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문재인 탓? '억지춘향'으로 홍수 피해 진실 가려질까?

[함께 사는 길] 2023 홍수 피해의 진실 ①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7월 4일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알려진 엘리뇨의 시작을 공식 선언했다. 엘리뇨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중국 허베이에 이틀간 1000mm 이상의 비가 쏟아졌고, 자금성은 600년 만에 침수되었다. 외신(AFP)에 따르면 서유럽의 경우 최악의 홍수로 독일에서는 사망·실종자 수가 70여 명으로 추산되고, 벨기에에서는 8명이 사망했다. 이에 독일 총리 아르민 라셰트는 지구온난화가 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기후변화 탓?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전라도 광주 지역에서 제한급수 위기를 가져왔던 깊은 가뭄이 끝나자마자 장마로 인한 심각한 홍수피해가 발생했다. 곧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경로로 북상할 때 전 국민은 가슴 졸이며 밤잠을 설쳤다.

기후변화, 이상기후, 지구온난화 등과 같이 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용어들이 이제는 누구나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30여 년 전부터 가뭄과 홍수 그리고 폭염과 한파가 발생하면 지구온난화가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간단하고 편리하다. 대규모 재난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뭔가 잘못되었는데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난이라고 변명하면 그 누구도 책임질 필요가 없어진다. 악화되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하여 꼬리자르기식 책임을 묻기도 한다. 몸통은 보이지 않고, 일선 공무원들이 법의 잣대에 따라 오명을 뒤집어쓴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번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에 대한 책임도 '꼬리' 선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 실질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책임자들은 사과 한번 없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라고 핏대 세워 강변한다.

2023 홍수 피해의 진실

2023년 장마기에 발생한 홍수 피해 원인은 대체로 밝혀졌다. 4대강사업을 진행한 금강 본류 제방, 논산천 제방, 충남 청양군 지천 제방 등 제방 붕괴는 필자의 현장조사 결과 제방 관리 부실에 의한 파이핑 현상이라 판단된다. 지난 2020년 8월 홍수 때 제방 관리 부실이 가장 큰 원인이었음에도 댐관리 부실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래서 2021년 하천관리 기능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어 부분적으로 물관리 일원화가 완료되었다. 환경부는 하천관리에 대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일부 소하천에서는 월류(越流)에 의한 제방 붕괴가 발생했다. 경북 예천 산사태는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林道)에서 시작되었다. 최근 들어 발생한 산사태는 산지 내 인위적 개발(임도, 벌채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명되었다.

우리나라 지형은 산사태에 취약하지만,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대규모 산사태는 대부분 임도 등 다양한 개발행위가 주범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는 군부대가 있는 산 정상부 평지에서 시작되었고, 춘천 산사태 역시 산허리에 만들어진 군사용 도로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책임회피에만 골몰한다. 그리고 크고 작은 토목사업을 하기 위한 작업을 물밑에서 차곡차곡 준비할 것이다.

오송 지하차도 인명피해(14명)는 부실하게 관리된 미호강 임시제방이 붕괴하면서 물이 지하차도를 채웠는데도 관계당국이 지하차도 통제를 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판명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재난안전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를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7월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으로 16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수해 피해현장을 다녀갔는데, 이태원 참사의 악몽을 넘지 못하고 공허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집중호우로 9명의 사망자와 8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경북 예천을 방문해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와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프레시안

4대강사업의 그림자, 준설

정부가 홍수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홍수대책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묻어난다. 여당 정치권은 이번 호우피해 원인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보 철거에 기반한 재자연화 정책 때문이라 억지 주장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치수정책에 억지춘향 논리를 보탤 것이고, 일반 국민들은 ‘무엇이 옳은 주장’인지에 대해 헷갈릴 것이다.

지난 7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하천을 준설하고 작은 댐을 여러 개 만들어 홍수를 예방’할 것을 지시하면서 ‘물 관리를 못할 거면 국토부로 넘겨라’면서 환경부 장관을 질타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환경부) 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나아가 8월 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치수의 제1번은 하천 준설’이라고 강조하면서, ‘하천 준설이 제대로 안 돼서 결국 동맥경화가 생긴 것이므로, (홍수는) 혈관에 찌꺼기가 쌓여서 터지는 것이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그러자 무엇에 떠밀리듯 8월 3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류·지천 홍수종합대책 조속히 마련하기 위해 가용자원 총동원할 것’이라 말하면서, ‘내성천과 형산강을 가보니 준설 등 하천정비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장관은 ‘시민단체의 반대가 컸던 지난 정부에서 하천정비는 거의 안 됐다’고 하면서 금번 홍수피해는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류·지천에서 홍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합리적 대응책을 마련하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도록 하시오.’ 정도면 충분한데, 대통령의 ‘준설’이라는 ‘깨알’ 지시와 환경부 장관의 맞장구에 환경부 공무원들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을 것이다.

치수 즉 홍수예방은 하천제방 높이기, 하천 폭 넓히기, 저류지 설치, 빗물저류조와 펌프장 설치, 방수로 건설, 준설 등과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어떤 하천에서 홍수예방사업을 하고자 할 경우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여 해당 하천에 적합한 사업을 선택할 수 있다. 하천마다 다를 것이고 지역마다 다를 것이다.

4대강사업 전 준설은 홍수예방사업으로 그 이름을 잘 올리지도 못했다.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에서는 강바닥에 쌓이는 모래를 준설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강바닥이 파여나가기 때문에 굳이 준설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도 일부 구간에서 모래가 쌓이지 대부분의 하천구간에서는 강바닥이 파여나간다. 강바닥을 파는 준설은 하책이다.

그러나 ‘치수의 제1번은 준설’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지침은 더 바람직한 대안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고, 유일한 대책으로 제시된 준설은 비효율적이고 예산낭비로 이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과서가 담고 있는 논리가 왜곡될 것이예견되고, 수많은 억지춘향이 등장할 것이다.

치수를 위한 준설을 하려면 하천법에 근거하여 하천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하고 그에 따른 ‘○○강 치수계획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절차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2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어떤 신공(神功)으로 하천기본계획을 단기간에 변경할지 궁금하다.

무책임 넘어 거짓과 억지 주장 난무

‘치수의 제1번은 준설’은 제2의 4대강사업, 포스트 4대강사업, 4대강사업 시즌2 등으로 불린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으로 홍수를 막을 수 있다고 하면서, 홍수가 나면 피해액이 매년 4조∼5조 원에 이르기 때문에 대략 4년 정도만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면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환경단체들과 4대강사업 반대 전문가들은 4대강사업 추진구간은 국가하천이고 하천정비율이 97% 이상이므로 홍수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하천정비율이 약 60%에 그친 지방하천 즉 지류·지천에서 홍수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홍수 예방을 하려면 지방하천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논리를 완전히 무시했다.

2013년(박근혜 인수위 시절) 감사원은 ‘4대강사업은 대운하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고 밝혔다. 즉 4대강사업의 목적으로 제시한 홍수 예방사업은 ‘안전한 하천을 더 안전하게 하는 대책’이었고, 지류·지천 홍수예방사업에는 처음부터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여당 정치권은 환경단체들이 반대해서 지류·지천 사업을 하지 못해 2023년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를 철거했기 때문에 홍수피해가 증가했다는 억지 주장까지 난무한다.

국가하천과 같이 크고 중요한 하천에서 범람이 발생하면 홍수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가하천의 홍수예방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 정책이고, 그래서 대부분 국가하천은 홍수에 안전한 상태가 되었다. 박근혜와 문재인 정부에서 하천정비사업을 위한 예산은 꾸준히 반영돼 왔다. 2022년도 예산을 살펴보면, 환경부는 국가하천에 4100억 원, 지방하천에 5700억 원을 투입했고 행정안전부는 소하천에 7000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즉 매년 1조 원 이상의 예산으로 지류·지천(지방하천과 소하천) 하천정비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하지만 주어진 예산상 한계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낮은 지방하천은 아직도 홍수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지류·지천의 홍수예방사업을 등한시했지만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여 지방에 사는 우리 국민들이 홍수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솔직하게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누구 탓하지 말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여기에 있다는 의미로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에 내건 명패에 쓰인 문구, 여기서 책임진다)

더 이상 하늘을 탓하지 말라

이제 기후변화, 이상기후, 지구온난화와 같은 자연현상을 상수(常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로 인해 언제든지 발생 가능한 재난을 더 이상 천재(天災)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비록 그것이 천재이더라도 혹시 인재(人災) 부분이 없는지를 성찰하여 필요하면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선진행정에서

볼 수 있는 절차인데, 아직 우리나라는 재난 대응에서는 후진국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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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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