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 김은경 혁신위, '혁신' 대신 '설화'만?

김은경 "불체포특권 포기는 응급조치"…서복경 "이재명 지키기委? 틀린 생각 아냐"

출범 한 달을 맞은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연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수용을 당에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혁신위 관계자들로부터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나오면서 오히려 설화를 자초, 반대파에 공격의 빌미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18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호 쇄신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 "헌법 개정 사항이니까 한시적인 측면의 조치, 응급조치"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열을 내리기 위한 응급조치였지 그걸 혁신안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옹색하지 않겠냐"면서 "국민 민생이 심각한데 그러니까 그런 일에 전념하지 말고 좀 의연해라. 그래서 그 부분을 좀 정리해주고 나가야 저희들이 소위 말하는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의원들이 나올 거 아니냐. 그럼 그 의원들에게 이게 구속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없다"면서 "헌법을 개정해야지 구속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그러면 결국 몇 달짜리 서약밖에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추가 지적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그렇다"면서 "지금 현재로서는 그렇게 하고 지금 일에 전념해라, 그런 취지"라고 했다.

지난 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당론 결의를 추진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날 열리는 의총에서 최종적으론 당론 채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가는 길이 어려워서 그렇지 다 총의를 모아주실 거라 생각한다. 국민을 넘어서 갈 수는 없는 거니까 국민들 전체가 보았을 때 당당한 민주당을 원하기 때문"이라면서, 아울러 "이것이 영원히 끝까지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끝까지 그것을 포기할 수 있는 권리는 분명히 아니"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제안 취지를 공감하고, 그걸 반영하는 노력은 하겠다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혁신위가 제안한 의원 전원 서약서 대신 입장문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가 '친명' 일색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민주당의 혁신위고 민주당의 호신위"라며 일축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위원장 지명을 받고, 4~5일 동안 여러 어른께 추천을 받고, 위원들을 선정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이 단 한 분도 없다"며 "대선·본선 때 (이재명 대표) 지지 선언, 정책 연구하신 분이라고 해서 친명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대선 때 1번 찍은 사람은 다 '친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혁신위가 공천 규칙과 대의원제도를 손 볼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해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인데 '공천 룰'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국민이 원한다면 안 다룰 순 없다"며 "그 무엇도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의원제와 관련해선 "폐지가 될지 어떤 식으로 유지가 될지는 지금 저희들이 굉장히 심각하게 논의 중에는 있다. 폐지에 대한 것이 한 60% 정도 의견이 올라왔다"면서 "모든 역학관계 그 다음에 우리들의 당 역사(를 살피겠다)"고 했다.

다음날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회동에 대해선 "깨복쟁이 친구처럼 어깨동무하고 나온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며 "수해로 국민이 고통받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두 분이 어깨동무하면 그분들을 지지하는 분들이 다 나서서 스크럼을 짜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해 당 내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해선 "앞뒤가 잘린 발언"이라며 "저도 당혹스럽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절체절명 상황에서 당 원로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본인(이 전 대표)이 잘 아실 것"이라며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 전 대표가) 그러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설훈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명정대한 혁신을 이끌어야 할 혁신위원장이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는 무엇인가"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인터뷰 내용을) 복기해 보면, '이 전 대표는 원로이신데 자기 계파를 살리려고 정치적인 언행을 하실 것 같지 않다. 결국 그 분은 오히려 당을 통합하는데 역할을 하실 걸로 기대한다'고 했는데 앞뒤 자르고 연결하니까 저도 당혹스럽다"며 "설 의원도 충분히 서운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 대선 패배 이유에 대해선 "거대여당으로 받았던 180석, 그 과정에서 다소 오만함이 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본인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어떤 개선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체질 개선을 못했고 결국은 자가치유 능력을 못 가졌고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무슨 코인 사건이니 돈봉투 사건이니 그것이 일탈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서도 여기까지 와서 결국은 혁신위를 불러내는 것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서복경 혁신위원도 같은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김은경 혁신위가 '친명 혁신위',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오명을 듣는다는 지적에 대해 "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서 혁신위원은 "아직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탄핵에 이르는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 지도부를 전제로 놓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퇴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혁신위가 판단하거나 안 하거나 할 영역이 아니"라며 "민주당의 당원과 국민 선거인단이 당헌·당규에 따라서 선출된 것이기 때문에 교체되는 것도 그 당의 당헌·당규에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서 혁신위원은 말했다.

혁신위가 연이은 선거 패배를 진단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으면 저희가 왜 왔겠나. 그러니 당연히 평가는 해야 한다"면서 "이 대표 체제에서 기인한 문제도 있고 문재인 정부 5년에서 기인한 문제도 있다. 더 길게 역사적으로 한 20년 된 문제도 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제도적 측면, 실행 프로세스나 시스템 문제, 당원과 의원의 행동의 문제 이런 것을 쭉 나눠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문제에 대해서는 "지도부에서 존중하기로 발표가 나고 의원총회에 안건이 상정된 것도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상정한 것"이라며 "그런데 의원들의 의견 논의 과정에서 1차 부결이 됐다. 저희는 오늘 아니면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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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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