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보호관 "軍, 해병 수사단장 보직해임은 부당"

"故채수근 사건 관련 '사령관 혐의' 수사자료 경찰에 넘겨야"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해 '사단장 혐의가 적시된' 수사결과 조사보고서를 경찰에 넘긴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된 가운데, 국가인권회는 '군의 해당조치가 사건의 축소, 은폐에 대한 국민의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놨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은 9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수사자료 일체를 경찰로부터 도로 회수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해병대 수사단장 등 수사관계자들에 대해 집단항명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을 적용하여 수사를 개시하였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보호관은 우선 "국방부 검찰단은 현재 경찰로부터 회수하여 보관하고 있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 일체를 남김없이 곧바로 경찰에 다시 이첩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방부 감찰단은 지난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제출한 채 상병 사건 관련 수사결과 보고서를 당일 즉시 회수한 바 있다. '특정인의 혐의를 적시해서 보고서를 경찰에 넘길 경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해당 보고서에는 사단장 등 관련자 8명의 혐의가 적시돼 있었다.

김 보호관은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3항은 군사법경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 한하여 사건을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며 "해병대 수사단이 부대지휘관의 범죄를 인지하였다는 점을 명시하여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보호관은 "만일, 국방부 검찰단이 즉시 경찰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를 보내지 않는다든가, 수사자료 중 일부를 취사선택하여 선별적으로 경찰에 보내는 경우 사건의 축소, 은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일 당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사단장 혐의가 적시된 해당 자료를 경찰청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집단항명' 혐의 등을 적용해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등을 보직해임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이들을 형사입건했다. 해당 자료의 이첩을 중단하라는 이종섭 국방부장관의 명령에도 수사단이 이첩을 실행했다는 이유였다.

김 보호관은 이에 대해서도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 대한 해병대의 보직해임 절차 진행과 집단항명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에 대한 수사는 즉각 보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게 어떠한 내용의 범죄혐의가 있는지, 그 가벌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은 향후 경찰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더 진행한 다음 그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이 부대지휘관들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에 이르러 객관적으로 분명해질 것"이라며 "그러한 시점에 이르러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 대한 보직해임과 범죄혐의 수사를 단행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보호관은 채 상병 사건 관련 수사의 결론이 확정되지도 않은 시점에 해당 수사의 관계자인 수사단장 등을 보직해임하고 그들을 역으로 수사하는 일이 "군사기관의 독립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사단장이 본래 작성한 수사결과 보고서는 국방부 차원의 법무검토 이후 혐의 적시가 제외되는 등 변경됐는데, 이후 언론 등에선 이 보고서 변경 과정에 대한 '대통령실 개입' 등 사건 은폐 및 축소 의혹이 일었다.

<아시아투데이>는 7일 보도에서 "31일 오전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1사단 익사사고 조사결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는 보고가 있었고, 이후 윗선 누군가가 이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는 이야기를 군 고위인사로부터 들었다"는 군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국방부는 7일 브리핑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그 보고서(혐의가 적힌 이전 보고서) 보고 내용을 그대로 이첩했을 경우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건의한 것"이라며 "법무검토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백브리핑에서 '채수근 상병 사건 관련해서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외압이 있었다라는 주장'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 질의를 받자 "그 문제는 국방부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도 국방부에서 계속 설명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현재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본인은) 대통령님의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라며 군 측 조치에 항의 입장을 밝혔다.

박 대령은 입장문에서 "(고 채 상병 사건 관련) 수사 결과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하였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라며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접, 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라며 "다만 법무관리관의 개인의견과 차관의 문자내용만 전달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빈소 입구에 별도 설치된 그의 영정 사진을 보며 친인척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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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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