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4일 쿠팡 배송 쉬었는데 260만원 '용차비'가 날아왔습니다"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 "추석 당일 단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게 해달라"

"아프거나 사고가 생길수도 있으니 백업 기사를 구해달라고 몇번이나 요구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이러다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에 용차(대체인력)비를 주더라도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4일을 쉬고 출근하니 용차비 폭탄이 저에게 던저졌어요. 저에게 260만 원이 넘는 용차비를 청구했습니다."(쿠팡 CLS 배송기사 윤창의)

6일간의 추석 황금 연휴를 앞두고 쿠팡 배송 노동자들이 추석 당일 단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날 쉴 수 있다'는 쿠팡의 주장을 반박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12일 서울 강남구 쿠팡 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CLS는 추석 당일이라도 택배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쿠팡은 6일 연휴기간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허브를 가동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추석연휴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 근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용차를 구하기 힘든 추석 연휴의 경우 하루도 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가 12일 쿠팡 CLS 본사 앞에서 '쿠팡CLS 추석 당일 휴식 보장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다른 택배사는 연휴 하루 전인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허브 가동을 중단해 택배노동자들의 휴일을 보장하는 반면, 쿠팡은 허브를 중단하지 않는다.

앞서 지난달 14일 택배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택배 없는 날'에도 쿠팡은 불참했다. 당시 한국생활물류택배서비스협회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라고 요구하자 쿠팡은 "쿠팡친구(배송기사)는 주5일 근무와 함께 연중 130일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쉴 수 있으며 쿠팡CLS 역시 택배 없는 날이 아니어도 대체 기사 비용 부담 없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쿠팡에서 배송 기사로 일하고 있는 윤창의 씨는 피로와 부상으로 나흘을 쉬었다가 고용된 대리점으로부터 용차비 260만 원을 청구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하루 아피서 쉬어하는데도 기사가 모든 비용을 다 부담하고 쉬라고 한다"며 "노예계약과 같은 계약으로 택배기사를 옥죄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쿠팡은 그동안 쿠팡에 용차라는 것은 전혀 없으며, 택배기사가 쉬고 싶을 때는 언제나 쉴 수 있다고 국민들께 이야기해왔다"며 "하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공정 계약서와 용차사용을 쿠팡은 알고도 묵과한 것인지, 몰랐다면 대리점 관리감독은 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수행률이 95% 미만이면 클렌징(담당 구역 회수) 대상이 되고, 특히 용차 등의 대체 배송을 구하기 어려운 명절이나 주말 등에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추석 당일 하루를 쉬려면 해고를 각오해야 하는 처참한 상황이 현재 쿠팡 택배 현장의 적나라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주6일 고강도 노동을 하는 택배노동자에게 적절한 휴식은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라며 "택배없는 날처럼, 명절 연휴도 모두가 함께 쉬어야 그 부담을 공정하게 나눌 수 있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석 당일 하루만이라도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제대로 쉴 수 있도록 쿠팡이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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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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