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의 한반도 북상으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전국 곳곳으로 이동한 가운데 '유령인원' 숙소배정, 대학 및 공공기관 편의침해 논란 등 전국에서 '잼버리 사건사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새만금 야영지 철수 이후 조직위는 빠른 수습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 잼버리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먼저 8일 충남 홍성군에선 조직위 측 행정 혼선으로 인해 '아무도 오지 않는 잼버리 환영회'가 준비되는 헤프닝이 일어났다. 지자체가 조직위 측 요청으로 잼버리 대원들을 위한 175명분 숙소 및 음식을 준비했는데, 사실 해당 인원들은 아예 한국에 입국조차 하지 않은 '유령인원'이었다.
9일 충남도와 홍성군 등에 따르면 조직위는 전날 8일 오전 잼버리 예맨 대원 5200여 명을 충남 내 18곳 시설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에 홍성 혜전대학교 기숙사가 예멘 대원 175명 숙소로 배정됐고, 홍성군과 충남도 공무원, 혜전대 관계자 등은 대원 환영회에 나섰다.
이들은 긴급히 기숙사 상태를 점검하고 환영 현수막을 설치하는 한편 대원 175명을 위한 출장뷔페 음식까지 마련했는데, 도착해야 할 대원들은 오후 9시가 되도록 소식이 없었다. 조직위 측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인솔자 연락처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조직위 측이 숙소를 배정한 175명 '예맨 대원들'이 애초 한국에 입국조차 하지 않았던 인원들이라는 점이 파악됐다.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이용록 홍성군수, 이혜숙 혜전대 총장 등 관계자들도 오후 10시께에서야 현장에서 철수할 수 있었다. 충남도 측은 입국하지 않은 인원들이 왜 숙소배정 리스트에 들어있었는지 제대로 된 경위도 듣지 못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이날 SBS 보도에 따르면 잼버리 조직위는 "시리아 대원 80명을 경기 고양시 NH인재원에 배정"했는데, NH인재원 측 또한 이날 오후 10시가 넘어서까지 도착하지 않는 대원들을 기다려야 했다. 조직위 등이 뒤늦게 파악한 결과 시리아 대원들 또한 입국하지 않은 채 리스트에 들어간 유령인원이었다.
당초 '홈스테이 논란'(관련기사 ☞ 3만6천명 묵는 '잼버리' 숙소는? 서울시 "1박 15만원 홈스테이 급구") 등 숙소대란 우려에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조직위 관계자들은 "자치단체와 협조해 안전한 숙소 도착과 도착 이후 편안하고 청결한 휴식이 제공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쓰겠다"라며 빠른 수습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대원들을 수용하게 된 대학 기숙사 등지에서는 '홈스테이 급구'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8일 서울시립대, 명지대 등 일부 대학 재학생들 제보에 따르면 일부 대학들은 해당 대학 재학생들이 이미 사용 중인 다인실 방까지 잼버리 대원 숙소로 활용해달라고 학생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560명의 대원들을 수용하게 된 서울시립대는 대원들이 도착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인 8일 오전 기숙사생들에게 "(대원들을) 공실에 먼저 배정을 하지만 인원수가 많아 다인실 공석에도 배정될 수 있다"라며 "뜻밖에 만난 어린 친구들이니 만큼 따뜻하게 맞아달라"는 내용의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기숙사 내 빈 방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역시 잼버리 대원들을 수용하게 된 명지대와 한양대에서는 '학교 측이 여학생들만 쓰는 기숙사층에 남자 대원들이 입실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공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 사이 논란이 일었고, 인천대에서도 '기숙사에 사는 재학생들에겐 별도의 공지도 없이, 건물 내부 게시판에만 잼버리 대원 입소를 알렸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앞서 지난 7일엔 구로구 등 서울시 지자체들이 주민들에게 '잼버리 대원들을 위한 홈스테이 가능 숙소'를 구하고 있다는 문자를 전송하면서 △주민들에 대한 일방적인 공간 대여를 부탁한다는 점 △준비절차 없는 공간 공유 등으로 인한 범죄발생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점 등 여러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우려했던 일들이 결국 대학 기숙사에서 벌어진 꼴이다.
특히 해당 대학들에선 잼버리 대원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까지 학생식당 운영 중단을 갑작스럽게 밝힌 곳도 있어, 대학 커뮤니티 등지에선 '정부 실책으로 인한 잼버리 파행을 막기 위해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편의침해를 대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불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새만금 야영지 철수 이후 급박하게 변경된 행사 등에 공무원 및 공공기관 인력이 대규모 차출되면서 직장인들의 불만도 터져 나온다. 9일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잼버리 대응을 위한 수도권 공무원 차출'과 관련해 "(정부가 잼버리 대응을 위해) 거의 전 직원을 차출하고 있다"는 불만 글이 다수 쏟아졌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전력공사 등의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에게서도 '금요일 퇴근 이후 잼버리 K팝 콘서트 동원령이 떨어졌다'는 게시 글이 올라왔다.
사회 곳곳의 '잼버리 대소동' 속에서 전남 순천시에서는 잼버리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다른 버스와 충돌하는 교통사고까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12시 46분께 전남 순천시 한 청소년수련원 앞에선 스위스 대원 36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지역 시내버스와 충돌하면서 잼버리 대원 4명을 포함해 시내버스 탑승자 6명 등 총 10명이 다쳤다.
당시 대원 탑승 관광버스에는 잼버리 대원 36명과 인솔자, 운전사까지 총 38명이 타고 있었고, 시내버스에는 승객 4명이 타고 있었고, 이들은 전날 순천시 청소년수련원 야영장에서 숙박한 후 서울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11일 예정된 잼버리 K팝 콘서트 행사로 인해 조직위 측이 교통혼잡을 미리 예고한 가운데 이 같은 사고까지 겹쳐 '잼버리 후폭풍'에 대한 시민 피로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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