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자우림 겨냥 "개념 없는 연예인"…정부·여당, 또 문화계 장악?

유인촌 귀환 예고 중 金 " 정부 가치에 기반한 문화예술인 지원", 강승규 "문화계에 자유 왜곡하는 세력 많아"

대통령실과 여당 고위 인사들이 '문화계 장악 시도'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가치에 따라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공개 비판한 밴드 '자우림' 보컬 출신 가수 김윤아 씨를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저격했다. 같은 자리에서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문화계에 "자유를 왜곡하는 세력"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문화계 이권을 독점한 소수 특권세력이 특정 정치사회 세력과 결탁해 문화예술계를 선동의 전위대로 사용하는 일이 더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자기 뜻에 따르지 않으면 활동 기회조차 막아버리는 전체주의 질서가 문화예술계에 팽배해 있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투사인 척 하지만 알고 보니 북한 인권이나 북한 주민의 참혹한 상황에 입도 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어떤 배우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겠다'고 해 '개념 연예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게 무슨 개념인지 모르겠다"며 "최근에 어떤 밴드 멤버가 오염처리수 방류 후 '지옥이 생각 난다' 이야기한 것을 들으며 또 '개념 연예인이다' 이야기하는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기가 막힌 일"이라고 했다.

앞서 SNS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RIP(Rest In Peace) 地球(지구)",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블레이드러너 + 4년에 영화적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 "해양 오염의 문제는 생선과 김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글을 잇달아 올린 김윤아 씨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자유, 법치, 공정을 강조하고 그것을 계속 키워나갈 핵심키워드라고 생각한다"며 "그 가치에 기반해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포부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생태게를 확충하는 데 동반자가 돼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울어진 문화예술계에서 외로운 투쟁, 서러운 투쟁, 문화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이 창립 가능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강승규 수석도 "대한민국의 문화 자유가 최근 많은 위협을 받고 있지 않나?"라며 "인권이나 연대, 자유의 이름, 형식을 빌려 오히려 자유를 왜곡하는 그런 세력들이 그들만의 이득을 위한 리그를 펼치는 것도 현실"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그는 "문화계에서 특히 이런 부분이 많아 걱정"이라며 "저도 시민사회수석으로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한 것이 1년 4개월 동안 60여 차례가 넘고, 시민사회수석 이름으로 축사한 경우도 100회 이상 되지만, '문화', '자유'라는 이름의 심포지엄에서 초대하는것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문화 분야의 자유를 지키고 그 자유를 통해서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지원하고자 한다"며 "정부는 창의적인 문화 콘텐츠나 국가산업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정말 힘을 하나하나 보태 문화 분야에서 '자유행동'이 훨씬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저희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창립식을 가진 '문화자유행동'은 보수성향 문화예술인들의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창립 선언문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조를 혁파하고 문화의 본원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한국사회 위기 극복의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하며 "문화 분야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 확산 및 발전을 위한 방안을 개발하고 관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문화 활동 주체의 양성 및 다른 사회 주체와의 연대를 도모" 등의 실천과제를 내세웠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 창립기념 심포지엄 및 창립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대표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유인촌 대통령 문화특보를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나왔다. 일각에서는 '유 장관의 귀환'을 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유 특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미 한 차례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는 광우병 촛불집회 후 이명박 정부가 김제동 씨 등 '좌파 연예인'들을 손보겠다고 벼르던 때였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국가정보원 '적폐청산TF'는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이른바 'MB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고 보고서에 밝히고 이를 검찰에 수사의뢰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장관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유인촌 장관 때 자신이 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정부로부터 '작가회의 회원 작가들이 불법 집회나 시위에 참여했다가 발각되면 지원금을 모두 반납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라고 종용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특보는 최근 대통령 특보로 임명된 후인 지난달 하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도 "속칭 좌파 예술인들도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굳이 정치적 표현을 하고 싶다면 말릴 수 없다. 다만 정부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유 특보는 올해로 데뷔 50년을 맞은 원로 연예인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올해 초 사면된 후 유 특보가 주연하는 연극 <파우스트>를 보러 가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나 전 의원은 먼저 "지금 윤 대통령은 바른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하신다고 생각한다. 특히 취임사에서 자유를 서른 두 번이나 언급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 조금 아쉬운 점은 있다. 조금 일제시대 거 더 이야기하시고 하면 좋았는데…"라며 "대통령께서 그런 발언을 하실 수밖에 없을 만큼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가 아직도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그 "대통령은 앞으로 가시는데 이 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더 많은 국민께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가치를 지키는 데 공감해주는것이다. 그것은 바로 문화의 힘"이라며 "잘못된 일부 문화세력에 의해 왜곡됐던 역사의 진실 바로잡아주시고 헌법가치를 바로 세우려는 윤석열 정부에도 뒷받침 돼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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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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