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2%, 석유제품 하락 기저효과로 21개월來 최저

근원물가 상승률 3%대까지 떨어져…"기존 전망 다소 웃돌 것"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2년여 만에 2%대로 떨어졌다. 석유류 가격 하락의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3%대로 떨어졌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컸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 100)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2.7%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의 물가상승률은 6.0%에 달했다. 그 뒤로도 올해 1월까지 물가상승률은 8개월째 5%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2월부터 4%대로 떨어진데 이어 4월부터는 3%대에 진입했고, 지난달 들어 2%대까지 내려왔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 비용을 좌우하는 석유류 가격 급락이 물가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별 등락률을 살펴보면, 석유류 제품 물가지수는 118.11을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25.4% 폭락했다.

그 외 축산물이 4.9% 하락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없었다. 오히려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는 25.9% 폭등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은 에너지 비용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즉 그간 급격히 치솟은 석유류 제품의 가격하락 기저효과가 물가지수 하락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실제 소비자가 민감하게 가격 변동을 체감하는 144개 품목으로만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12.99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2.3% 상승했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만 해도 7%를 웃돌았다. 소비자의 체감 물가 수준이 매우 높았던 이유다. 이 지수는 작년 7월 7.9%까지 올라간 후 다소 떨어졌으나 올해 3월까지도 4.4%를 기록해 소비자물가 상승률(4.2%)을 웃돌았다.

하지만 4월 들어 3.7%로 동일한 수준을 기록한 후 5월과 지난달에는 두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파란색 배경)과 생활물가 상승률(붉은색 막대) 비교. ⓒ프레시안

근원물가 상승률도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물가상승률 집계에 포함하는 품목 중 계절 요인 영향을 받는 등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의 상승률을 집계한 통계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참고 요인이 근원물가 상승률이다.

한국식 근원물가지수인 농산물과 석유류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458개 중 401개)의 물가지수는 지난달 110.51을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4.1%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6월부터 1년 간의 흐름만 보면 큰 폭의 하락세가 관측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지난해 6월 이 지수의 상승률은 4.4%였다. 이후 올해 1월 들어서는 5.0%까지 치솟는 등 고공행진을 유지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관련 품목을 모두 제외한 나머지 품목(458개 중 309개)으로 작성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 근원물가지수는 108.70이었다. 이 지수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3.5%였다.

해당 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8월 4.0%까지 치솟아 올해 4월까지 9개월 연속 4.0%를 웃돌았다. 그러나 5월 3.9%까지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3%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대체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의 상승세를 보이던 근원물가 상승률(OECD 기준)은 올해 4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까지 떨어질 때 근원물가 상승률은 4.0%를 유지했다. 지난달에도 근원물가 상승률(3.5%)이 소비자물가 상승률(2.7%)을 크게 웃돌았다.

관련해 한국은행은 지금과 같은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이달까지 유지되겠으나 이후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오전 열린 한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번 달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근원물가에 관해서는 "전망 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지금의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완연히 안정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는 아직 조금 일러 보인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파란색 배경)과 근원물가 상승률(OECD 기준, 붉은색 막대) 비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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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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