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왜 '4대강 보의 정치화'를 주창할까

[함께 사는 길] '4대강 전도사'의 요청, 감사원이 감사하고 환경부가 존중했다

지난 7월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감사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감사원의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환경부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얼마 뒤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재심의를 요구했다. 그리고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전 정부의 결정 사항을 뒤엎었다. 이 모든 일들이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지 3주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일어났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4대강 보의 정상화'를 주창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 급작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감사원은 시급히 보 처리방안 결정을 되돌려야 할 만큼 중대한 결점을 발견한 것일까?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4대강 보를 활용해도 좋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일까?

감사원의 결론은 '취소' 아닌 '보완'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경부의 발표와 달리 감사원은 4대강 보를 활용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감사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대표로 있는 '4대강 국민연합'이라는 단체의 감사 청구에 의해 시작되었다. 4대강 국민연합은 총 17개 항목에 대해 감사를 요청했고, 감사원은 이 중 6개 항목에 대한 감사를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감사원은 감사 청구 사항을 ① 경제성 분석과 수질.수생태계 평가 등 보 해체 효과 평가 방법의 적정성, ② 환경부 기획위원회의 법적 근거 유무, ③ 기획위원회 구성의 적정성 등 3개 분야로 구분하여 감사를 실시했다. 이 중 가장 쟁점이 된 사항은 '경제성 분석과 수질.수생태계 평가 등 보 해체 효과 평가 방법의 적정성'과 '기획위원회 구성의 적정성'이었다.

감사원은 금강과 영산강의 보 해체, 개방 등의 결정에 있어 4대강 조사평가단이 보 해체의 편익을 불합리하게 산정했다고 판단했다. 조사평가단이 보 처리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하면서 비교한 '보를 개방하지 않은 기간' 데이터와 '보 설치 전' 데이터 중 '보 설치 전' 데이터를 사용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보 설치 전과 후의 상태를 비교하면 4대강사업에 따른 대규모 준설로 하상이 크게 변화하는 등 하천 형상이 완전히 달라졌기에, '보 설치 전' 데이터가 아닌 '보 개방 후' 수질을 비교하여 수질 개선 편익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과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지난 8월 4일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자연성 회복을 방해하는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하고 보 존치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

그러나 보 철거 전, 후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뉴스타파>의 인터뷰에서 송미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를 해체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 때 수질과 생태가 보 설치 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가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UC 버클리대의 하천 복원 전문가인 마티아스 콘돌프 교수 또한 "보가 설치되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는 것은 보가 미친 영향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다. 보를 철거하면 수질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거라는 건 상식적이다. 따라서 보 설치 전후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사업 4차 감사(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에 따르면 4대강사업 이후 준설된 하도의 하상 변화를 분석한 결과, 모든 하천에서 퇴적이 세굴에 비해 우세하게 발생(4대강사업 후 5년간 금강 28.8%, 영산강 26.5%)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견해와 감사원의 과거 감사 결과 등을 미루어 볼 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가정으로 '보 설치 전'의 데이터를 사용한 조사평가단의 판단이 감사원의 판단만큼 비합리적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4대강 보 유지 경제성 낮다는 사실 못 바꿔

감사원은 또 수질.수생태계 개선 편익의 추정 방법을 조사평가단이 불합리하게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조사평가단이 수질·수생태계 개선 편익 산정을 위해 사용한 진술선호법 적용에 있어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편익분석 목적의 설문조사를 별도로 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이 반영된 평가에서도 4대강 보 해체에 대한 경제성이 대체로 높은 것이 이미 확인됐다. 환경부가 2021년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한 '한강, 낙동강 하천시설관리방안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 연구'에는 이번 감사에서 지적한 수치해석 모델링 방법과 보 해체 사업에 따른 비용편익에 대한 설문까지 담겨 진행되었다. 그 결과 두 개 보를 제외한 한강과 낙동강의 모든 보가 보 설치 전 데이터 및 모델링 예측값 적용 중 어느 경우에도 해체했을때의 편익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의 지적에도 어떤 방법론을 동원하더라도 4대강 보 유지의 경제성이 낮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감사원은 또 조사평가단 기획, 전문위원회의 위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환경부가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을 특정 시민단체에 유출해 4대강사업을 찬성, 방조했던 인사들을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최종적으로 해당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인사를 절반 이상 포함했다며 위원이 구성이 불공정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조사평가단 기획, 전문위원회가 애초에 '재자연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자문하는 곳'의 성격을 가진 기구이기 때문에 4대강사 업의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위원으로 위촉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는 것이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의 설명이다. 청구인 측의 주장과는 달리 '재자연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중립적인 인사들을 기계적으로 선정하여 논의하는 성격의 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4대강 재자연화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이었으며, 19대 대선 당시에도 보수 진영 후보들조차 동의하던 사항이었다. 이정일 법무법인 <동화> 변호사 또한 감사원이 조사평가단 위원 선정을 문제 삼으면서 정작 청구인 측이 추천한 전문가 그룹을 통해 이를 평가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종합하여, 감사원은 금강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에 대한 환경부 장관의 조치사항으로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결과를 존중? 환경부의 아전인수

환경부는 감사원의 결과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 듯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환경부, 이념적 4대강 논쟁 종식, 국민 안전 최우선 하천 정비'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감사원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공익감사 결과를 존중하며",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세종보·공주보 등을 운영 정상화하여 다시 활용하는 등 4대강 보를 보답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어디에도 기존의 보 처리방안을 재심의하라는 통보는 없었다. 하지만 한화진 장관은 감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보 처리방안 재심의', '4대강 보 정상화' 등을 발표했다. 4대강에 대한 환경부의 태도는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아전인수식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곧이어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재심의를 요구했다. 8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심의 결과, 2기 위원회는 지난 1기 위원회가 결정한 보 처리방안 결정을 취소했다. 4대강 조사평가단의 준비과정까지 포함해 약 3년 넘게 분석과 평가의 과정을 거친 결정이 감사원의 결과 발표 이후 약 2주 만에 뒤엎어진 것이다.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번 감사원의 결과는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의결정을 번복할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또한 1기 위원회의 결정이 문제가 있더라도 정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상응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그러한 과정을 모두 무시했고, 2기 위원회는 이를 전적으로 수용했다.

▲금강 공주보. ⓒ이경호

세계적 추세는 자연성 회복

앞선 환경부의 보도자료에는 4대강 보에 대한 내용 말고도 댐과 준설에 대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화진 장관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안전한 물관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댐 신설", "준설을 통한 하천정비" 등을 계획한다고 발표했다. 기후위기 시대 가뭄과 폭우의 빈도 및 규모가 증가하며 유역과 수계의 특성에 맞는 하천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물관리기본법에 의거 각 유역에서 유역물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각 유역의 유역물관리종합계획조차 제대로 수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물을 관리하는 주무부서의 장관으로서 기본적인 업무를 방기하면서 장마에 대한 최소한의 진단과 근거조차 없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댐 신설과 준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한편 유럽연합은 7월 12일 댐과 보 철거 등의 내용을 포함한 '자연복원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바탕이 된 EU의 '생물다양성 전략 2030'은 유럽의 강 2만5000km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보와 댐을 철거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강을 자연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유역의 생물다양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홍수와 가뭄에 대한 대응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국가 발전 시기 수많은 댐을 설치한 미국 또한 이제는 자연성 회복을 위한 강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에 걸쳐있는 클라마스강(Klamath River)은 6개의 거대한 댐이 들어선 이후 연어의 회귀가 급감하고 녹조가 대량 발생하여 훼손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결국 2002년 댐 철거를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 2016년 관계기관은 클라마스강을 막고 있던 4개 댐의 철거를 확정했다. 현재 댐의 철거가 행 중이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고 어떤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자연성 회복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다. 기후와 생태의 위기 시대, 우리에게 닥친 미래를 생각한다면 자연에 기반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4대강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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