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사태'로 알게 된 12억 내고 400억 번다는 코인의 세계

[정희준의 어퍼컷]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김남국 의원이 위믹스 뿐 아니라 다수의 신생 코인에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담대한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안 된 이른바 '잡코인'에 거액을 투자하는가 하면 그 액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서 "자기 돈 아니지 않을까"라는 의문과 내부자 정보에 의한 거래 아닐까 하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투자금의 가치가 백억원을 넘나들었다 하고 매수, 매도 기록이 1천 회를 넘어서니 이 정도면 '전문가' 수준도 아니고 '선수' 아니냐는 비난으로까지 이어진다.

아무리 일확천금 대박을 노리더라도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에 접어든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이런 엄청난 거액을 베팅할 수 있을까?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궁금증은 이 업계의 작동방식을 알고서야 이해가 됐다.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12억이면 된다.

한 중소기업의 P 대표. 3년 전 그는 코인 개발회사 대표를 만났다. 코인회사 측은 코인을 설계해주고 상장까지 시켜주는 조건으로 설계비 5억원, 상장피(fee) 7억원을 제시했다. 설계 기간은 한달, 넉넉하게 잡아도 한달 반이면 된다고 한다. 홍콩으로 우회 상장 계획인데 자신들이 소유한 차명계좌, 즉 전자지갑이 16만 개가 넘고 이들을 통해 전산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이른바 작전을 하더라도 안 걸린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얼마를 벌까? 최하 200억에서 400억 원까지. 자기들이 200억에서 400억까지 올려줄 테니 그때 팔고 빠지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운 좋으면 그 이상의 초대박도 가능하다. 설계에서 팔고 나올 때까지의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6~7개월이면 모든 게 끝난다고 한다. 이 바닥은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떴다방 수준이다.

회사의 재무재표나 평판 같은 것은 아무 상관 없다. 다만 개발업자들이 내건 조건이 있긴 했다. 첫째, 바람몰이할 수 있는, 즉 이슈가 될 수 있는 테마를 정하는 것, 둘째, 멋진 코인 이름 만들어오는 것, 그리고 셋째, 코인이 만들어지면 자기들 지분 20%를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400억 원을 번다면 돈 댄 쪽이 320억 원, 설계하고 상장시킨 개발사가 80억 원을 먹는 것이다. 이제야 저 수많은 코인들의 신통 발랄(?)한 이름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전주(錢主)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이 분야가 설계자도 자기 지분을 갖는, 서로 윈윈하는 분야인 것도 알게 되었다.

개발사 대표와 임원을 여의도에 위치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밀집된 빌딩에서 만났는데 모두 30대 초중반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개발해 상장한 코인들 레퍼런스를 보여줬다. 한때 재벌급이었던 한 회사가 만든 코인도 확인했다. 그때 알게 된 게 여기는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제약 없이, 시드머니만 있으면 누구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 주식회사는 자본금에 비례해서 주식의 수가 결정되지만 당시 코인의 세계에선 그런 게 없다. 백만 개, 천만 개 마음대로 찍어내면 된다.

그들이 몰빵하는 이유

이들은 P 대표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자신들이 소유한 수퍼카 이야기를 꺼냈다. 한 대가 아니란다. 설마 하니까 사진도 보여주고, 헤어질 때 아예 지하주차장에 데리고 가서 람보기니 아반타도르(약 8억 원)와 부가티(약 30억 원)가 나란히 서있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코인개발업에 수퍼카 딜러들이 참여하는 이유가 이것인가 싶다.

이들에게 돈이란 그저 숫자일 뿐이다. 그래서 30억, 60억 몰빵이 가능한 것이다. 개발업자들은 우선 손해를 볼 일이 없다. 전주만 구하면 된다. 그러다 대박 하나면 세상을 다 얻는다. P 대표 왈 "너댓 개 작업하면 그 중 하나는 대박 아니겠어요?" 설계에 이어 상장도 공식이 있는 듯 말하는 이들을 보면 업빗이나 빗섬에도 아는 사람이 있는 듯했다.

새로운 코인을 기다리며 희망을 놓지 않는다

정부가 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을 회피하던 그 시기, 젊은이들은 코인에 불이 붙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테마만 보고, 유언비어와 찌라시를 믿고 투자했다. 실패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들 개미들은 새로운 코인이 계속 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음 코인에 희망을 건다. 개미들은 코인 가격이 올라갔다가 빠진다는 것을 알고 올라타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슈가 될만한 코인, 차트나 그래프의 흐름이 예전 성공했던 코인과 비슷한 코인을 찾아 헤맸다. "나도 먹고 빠지겠다," "1억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희망에 다음에 나올 새로운 코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특히 돈 잃은 청년들이.

가상 자산에서 돈 벌어 실물 자산 사는 코인업자들

그렇다면 코인 개발업자들은 지금 무엇을 할까. 그때 돈 벌어서 지금도 계속 가상화폐 쪽에서 일할까? 웃기게도 그들은 가상화폐에서 돈을 벌어서 상가, 땅, 빌딩 같은 실물자산을 샀다. 그들도 코인이라는 게 거품이고 사기성 투기라는 것을 잘 아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빌딩 사서 월세 받고 지내며 필리핀 카지노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결국 손해를 봤다는 김남국 의원이 사기를 당한 피해자냐, 아니면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이냐 의혹이 분분하다. 이에 P 대표는 "같이 한 거지"라고 답한다. 개발업자는 제작, 상장해서 띄워주기만 하지 매도는 각자 알아서 하는 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P 대표는 결국 코인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그는 코인업체 대표를 만날 때 IT전문가인 임원과 동행했다고 한다. 회의가 끝난 후 그 임원은 "저 사람들 말이 거짓말은 아닌 거 같"다면서도, "돈은 벌겠지만, 대표님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어지는 임원의 말에 결국 P 대표는 생각을 접었다.

"엄청나게 많은 피해자들이 생길 텐데요."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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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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