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나를 문제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서리풀 연구通] 학업중단 청소년 건강, 누가 어떻게 돌볼까

학업중단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데

전국 초·중·고등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정규 학교를 그만둔 '학업중단' 학생 비율은 2019년만 해도 0.96%(5만2261명)던 수치가 2022년 1%(5만2981명)로 증가했다(교육기본통계, 2022년 기준). 고등학생의 경우, 자퇴, 퇴학, 유예, 면제의 사유로 학업을 중단한 경우,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라면, 재학하여 계속 교육받을 의무를 다음 학년도까지 보류한 경우 '학업중단' 학생에 해당된다.

정규교육의 바깥에 있는 청소년 건강을 누가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단국대학교 배성만 교수 연구팀에서는 학업중단 청소년 패널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이들 청소년의 우울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았다.(☞ 바로 가기 : 전국 자료에 기반한 사회적 낙인, 진로장벽과 학업중단 한국 청소년의 우울증상 간 연관성)

학업중단 청소년 패널조사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조사로, 일반중학교와 일반고등학교 및 특수고등학교 등에서 제공한 자료를 활용해 2012년 7월 이후 정규 중학교, 일반/특성화 고등학교 학업 중단 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대상(해당 기간에 중단했다가 복교한 청소년도 포함)으로 이루어졌다.

학교뿐 아니라, 직업훈련기관, 대안 교육기관, 검정고시 학원, 상담복지센터, 스노볼링, 웹 홍보 등을 통해 모집하여 1차 조사에서는 총 776명의 패널을 확정하였다. 연구팀은 이들 1차 패널의 77.2%를 포함한 2차 패널 조사(2014년) 자료를 활용하였다. 연구결과, 평균 18세의 고등학생 연령 청소년 522명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었다.

학업중단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팀은 우선 청소년의 우울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가족의 경제상황과 부모의 학대수준을 알아보았다. "부모님은 화나시면 주변에 있는 것을 집어들고 때린다", "부모님(보호자)이 나에게 거친 말을 하거나 욕을 한다" 등의 문항에 응답자들은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 중 하나를 선택했다.

이외에 자아탄력성("나는 평소에 잘 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등), 사회적 낙인("나는 사회에서 인간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다르게 대우받는다고 느낀다" "사회가 나를 문제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등), 진로장벽("내가 어떤 직업 분야를 잘 할 수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양한 직업 분야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등)에 대한 인식수준을 각각 4~10개 문항을 이용해 리커트척도로 측정했다.

사회적 낙인과 진로장벽이 아이들을 더 우울하게 한다

이들 요인이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의 우울증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연구결과, 가족의 경제상태가 나쁠수록 우울증상 역시 나쁜 수준을 보였고, 부모의 학대가 강할수록 우울증상은 더 심해졌다. 자아탄력성은 우울증상을 완화하는데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연구팀은 사회적 낙인과 진로장벽에 대한 인식이 우울증상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낙인과 진로장벽은 우울증상과 정(+)적인 연관성을 보여, 사회적 낙인이 낮고, 진로장벽이 낮을수록 우울증상도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연구결과로 보면 사회적 낙인과 진로장벽이 우울증상을 설명하는 비율은 42.7%로 나타났다.

결국, 사회적으로 학업중단 청소년이 인식하는 낙인과 진로장벽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관건임을 시사한다. 해당 연구팀은 제언으로 전문상담가와 사회복지사가 청소년 개인에게 직업에 대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고 사회적 낙인을 줄여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에게 제공되는 상담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 서울 광진구의 한 고등학교 고3 학생들. ⓒ연합뉴스

청소년을 둘러싼, 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환경

홍성효 공주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역시 학업중단 청소년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바로 가기 : 통계자료를 활용한 취약계층 청소년의 취약성 진단과 지원정책 평가) 한국청소년패널조사를 비롯한, 기존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이 연구는 '취약한' 환경에 있는 청소년 실태 중 일부로 학업중단 경험 역시 담고 있다.

예를 들면 거주지역, 가족유형, 소득계층에 따른 학업중단 경험의 차이가 오롯이 드러난다. 읍·면지역 농산어촌에 거주하는 청소년의 학업중단 경험 비중은 1.4%로, 일반 청소년이 경험할 확률(0.7%)에 비해 두 배 높았다.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학업중단 경험 역시 높다.

가구소득이 200만 원 미만 가구인 청소년은, 가구소득 200만 원 이상 가정 내 청소년보다 학업 중단을 경험한 비중이 현저하게 높았다(2017년 기준, 가구소득 100만 원 미만 청소년은 2.9%, 1~200만 원 미만 가정 내 청소년은 6.4%로, 가구소득 200만 원 이상 청소년이 0.1%~1.5%인 것과 대조적이다).

필요한 것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지원

시간에 따른 변화도 다르다. 지역규모별로 대도시 거주 청소년이 학업중단 충동을 느끼는 비중이 2016년에 비해 2017년 4.0%p 감소했지만, 중소도시 거주 청소년에서는 0.1%p 증가, 농산어촌 거주 청소년 역시 1.7%p 증가했다.

가족 유형별로는 어떤가. 양부모 가정의 청소년보다 한부모 혹은 조손 가정의 청소년이 학업중단 가능성은 현저히 높은데, 이는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교육을 희망하는 비중으로도 이어진다. 2018년 양부모 가정 청소년은 92.2%가 높은 수준의 교육을 희망하지만, 한부모, 조손가정 청소년은 74.6%만이 희망한다.

양부모 가정 청소년은 2013년에 비해 2018년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교육을 희망하는 비중이 2.4%p 증가했지만 한부모, 조손 가정 청소년은 아무 증가 수치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지역규모, 가족유형에 따른 격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나.

청소년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기대를 품게 하는 사회

연구보고서는 청소년 지원정책의 해외사례로 한 장을 할애했다. 학교에서 직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맞춤지원을 제공하며, 지역노동시장 이해관계자와 협력하여 청소년사회복지활동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독일 사례, 청소년의 법적 권리를 중심으로 청(소)년노동전문센터와 전국청소년센터를 운영하는 핀란드 사례 등은 유럽의 빛 좋은 사례로만 남겨두어야 할까.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경험할 수 있는 위기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 지원방향, 즉 교육경로와 노동시장 경로를 만들어주기 위한 기초정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취약한 청소년이 보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나 여건의 조성 혹은 동기부여를 위한 사회적 제도의 마련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청소년이 미래라는 말은 결국 이럴 때 필요한 말 아닌가.

* 서지정보

- Chae, H. J., & Bae, S. M. (2023). The Association Between Social Stigma, Career Barrier, and Depressive Symptoms Among Out-of-School Korean Adolescents Based on a National Sample. Child and Adolescent Social Work Journal, 1~8.

- 홍성효, 장수명. (2022). 통계자료를 활용한 취약계층 청소년의 취약성 진단과 지원정책 평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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