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은 일본 정부의 쓰레기통이 아니다

[함께 사는 길] 일본산 방사능 오염 실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제1 원전 1, 2, 3호기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며, 수소 폭발이 일어나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지 12년이 지나고 있다.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동일본 지역이 광범위하게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었고,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퍼붓는 냉각수로 인해 매일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약 132만 톤이 저장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쌓아둘 곳이 없다는 이유로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고, 현재 도쿄돔 11개 분량으로 추정되고 있는 방사성 제염토 역시 처리가 어려워 일본 전 지역에 걸쳐 재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사고가 완전히 통제되고 있고, 방사성 오염수와 식품에서의 방사성 물질을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체는 그렇지 못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이 일본 정부가 공개하는 보고서를토대로 일본산 식품의 방사성 물질 실태조사를 시작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의 방사성물질 검출률을 보면 검출률이 오히려 해마다 증가하며 2021년부터 급증했다.

ⓒ함께사는길

일본 식품에서 방사성 물질 검출 증가

일본 정부는 2022년도에 총 3만6115건의 농수축산 식품을 대상으로 방사성 물질(세슘-134와 세슘-137)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여 공개하고 있다. 식품 종류별 방사능 검사 결과를 보면 수산물은 5.3%, 농산물은 21.1% 축산물은 2.6%, 야생육은 29.0%, 가공식품 6.3%, 유제품 0.3%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되었다.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해도 방사성 물질 검사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검출률은 오히려 증가추세를 보여 일본산 농수축산물의 방사성 물질 오염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수산물 중 곤들메기, 산천어, 잉어, 브라운 송어 등의 민물고기에서 여전히 기준치(100Bq/kg) 이상의 세슘이 검출되었다. 해수어는 농어, 뱅어, 곤쟁이, 명태 등 세슘이 검출되는 종류는 늘어났으나 검출량 20Bq/kg 이하로 세슘이 검출되고 있어 예년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함께사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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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후생노동성의 자료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2022년 1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1400Bq/kg의 세슘이 검출되었던 이력이 있고, 2023년 2월 후쿠시마 어협이 잡은 농어에서 85.5Bq/kg이 검출되어 출하가 정지되었다. 일본 정부가 바라는 것처럼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오염이 안정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에서의 세슘 검출보다 인근 현 수산물에서의 세슘 검출이 늘어났다.

한편 2022년 후생노동성의 자료 중 농어의 세슘 검사만 보면 241건의 농어를 검사하고 116건에서 세슘이 검출되었으나, 후쿠시마산 농어에서는 검출 건수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농어뿐 아니라 해수어 검사 전체에서 후쿠시마산 해수어의 검출률이 0%이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강과 하천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고, 통제하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오염된 지하수 중 일부가 여전히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방사성 오염이 사고 초기보다 안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방사성 물질이 흘러들고 있는 가운데, 후쿠시마산 해수어에서만 세슘이 검출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 역시 이에 대한 해답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방사성 물질 오염 식품을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지역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검출률이 5.83%로 수입 허용 지역 0.83%보다 약 7배 높게 나왔다.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는 유지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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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일본산 식품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제공하는 식품 방사성 물질 검사 자료는 조사 설계, 샘플 분석 및 과정에 결함이 있다. 식품의 정밀 검사와 간이검사가 뒤섞여 있으며, 식품 검사 샘플을 선정하는 기준조차 제공이 되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가 일본산 식품을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공되고 있는 정보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너무 부실하다.

불확실하게 제공된 데이터만을 가지고도 식품에서의 방사성 물질 오염 증가가 확인되고 있고, 후쿠시마현과 인근 7개 현의 식품에서의 방사성 오염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끝나지 않았고 식품에서의 방사성 물질오염은 지속되고 있고, 방사성 식품 관리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다.

또한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가 예상되고 있고, 방사성 제염토의 농지 재활용 정책 등으로 식품에서의 방사성 물질 검출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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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다. 그럼에도 수산물에서의 방사성 물질 검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수산물에서의 방사성 오염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정말 더 이상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먹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육상에 장기 보관할 수 있다. 태평양은 일본 정부의 쓰레기통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투기를 당장 포기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강력히 반대하고,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유지·강화를 재확인해야 한다.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한다면'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취해서는 국민의 안전과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방사성 오염수의 장기 보관을 요구하고, 모든 외교적 역량을 동원해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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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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