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관광 잠수정 탑승자 전원 사망…영화감독 "두 비극 닮아"

타이타닉 잔해 인근서 파편 발견…수년 간 안전 경고에도 업체 쪽 "혁신 방해" 거듭 무시

지난 18일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타닉호 잔해 관광 잠수정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국 해안경비대가 22일(현지시각) 밝혔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미국 해안경비대는 22일(현지시각) 오후 보스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전 타이타닉호 잔해 뱃머리 부분에서 약 488m 떨어진 해저 4000m 지점에서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의 일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는 해당 잠수정의 후미와 압력실 등으로 보이는 주요 5개 파편을 발견했다며 타이탄에서 "내파(implosion·외부 압력으로 구조물이 안쪽으로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존 마우거 미 해안경비대 1구역 사령관은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혹한 환경"이라며 수색을 계속하겠지만 현재로선 주검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타이타닉호 잔해는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섬 세인트존스에서 남쪽으로 600km 가량 떨어진 대서양 해저 38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세인트존스에서 집결 뒤 지난 18일 오전 대서양에서 잠수를 시작한 타이탄은 잠수 시작 1시간45분 만에 지원선과 교신이 끊긴 뒤 실종됐다. 해당 잠수정은 미 해저탐사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운영하는 타이타닉호 해저 관광을 위해 운항 중이었다. 업체는 2021년부터 해당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총 8일 일정인 해당 상품의 비용은 25만달러(약 3억2700만원)에 이른다. 오션게이트 쪽도 이날 성명을 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색이 시작된 뒤 20~21일 해저에서 두드리는 듯한 소음이 감지되며 잠수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지만 마우거 사령관은 회견에서 "소음과 해저에서 (타이탄 파편이 발견된) 위치 사이에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잠수정에서 정확히 언제 폭발이 일어났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해군이 이미 실종 당일 타이탄 잠수정 폭발음으로 추정되는 소리를 감지했다고 미 국방 관리들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매체는 해군이 이를 해안경비대 쪽에 알렸고 이 정보가 수색 범위를 좁히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타이타닉>을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22일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가 타이타닉호 침몰과 닮아 있다며 침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타이타닉이 침몰한 것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장이 가시성이 매우 낮은 달이 없는 밤에 빙원을 항해했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사고 잠수정 운항 회사인 오션게이트 쪽이 안전 인증을 거부해 온 것과 겹쳐 보이며 "초현실적인 아이러니"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미 2018년부터 내부 전문가, 업계 인사들, 심해 탐사 전문가 등은 오션게이트 쪽에 타이탄의 안전성에 대해 경고했고 더 많은 검사와 안전 인증을 촉구했다. 그러나 스톡턴 러시(61) 오션게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업계 표준 및 규제가 혁신을 방해한다며 인증을 거부해 왔다. 러시는 이번에 실종된 잠수정에 조종사로 탑승했다. 

지난해 타이탄에 탑승한 미 CBS 방송 기자 데이비드 포그는 승선 당시 업체 쪽에서 타이탄이 "실험용 선박"으로 "어떤 공식 규제 기관의 인증 및 승인도 받지 않았으며 탑승이 신체적 상해 및 정신적 트라우마 혹은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서류를 제시해 이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오션게이트 쪽은 타이탄 탑승자가 잠수정을 직접 운항한 자사 CEO 러시, 영국 억만장자인 민간 항공기 중개사 액션항공 설립자 해미시 하딩(58), 파키스탄 재벌 샤자다 다우드(48)와 그의 아들 술레만 다우드(19), 타이타닉호 전문가인 프랑스 탐험가 폴 앙리 나졸레(77)라고 밝혔다.

미 CNN 방송은 러시의 배우자 웬디 러시는 타이타닉호에서 숨진 독일계 사업가 이시도르 스트라우스의 고손녀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웬디 러시가 오션게이트에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로 근무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에 칼럼을 쓰는 아르와 마다위는 매체에 22일 게재한 칼럼에서 억만장자가 관련된 타이탄 잠수정 실종이 이번 주 내내 영어권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받으며 지난 14일 500명 이상이 실종된 그리스 인근 해역 난민선 전복 사고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과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 한 명의 실종된 억만장자가 수백 명의 실종된 이주민들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타이타닉호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이 대서양에서 실종된 가운데 22일 선박 여러 대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미국 해안경비대는 타이탄 탑승자 5명 전원이 내파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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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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