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격에 밀값 폭등, "흑해서 우크라 가는 배, 군용선 간주" 으름장까지

백악관 "러, 민간 선박 공격 가능성"…푸틴, 8월 남아공 브릭스 대면회의 불참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서 이탈한 뒤 우크라이나가 다른 수송로를 찾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군사 화물 수송선으로 간주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에 대한 공격도 3일 연속 이어가며 협정 만료에 못을 박는 모양새다.

러시아 국영 RT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각) 성명을 내 "흑해곡물협정이 종료되고 해상 인도주의 통로가 폐지됨에 따라 모스크바 시각으로 20일 0시부터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 군사 화물 수송선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 국방부는 또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선박이 소속된 국가는 "우크라이나 정권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참여하는 것"으로 여기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7월 유엔(UN)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가 흑해 봉쇄를 풀고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막지 않도록 했지만 러시아 쪽은 자국 농산물과 비료 수출 보장 등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지난 17일 협정 만료를 선언했다.

러 국방부는 이날 흑해 공해상 특정 지역 항해가 "일시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며 새 항행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러 국방부는 해당 지역의 정확한 위치는 특정하지 않은 채 공해의 북서부와 남동부라고만 설명했다. 흑해 북서부엔 곡물협정에 따라 안전한 수출을 보장 약속 받았던 우크라이나 남부 주요 수출항 오데사 등이 위치한다. 흑해 남동부엔 협정 중재국이었던 튀르키예(터키)의 여러 항구가 있다. RT는 이날 러 국방부의 성명이 "2022년 7월 흑해곡물협정에 따라 해제됐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해상 봉쇄를 사실상 재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쪽은 러시아가 곡물협정에서 이탈한 17일 협정을 중재했던 유엔(UN)과 튀르키예(터키)에 러시아 없이 흑해 수출을 지속하자는 제안을 보냈지만 러시아 쪽은 이를 허용할 생각이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로이터>를 보면 우크라이나 쪽은 19일 루마니아를 통해 흑해 수출을 재개할 임시 회랑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루마니아 인근 또한 러 국방부가 "위험"하다고 으름장을 놓은 흑해 북서부에 위치한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이날 애덤 호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 당국자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접근로에 추가로 기뢰를 설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러시아가 흑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그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이에 더해 곡물협정 만료를 선언한 17일부터 3일 연속으로 수출용 곡물이 비축돼 있는 오데사에 공격을 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영상 연설을 통해 간밤 러시아가 중국으로 운송될 예정이었던 6만 톤(t)의 곡물이 저장돼 있는 항만 터미널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데사 항구에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운송됐어야 할 100만 톤의 식량이 보관돼 있다며 러시아 테러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오데사 공격을 시작하며 국제 밀값은 크게 요동쳤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밀 선물 가격은 17일 밤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9일 밤까지 이틀 동안 13.5%나 뛰었다. 호주 ABC 방송을 보면 호주에 기반을 둔 농식품 시장 분석 회사인 에피소드3(EP3)의 공동 설립자 앤드류 화이트로는 러시아의 곡물협정 중단 선언으로 이미 놀란 시장이 오데사 공격을 "곡물협정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해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러 국영 <타스> 통신을 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내각 회의에서 러시아 쪽이 요구했던 조건들이 지켜질 경우 곡물협정 "복귀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며 다시금 서방에 대러 수출 및 금융 제재 해제를 압박했다.

한편 CNN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에 참석하지 않기로 해 남아공이 다소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은 19일 남아공 대통령실이 "상호 협의에 따라" 푸틴 대통령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해당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아동을 러시아로 불법 이주시킨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에 ICC 회원국인 남아공은 체포에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전날 남아공 하우텡 고등법원 명령으로 공개된 법원 서면진술서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브릭스 정상회의 때 푸틴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 1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곡물 수출항 오데사에서 소방대원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불붙은 보관 시설을 진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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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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