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이 방송을 '정상화' 했었는데, 왜 '이명박근혜'는 감옥에 갔을까?

[박세열 칼럼] 방송 장악의 오래된 미래는 이미 와 있다

거꾸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동관 홍보수석 체제 하 방송가에서 벌어진 일 말이다. 이 글에선 '언론 장악' 대신 '언론 정상화'라는 말을 쓰겠다. YTN 사장에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 출신 구본홍 씨가 낙하산으로 내려왔고, KBS 정연주 사장은 배임 혐의로 쫒아냈고(나중에 무죄로 판명났다.) MBC 김재철 사장은 '조인트' 까이고 기자들을 내쫓았다. 그들은 방송 정상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세상은 올바르게 돌아갔고, 대통령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흥미로운 건 방송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소한 이명박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후임 대통령 박근혜는 4년 동안만 집권했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 사상 이승만에 이어 두 번째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된다. 이후 이야기는 모두 알다시피 '사람에 충성 않는' 검사 윤석열의 단죄였다. 국정원 직원에게 댓글 달게 하고, 기자들 쫓아 내고 '공산당 언론'을 정화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이명박은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원을, 박근혜는 징역 20년,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확정됐다. 언론 정상화가 덜 된 탓일까?

오래된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방송의 정상화'와 '정권의 성공'은 부등호다.

MBC를 중심으로 되짚어보자. 엄기영 사장은 2010년 2월 8일 쫓겨났다. 그리고 김재철, 김종국, 안광한, 김장겸 사장이 들어왔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이동관표 방송 정상화의 신호탄을 쏜 김재철 사장(2010년 2월 26일~2013년 3월 26일),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마지막 사장을 지낸 김장겸 사장(2017년 2월 25일~11월 13일)이다.

김재철 사장은 MBC '방송 정상화'의 상징과 같은 사람이다. 김우룡 당시 방문진 이사장에 따르면 김재철은 큰 집(청와대) 가서 "조인트 까(이)고" 난 후 기자들을 무더기로 해고하고 방송 논조를 '정상적'으로 뒤틀기 시작했다. 그 결과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김우룡)"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는다. '공산당 언론인'을 몰아낸 것이다. '광우병 파동'의 원인으로 MBC를 지목한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여권에게 절실했던 '방송 정상화'가 비로소 달성된 셈이다. 김재철, 안광한 사장 시절 정치부장, 보도본부장을 지낸 이가 김장겸인데, 이 분의 행적이 재미있다.

'정상화'된 MBC는 2012년 10월 1일, 2일, 22일,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반한나라당'을 내건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 안철수의 서울대 의학박사 논문(1991년)이 같은 과 서모 교수의 박사 논문을 상당 부분을 베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표절 피해자인 서 교수가 "표절이 아니다"고 하면서 일이 꼬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선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방송 심의규정상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크게 위반했다"며 법정제재인 '경고'를 줬다. 그때 보도를 주도한 정치부장이 김장겸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심위원장'이 정상화가 덜 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2018년인 되어서야 MBC는 이 보도가 조작됐다고 사과했다. 그 김장겸은 현재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상화'된 MBC는 2013년 문재인 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를 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의원실에 전화 한 통화만 하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 보도는 '박근혜 정부'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받았다. 그때 김장겸은 보도국장이었다. 이 '오보'에 중징계를 때린 박만 방심위원장은 KBS 이사로 재직하던 중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안에 찬성한 인물이다. '방송 정상화'의 선두주자였던 공안 검사 출신 위원장도 이 정도 수준의 오보엔 고개를 절레절레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김장겸은 현재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상화'된 MBC는 2014년 세월호 보도 참사를 겪는다. 당시 MBC 노보에 따르면 "김장겸 보도국장은 보도국 공식 논의 기구인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깡패에 비유하고 작전 세력이 붙었다는 막말"을 했고, "YTN의 긴급속보(오전 9시19분)로 세월호 사고 1보가 알려진 이후 김장겸 보도국장은 4시간 가까이 긴박한 상황에서 재난방송을 지휘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는 "세월호 참사 당시 MBC는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희생 학생이 찍은 선내 영상을 구하고도 사용할 수가 없었고, 정부를 비판하거나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를 담은 영상조차 방송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장겸은 노조의 이런 비판이 허위 사실에 따른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그 김장겸은 현재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장이 된 김장겸의 '정상화'된 MBC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마주한다. JTBC에서 이른바 '태블릿 피시' 보도가 나왔고,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2016년 12월 8일 기준 2.8%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동시간대 JTBC <뉴스룸> 시청률은 10.9%였다. 애국가 시청률이란 조롱이 나왔다. MBC는 정상화됐지만 '국민'은 정상화가 덜 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농단 천태만상이 드러나는데 MBC는 태블릿 피시 출처에 대한 의혹 보도만 10건 넘게 했다. 당시 MBC 노조가 주장한 데 따르면 '윗선'에서 내려온 보도 지침은 "박근혜 규탄 촛불집회 현장을 영상 취재할 때 '이석기 석방' 문구를 찾아서 촬영하라"든가, "태극기 집회 현장을 취재할 때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 또는 청년층을 촬영하라" 등이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을 한 MBC는 확실히 '정상화'된 것처럼 보였다. MBC 빼고 모든 게 '비정상'이 되어갔던 게 문제였을까? 그 보도를 주도한 김장겸은 현재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언론 기술자'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시대부터 시작된 '방송 정상화'는 그렇게 어이없고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아니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과 같은 훌륭한 사람들이 '좌파 공산당 기자들' 수십명을 쫓아내고 방송을 '정상화'했는데, 왜 이명박은 감옥에 가고 박근혜는 탄핵을 당했을까? 이쯤 되면 방송 논조를 교정한다든지, '공산당'같은 기자들을 내쫓는다든지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고 의미 없는 일이라는 깨달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식에서 '공산전체주의'라는 이념 족보에도 없는 낮선 단어를 언급하며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 및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며칠 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산당 기관지 같은 언론"이 현존하며 "본인들이 잘 알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의 '공산당'과 '공산전체주의'는 일맥상통한다. 그들이 언급한 것은 '민주노총(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이고 언론노조는 '민주노총'의 산하다. MBC를 비롯한 언론이 '민주노총'에 장악됐다고 한다.

모든 것은 MBC를 (포함한 방송들을) 해방 시키는 게 그들의 사명이라는 분석으로 귀결되지만, 기자로 위장한 '공산전체주의자'들을 해고하고 한직에 보내면 방송이 정상화된다는 오래된 믿음은 이미 깨졌다. 그리고 그 가설 입증을 실패한 게 '언론 기술자' 이동관을 고용했던 MB정권이다. '자유 언론'을 만들었는데 이명박은 감옥 가고 박근혜는 탄핵됐다. 이동관은 따지고 보면 '실패자'다. 지금 실패자 이동관과 함께 하려는 게 또 다른 실패다. 이미 나와 있는 답안지다. 한번 오답을 써내고 틀렸는데 다시 오답을 써내겠다는 것이다. 이동관과 함께 할 미래가 알고 싶다면, 차분하게 이명박·박근혜의 말로를 돌아보면 된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보도하는 언론이 많아졌다고 해도 '바이든'이 '날리면'이 되는 건 아니다.

[반론보도]<이동관이 방송을 '정상화' 했었는데, 왜 '이명박근혜'는 감옥에 갔을까?> 관련

본보는 지난 8월 19일 '오피니언' 면에 <이동관이 방송을 '정상화' 했었는데, 왜 '이명박근혜'는 감옥에 갔을까?>라는 제목으로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정치부장 시절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주도했으나 이후 해당 보도가 조작됐다며 MBC가 사과했고 MBC노조 주장에 따르면 세월호 사건 당시 유족에게 깡패라고 발언했고, 국정농단 탄핵 시기에는 집회 현장에서 특정 장면을 촬영하라는 보도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장겸 위원장은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진정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혐의없음 처분을 한 바 있고, 세월호 유가족에게 깡패라고 발언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 촬영과 관련하여 보도 지침을 내린 사실이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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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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