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 끊긴 타이타닉호 관광 잠수정…영국 억만장자 등 5명 실종

미 해저탐사 업체서 운영·참가비 3억 원 달해…비상용 산소 최대 나흘치 뿐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둘러보기 위해 대서양으로 나선 관광 잠수정이 실종돼 미국 해안경비대가 수색에 나섰다.

19일(현지시각) 오후 4시30분께 미 해안경비대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오전 케이프코드 해안에서 동쪽으로 900마일(1448km) 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현장 수송선인 캐나다 연구선 폴라프린스호와 연락이 두절된 잠수정을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존 마우거 미 해안경비대 1구역 사령관은 타이타닉호 잔해 인근에서 잠수 뒤 1시간45분 만에 연락이 끊긴 해당 잠수정이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을 태우고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잠수정이 비상시 최대 96시간을 버틸 수 있는 산소를 탑재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구조에 투여할 수 있는 시간을 "70~96시간" 가량으로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 미 CNN 방송, 영국 BBC 방송 등을 종합하면 해당 잠수정은 미 해저탐사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잠수정 타이탄으로 업체는 2021년부터 타이타닉호 해저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타이타닉호 잔해는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섬 세인트존스에서 남쪽으로 600km 가량 떨어진 대서양 해저 3800m 지점에 가라앉아 있다. 8일 일정으로 짜여진 해당 상품의 비용은 25만달러(약 3억2000만원)에 이른다. 타이탄은 길이 6.7m의 5인승 잠수정으로 수심 4000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탑승자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국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탐험가인 해미시 하딩(58)과 그가 설립한 항공기 중개사 액션항공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탐사에 하딩이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SNS를 참조하면 탑승 예정자들은 세인트존스에 17일 집결을 마쳤고 18일 오전 4시께 잠수를 시작했다. 

하딩은 2021년 4시간15분 간의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잠수로 한 번의 잠수로 해저 가장 깊은 곳에서 오랜 기간 머문 기네스 기록 등 탐험 관련 기네스 기록 3개를 보유한 저명한 탐험가다. 지난해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로켓을 이용해 우주 여행에 나서기도 했다. 하딩은 타이타닉호 전문가 중 하나인 프랑스 탐험가 폴 앙리 나줄레트(73) 또한 이번 여행에 함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당 상품을 이용해 타이타닉호를 탐사한 미 CBS 방송 기자 데이비드 포그는 1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탑승객들이 제 시간에 구조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당 잠수정엔 표면으로 다시 떠오를 수 있게 하는 7가지 기능이 있는데 그 중 아무 것도 작동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저에서 위치정보시스템(GPS) 및 통신이 작동하지 않고 지원선이 잠수정 바로 위에 있을 때만 짧은 문자 메시지 전송이 가능할 정도이며 잠수정에 탈출 장치가 없는 점도 구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 탐사 때도 잠수정이 3시간 가량 길을 잃고 헤맸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해당 잠수정의 통신 장비나 상승과 하강을 조정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고 해중 잔해에 엉켜 수면으로 돌아오는 것을 방해 받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잠수정이 2시간30분 간 하강 예정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락이 두절된 1시간45분 시점에선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을 수 있어 구조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잠수정은 상승과 하강에 각 2시간30분씩을 소요하고 총 8시간 동안 잠수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마우거 사령관은 "외딴 지역이라 수색에 어려움이 있지만 선박 위치를 파악하고 탑승자를 구조할 수 있도록 모든 자산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1912년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타이타닉호는 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해 좌초했고 이 사고로 승객 2200명 중 1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1985년 잔해 발견 뒤 연구자, 보물 사냥꾼 등 다양한 이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고 1997년 영화 <타이타닉>이 성공을 거두면서 재조명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과학자들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타이타닉호 관광으로 인해 잔해가 훼손되고 있다고 경고했고 1500명이 사망한 현장이 무덤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지만 관광이 지속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연구자들이 관광으로 인해 타이타닉호 잔해가 음료수병과 맥주병으로 뒤덮였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침몰한 여객선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보려는 관광객을 위해 운영되는 심해 잠수정이 실종돼 19일(현지시각) 미국 해안경비대가 수색작업에 나섰다. 사진은 2021년 6월 잠수정을 소유한 미국의 해저탐사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공개한 잠수정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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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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