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너는 행복하니?

[함께 사는 길] 동물은 외교의 수단이 아니다

올해 국내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동물이 있다. 바로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다. 푸바오는 지난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을 도모한다는 의미에서 한국에 '임대'한 여성 판다 '아이바오'와 남성 판다 '러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판다다. 푸바오는 2020년 7월에 태어났다. 지난 7월에는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쌍둥이 판다가 또 태어났다. 새로운 아기 판다들 탄생 소식에 푸바오 가족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푸바오의 인기가 계속되는 요인에는 언론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작용이 크다. 푸바오의 일거수일투족이 끊임없이 공유되며 판다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푸바오 가족을 보기 위해 동물원을 찾는 사람이 대폭 늘었는데, 이를 두고 '판다 유행'이 동물원 소비를 장려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판다 외교와 관련해서 동물을 외교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전 국민이 앓고 있는 푸바오 열풍 속에 이러한 지적과 비판의 목소리는 동물의 권리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푸바오 가족의 일상보다 착취의 대상이 되는 전시 동물의 현실에 대해 더욱 귀 기울이고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 10월 12일 오전 경기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판다랜드에서 국내 첫 쌍둥이 아기 판다 '루이바오'(왼쪽)와 '후이바오'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은 외교의 수단이 아니다

중국의 판다 외교는 194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일전쟁이 벌어지던 당시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이 중국을 지원한 감사의 표시로 미국에 판다 한 쌍을 '선물'했고, 중국은 이를 시작으로 북한과 러시아, 영국, 독일 등의 나라에 판다를 보내며 동물 외교를 펼쳤다. '판다 외교(Panda diplomacy)'란 말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1972년이다. 미국과 중국의 냉전을 깨트린 계기가 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중국은 이를 기념하여 판다 2명을 미국에 '선물'했다. 당시 선물한 판다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판다 외교'라는 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에 중국은 아무런 대가 없이 판다를 선물하여 국가 간 친선 외교를 벌여왔다. 그러나 198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보존하고자 체결된 워싱턴 협약에 따라 희귀 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중국은 돈을 받고 장기 임대해주는 형식으로 판다 외교를 이어오고 있다. 판다를 선물 받은 나라는 번식 연구기금을 명목으로 연간 100만 달러를 중국에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개체당 임대 기간은 10년 이상이며 새끼 판다가 태어나면 최소 20만 달러 이상을 중국에 내야하고, 임대 중인 판다가 사망하면 보상해야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판다는 현재 '멸종 취약종'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불법 포획, 기후위기 등으로 판다의 개체 수가 크게 줄어 한때는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됐었다. 판다 외교와는 무관하게 1990년대 중국이 판다 보전을 위해 서식지 벌목 금지와 판다 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야생 개체 수가 증가했고, 2016년 판다의 멸종등급이 '취약'으로 하향 변경됐다. 현재 약 1800명 정도의 판다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물원에 사는 판다를 제외하고 대부분 중국 쓰촨성에 서식하고 있으며, 전 세계 모든 판다는 중국이 소유하고 있다.

중국의 판다 외교로 현재 한국을 포함한 21개국 동물원에 70여 명의 판다가 '대여'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임대 기간이 끝나면 판다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며,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들도 성 성숙이 일어나는 만 4살이 되면 종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푸바오도 만 4세가 되는 내년에 중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판다는 가족, 동료들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나 '선물'된 판다는 인간의 의지에 따라 가족과 강제 이별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판다 외교가 국가 간의 '판다 보존에 관한 연구 협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의 의미일 뿐 판다의 이미지를 이용해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대가를 거둬들이는 것은 결국 동물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판다 말고도 수백 종이 넘는다. 기후생태위기로 인해 생태계 붕괴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종 보전을 명목으로 판다에게 갇힌 삶을 강요하고,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인가? 이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며 종 차별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진정으로 동물을 보전하고 생물 다양성 감소를 막고자 한다면 공간이 극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동물원에 가두어 기를 것이 아니라, 동물의 생태적, 행동적 습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자연상태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보전해야 한다. 동시에 야생 동물의 원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또한 절실하다.

▲ 한 동물원 철장 안에 갇힌 전시동물이 무력하게 누워 있다. ⓒ함께사는길

▲ 대구의 한 실내 동물원에 갇혀 있는 백사자. ⓒ장희지

전시 동물들의 동물원 탈출과 비극

푸바오 가족이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사이, 다른 동물원에서는 비극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대구 달성공원 사육장에서 탈출한 침팬지 '루디'가 마취총을 맞고 생포되었으나 회복 중 기도가 막혀 사망했다. 그로부터 불과 나흘 뒤인 14일에는 경북 고령군의 한 민간 목장에서 탈출한 여성 사자 '사순이'가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생포조차 시도되지 않고 죽임을 당했다. 사육장에서 4~5m 떨어진 인근 숲에 앉아있던 채로 발견된 사순이. 20년 넘게 자신을 가둔 비좁은 감옥에서 벗어난 사순이는 과연 편안하고 자유로웠을까. 철창 밖의 낯선 세상이 두렵지는 않았을까.

2018년에도 대전의 한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인간이 쏜 총에 맞고 사살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경북 구미 승마장에서 탈출한 말 1명이 도로를 배회하다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고,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얼룩말 '세로'는 탈출 후 생포되어 다시 동물원에 감금됐다. 동물원 동물들의 탈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동물원이 동물의 안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학대적인 환경에 그들을 가두어 전시,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은 동물들에게 '감옥'이자 '무덤'과도 같은 곳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각기 다양한 생태 환경에서 살아온 동물들을 한데 모아 가두고, 더 많은 동물을 전시하기 위해 최소한의 공간만을 조성한다. 비좁은 사육장에서 동물의 본능적인 욕구와 행동적 특성을 채워주기는커녕 되려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먹이 주기', '만지기'와 같은 체험을 진행한다. 자신의 욕구와 행동이 극도로 제한되는 공간에서 동물들은 특정한 행동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정형 행동을 보이고,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등으로 대부분 자연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하기 일쑤다.

감옥에서 죄수들이 탈출을 감행하듯, 자신을 감금하는 공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자유에 대한 갈망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의 본능이다. 그러나 죄 없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죽어야만 감옥을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을 비롯한 그 어떤 동물도 폐쇄적인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오로지 인간의 유희를 위해 동물을 착취, 학대하는 동물원이 사라지지 않는 한,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탈출과 죽음은 언제든 반복될 것임이 분명하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사망하고 학대당하는 문제가 알려질 때마다, 동물원의 폐쇄 여론은 더욱 높아져 가고 있다. 누군가는 동물 연구와 교육을 위해 동물원의 완전한 폐쇄는 답이 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살아있는 동물을 굳이 가두지 않더라도 충분히 대안을 찾아 이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물은 우리와 함께 지구 생태계를 살아가는 존엄한 생명으로, 그들도 고통을 피하고 자유를 누리며 행복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또한 인간이라 하여 다른 종의 동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하여 궁극적으로 동물원은 폐쇄되어야 마땅하다.

동물원을 폐쇄한다면 현재 동물원에 수용된 동물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이미 야생 본능을 잃어버린 동물들을 모두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올해 7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처참한 환경에서 살다 우여곡절 끝에 구조된 '바람이'를 아는가. 바람이는 일반적인 동물원과는 달리 다치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시설로 기능하고 있는 청주 동물원으로 옮겨져 비교적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동물원의 새로운 전환을 상상할 수 있고, 이는 지금도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전시동물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감금이 아니라 자유다. 동물들의 자유는 동물의 안식처라 불리는 보금자리(Sanctuary)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인간과 동물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오늘부터 함께 꿈꾸어보자. 나는 우리의 꿈이 비로소 간절할 때, 모든 동물이 해방된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 믿는다.

* 필자주- 종차별적 언어 사용 지양을 위해 동물의 수를 언급할 때 쓰는 '마리' 대신 '명(命)', '암컷' 대신 '여성', '수컷' 대신 '남성'으로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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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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