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페미니스트 부당해고', 경기도에 책임 묻는 이유

청년노조 "게임사 부당해고 문제, ESG 선언한 경기도가 해결 나서야"

입사 전 페미니즘 관련 SNS 게시물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여성 직원을 해고한 게임제작사 '프로젝트문'이 과거 경기도 콘텐츠 펀드 운용사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청년유니온과 더불어민주당 서현옥, 유경현, 장민수 경기도의원은 3일 오후 수원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의) ESG 실천 약속이 공수표가 아니었다면, 부당해고로 고통받는 노동자를 위해, 그리고 부당해고를 촉발한 창조논란으로인한 여진으로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도민의 혈세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경기청년유니온 발표에 따르면 경기콘텐츠진흥원 넥시드 펀드의 3호 운용사이자 무한책임투자사인 데브시스터즈벤처스는 지난 2021년 프로젝트문 측에 20억 원 규모의 재무투자를 진행했다. 경기도는 지난 2017년 30억 원 규모의 세금을 출자해 해당 펀드를 조성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유경현 도의원에 따르면 경기도의 세금이 이 기업에 직접 투자되지는 않았다. 이종찬 경기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유 의원 질의를 통해 확인한 결과 데브시스터즈벤처스 측의 투자금 20억엔 경기도 세금 출자금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그러나 경기도의 세금이 악덕기업에 투자한 투자사에 경기도의 콘텐츠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상징성을 부여하였다면, 이 역시 세금이 정당하게 사용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기도의 세금을 악덕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투자사가 투자 기업을 잘못 골랐다는 책임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비록 경기도의 자금이 직접적으로 악덕기업에 제공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상검증과 이에 따르는 부당해고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경기도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짓밟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경기도의회는 ESG 경영 활성화 지원 조례를 내놓았고,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ESG 경영 활성화 지원 조례에 의해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한다"라며 "부당해고는 ESG의 사회, 지배구조 문제를 심각하게 위반한다. 경기도는 행동으로 선언에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6월 열린 경기도노사민정협의회에서 경기청년유니온 등과 함께 'ESG실천을 약속'하는 공동실천선언을 사회적 약속으로서 선언한 바 있다.

문제가 된 게임사 프로젝트문의 '부당해고' 사건은 지난 2016년 '김자연 성우 하차 사태'로 부터 이어져 온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의 연장선 상에 있다.

앞서 모바일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제작사 '프로젝트문'은 지난달 25일 김지훈 총괄디렉터(대표) 명의의 공지를 통해 "논란이 된 직원분과 계약은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여성이 비키니 안 입어서'? 게임업계 또다시 '페미니즘 검증' 논란)

당시 해당 게임의 남성 유저들 사이에선 '게임 내 여성캐릭터의 노출이 적다'는 등 이유로 게임사 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시작됐는데, 이에 입사 전 개인 SNS로 불법촬영 규탄시위 등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던 직원 A 씨가 이들의 표적이 됐다.

이후 이용자들은 게임 리뷰 점수에 1점을 주는 방식의 별점테러를 진행했고, 일부 이용자들은 25일 당일 프로젝트문 본사를 직접 찾아가 대표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해고 공지는 남성이용자들의 이 같은 공격이 이어진 지 반나절 만인 25일 밤에 이뤄졌다.

▲게임사 프로젝트문의 게임 <림버스 컴퍼니> 속 여성캐릭터의 모습. 일부 남성이용자들은 해당 캐릭터가 '노출이 적다'는 이유로 게임사 직원들에 대한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진행했다. ⓒ림버스컴퍼니 홈페이지 캡처

경기청년유니온은 "(회사는) 악성사용자들에게 '페미니스트'로 찍힌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해 사규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를 밝혔으나, 이는 징계 사유도 되지 않으며, 적법한 징계 절차도 밟지 않은 부당해고임이 분명하다"라며 "사규로는 직원을, 더군다나 정규직을 해고할 수는 없으며, 심지어 입사 전에 일어난 일에 사규를 소급적용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기업의 사내문화, 고용 안정성 보장, 노동이사 및 사외이사의 선임 및 이사회 참여 보장은 ESG경영의 주요 지표"라며 "(경기도의 ESG 실천 선언은) 2023년의 일이나, 2021년의 투자 역시 이 ESG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투자자는 투자금을 집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간섭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ESG 실천을 약속한 경기도 측이 공적 투자운용사가 얽힌 경기도 소재 게임사에서 일어난 '부당해고'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넥시드 펀드를 통해 2021년 기준 829명의 고용창출이 일어났다고는 하나, 그렇게 채용된 정규직 노동자마저 창조된 거짓 논란으로 밤 11시에 불법적인 사유로, 불법적인 절차인 전화를 통해 해고통지를 당한다면 이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물으며 "경기도의 자금이 노동자의 착취에 사용된다면 이를 단호히 막아서야하는 것이 아닌가"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프로젝트문 측에 재무투자를 한 넥시드 펀드 운용사 데브시스터즈벤처스에 대해서도 "(부당해고)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의 투자가 재무적 투자의 취지인 ‘투자를 통한 이익금 회수’에 도움이 되겠는가" 물으며 "투자를 받은 기업이 근로기준법이라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이라도 지키도록 경영권에 간섭하는, 투자자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를 수행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과감히 (투자를) 손절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 참여한 도의원들은 앞으로 "행정감사를 통해 경기도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유경현 도의원은 A 씨에 대한 부당해고를 요구하기 위해 일부 이용자들이 프로젝트문 본사를 찾은 일을 두고 "게임회사에 급작스럽게 들이닥치는 사용자로 인한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노동위원회 서현옥 도의원은 "경기도가 투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유사사례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경기도 세금이 들어간 펀드의 운용사를 선정할 때 ESG 경영을 하는 회사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회사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이유로 한 프로젝트문 측의 부당해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시 프로젝트문 본사 앞에선 일부 유저들이 해당 문제를 규탄하는 '트럭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시위 주최 측은 트럭 위 전광판을 통해 "불법촬영·몰카 반대가 해고의 이유? 시대를 역행하는 프로젝트문 행보를 규탄한다", "사칙 위에 노동법이 존재한다" 등의 문구를 송출하는 방식으로 해당 게임사의 해고행위를 비판, 해고된 직원의 보호 및 해고절차에 대한 진상규명, <림버스 컴퍼니> 이용자 환불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김자연 사태' 이후 최소 14명의 여성 노동자가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휘말려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이 같은 사상검증 피해가 이어지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0년 "사상 및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여성 작가 배제 관행은 여성혐오이자 차별"이라는 취지의 결정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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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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