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언론자유 4계단 추락해 세계 47위

국경없는기자회 발표…日 68위, 中 179위, 北 꼴찌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가 1년 사이 네 계단 하락했다.

3일(현지시간)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3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세계 47위로 매겨졌다. 작년 43위에서 네 발짝 뒤로 물러났다.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1위를 기록해 역대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대체로 노무현 정부 때 30~40위권을 오갔고 이명박 정부 들어 40~60위권으로 추락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언론 자유 지수가 가장 나빴다. 2016년에는 70위까지 떨어졌다. 박근혜 정권 내내 언론 자유 지수는 50~70위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 때는 다시 40위권으로 올라섰다. 대체로 41~43위를 오르내렸다.

RSF는 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각국의 언론 자유 환경을 조사하고 이를 좋음-양호함-문제 있음-나쁨-매우 나쁨의 다섯 단계로 나눠 분류한다.

RSF "한국 언론 자유는 '양호'하지만..."

한국은 이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자유도가 보장된 집단인 '양호함' 그룹에 포함됐다. RSF는 한국을 두고 "한국은 언론 자유와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면서도 "전통과 기업의 이익 때문에 언론인이 감시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광고주인 대기업의 입김에 언론이 종속돼,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언론 환경을 두고 RSF는 "400개 이상의 방송사와 600개 이상의 일간지로 풍부한 미디어 환경"을 갖췄고 "많은 네티즌은 네이버와 같은 정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대중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세부적으로 RSF는 "(신문 시장에서는) 보수 신문이 한국의 인쇄매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방송의 경우는 "KBS가 지배하는 방송 부문이 (신문 시장보다) 더 큰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부가 고위 경영진 임명권을 가져 편집 독립성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RSF는 한국의 명예훼손 고발이 언론 자유를 해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RSF는 "정보 자유에 관한 한국의 법률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만, 명예훼손은 여전히 7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로 취급된다며 "이로 인해 언론 매체가 개인이나 회사의 이름과 같은 주요 세부 사항을 생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RSF는 "한국 언론은 정치인,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을 받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언론 소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SF는 한국언론재단의 2018년 보고서를 인용해 "조사에 응답한 기자의 27.6%가 특히 명예훼손(78.3%)으로 고소를 당했"으며 소송 원고의 "거의 3분의 1이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29%)"이라고 밝혔다.

RSF는 명예훼손과 관련해 특히 국가보안법 역시 문제로 꼽았다. RSF는 "북한과 관련한 민감 정보를 유포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을 경우 "기자도 최대 7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언론 환경이 자본에 종속된 점을 RSF는 가장 큰 언론 자유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RSF는 "한국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편집 환경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회사 수입이 편집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고에 크게 의존"하는 건 문제라고 진단했다.

RSF는 이어 2021년 한국언론재단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국 언론인 60퍼센트 이상이 광고주를 언론 자유의 위협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기타 산업에 속한 기업이 점차 더 많은 언론 매체를 인수"하는 건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세계 68위의 언론 자유 평가를 받았다. ⓒRSF

"중국, 세계 최대의 언론인 감옥"

한국과 같이 '양호함' 그룹에 포함된 국가는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호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탈리아 등이었다.

전 세계에서 언론 자유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였다. 노르웨이는 7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아일랜드가 2위였고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포르투갈. 동티모르가 순서대로 3~10위를 기록했다. 대체로 복지 강국으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이 언론 자유 지수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경제력으로 경쟁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 타이완이 35위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타이완을 두고 RSF는 "일반적으로 언론 자유 원칙을 존중"하지만 "언론인들이 선정주의와 이윤 추구가 지배하는 매우 양극화한 언론 환경"에 처했다고 평했다.

일본은 68위에 머물렀다. RSF는 일본 언론 환경을 두고 "일본은 언론 자유와 다원주의 원칙을 지지"한다지만 "전통, 경제적 이익, 정치적 압력, 성 불평등의 압력으로 인해 언론인이 정부에 책임을 묻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고 일침했다.

최근 가혹한 변화를 겪고 있는 홍콩은 140위에 머물렀다. RSF는 "한때 언론 자유의 보루였던 중국 홍콩특별행정구는 2020년 베이징이 국가보안법을 채택한 이후 전례 없는 좌절"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세계적 비판을 받는 러시아는 164위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거의 모든 독립 미디어가 '외국 요원',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으로 분류돼 대중으로부터 금지, 차단"당했다며 "다른 모든 것은 군사 검열 대상"이라는 게 RSF의 평가다.

중국은 179위로 꼴찌 바로 앞이었다. RSF는 중국이 "언론인을 위한 세계 최대의 감옥"이라며 "중국 정권은 전 세계적으로 저널리즘과 정보 권리를 탄압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꼴찌는 북한이었다. RSF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정권의 하나인 북한은 정보를 엄격히 통제하고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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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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