이기는 방법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손에 쥔 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재명 당대표가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출마하는, 그래서 TK의 온상인 대구·경북에서 출마하여 선거판을 뒤흔들어 놓는 '안동역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자. 김부겸 전 총리에게 또 외로운 싸움을 위해 대구에서 출마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중진 의원들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대구와 경북에서 동시 출마하는 과감한 동진(東進) 전략을 발표해 보자. 지도부와 중진들이 먼저 나선다면 전략 공천에도 반발이 없을 것이고, 당내 경선도 치열하게 진행되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들이 선출될 수 있을 것이다.

험지에 출마하는 이들에게는 가산점을 주자

PK 지역의 경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이반(離反)된 민심이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아닌 후보를 찍고 싶다고 하는데, 정작 민주당에는 찍을 만한 인물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적어도 지역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을 정도의 후보는 내보내야 하는데, 당선이 불확실한 곳이라 여전히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다.

내년 선거에서는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다음 선거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총선에서 떨어지면 몇 년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대선이 다가오면 갑자기 내려와서 표를 모아 달라고 요청하고, 그 다음 총선에서는 당사자가 알아서 하라는 소모적인 방식으로는 좋은 후보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에는 국민의힘에 빼앗긴 시·도지사 자리를 찾아올 후보군이 없다. ‘26년 지방선거는 ’27년 대선의 전초전이다. 국민의힘 시·도지사, 국민의힘 시장과 군수를 그대로 두고 다시 대선을 치를 것인가? 험지 출마가 지선 시도지사 후보군을 키우는 대선 전략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험지로 나가는 다선의원에게 2026년 지방선거의 시도지사 공천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 험지에서 출마하여 일정 정도 이상의 득표를 하는 후보에게는 다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에서 획기적인 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을 당무위원회에서 의결한다면,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도전하는 이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장관 출신도 있을 것이고, 연고는 있지만 수도권에 안정적인 지역구를 가진 다선 의원들이 자진해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총선전략이 아니라 집권전략이 필요하다

중도층이라고 불리는 국민들은 국민의힘도 싫지만, 민주당의 뻔뻔스러움에도 이를 간다. 돈 봉투, 성 범죄, 정책 실패, '내로남불'의 과거를 진솔하게 반성하는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쇼라고 폄하되어도 좋으니 무릎 꿇고, 과거와 절연하겠다는 다짐 대회라도 해야 한다.

말로 그치는 반성은 역효과만 초래한다. 이제는 국민들도 믿지 않는다. 관계자 처벌, 즉 자진해서 떠나게 하고, 과감하게 공천에서 제외해야 한다. 행동이 따르는 반성, 이것이 승리의 제1의 조건이다.

코로나 방역도 성공하고, 남북관계 개선도 이루어내는 등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왜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들이 민주당을 심판했을까?

국민들이 심판 투표를 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집값도 잡고, 매일 매일 이어지는 나의 삶도 개선해주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만들어 주고, 노인 부양 부담도 줄여주는 등 촛불혁명의 요구를 받아 안고 좀 더 잘해 주기를 바랐는데, 그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몸으로 느껴지는 반성,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변신을 하자. 반성도 공천으로 증명할 수 있다. 꼬일 대로 꼬인 외교를 풀 수 있는 인재, 파탄난 경제를 살리고 피폐해진 민생을 구할 수 있는 유능한 정책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공천해야 한다. 민주당이 싸우기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일도 하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중도가 돌아오고 무당층이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싸우는 민주당에서 '일하는 민주당'으로 변신해야 한다. 수권능력이 있는 정당,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줄지어 있고, 언제라도 집권하면 바로 정책들을 실행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권력투쟁이 아닌 민생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내부적으로는 공천 혁명을 추진하면서, 외부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노동·복지 실패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적들과도 대화와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화 이후의 전국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당이 야당일 때 확실하게 승리를 거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혁신과 변혁이 없다면, 다음 선거결과가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이 쉽지 않다. 내년 4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으면 나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집권 여당을 도와주면 강경파가 반대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걱정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질 것을 염려하는 기우(杞憂)다. 남은 국회의원 회기 중이라도 적극적으로 챙기려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쌈박질에 진절머리난 중도층,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에 기권했던 유권자들이, 정치를 복원하려는 민주당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의 숭리의 기준은 과반을 넘기는 것도 아니고, 지금보다 좀 더 의석수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개헌선을 확보하는 것도 아니다.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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