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에 '5000만 손배' 서울시, 손해액 증거는 無?

"서울교통공사 소송은 관 비판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

서울교통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상대로 51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음에도.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장연 활동가들과 소송대리인 측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공사가 제기한 손배소송이 "금전적 손해라는 압박을 주어서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을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은 지난 2021년 11월 시작됐다. 당시 공사는 그해 1월부터 11월까지 7차례 진행된 전장연 측 지하철 탑승 행동으로 "공사 측이 미승차 운임 감소분, 지연 반환금, 현장지원 인건비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어 공사는 올해 1월 해당 소송의 손해배상 청구액을 5100만 원 상당으로 증액했는데, 전장연 측은 해당 청구과정에서의 증액분 산출 근거를 문제로 지적했다.

전장연 측 소송대리인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청구 과정에서 공사 측이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청구액을 증액하면서도 공사가 제출한 것은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산출하였다는, 구체적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내역표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공사가 밝힌 6억 원 규모의 2차 손배소송 건도 문제가 됐다. 당시 공사는 △열차운행 불능 손실 비용 4억3709만 원 △인건비 1억5427만 원 △지연 환불금 962만 원 등 '총 6억145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전장연 및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상대로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해당 소송이 실제로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관련기사 ☞ "전장연으로 손실 4450억" 발생했다는 서울시, 교통약자의 '손실'은?)

박 변호사는 "(공사가 밝힌) 2차 소송과 가압류 청구서는 실제로는 아직 법원에 제출되지도 않았다"라며 "실제 소송절차는 진행하지 않은 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재산상 불이익을 이야기하며 전장연을 위축시키는 언론플레이만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공사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목적이 손해를 배상받는 것 자체가 아님을 보여준다"라며 해당 소송의 성격이 "정부나 지자체가 자신들의 정책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명예훼손, 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거는 것"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장연 측이 지적한 '전략적 봉쇄소송이'란 '공적 관심사나 사회적 중요성이 있는 실체적 문제에 관하여, 정부의 행위나 그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이루어진 의사전달과 관련하여 비정부단체나 개인을 상대로 제기되는 민사소송'을 말한다. 

박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전략적 봉쇄소송은 "공론장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안을 법정으로 이동시켜 공론을 위한 공중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리고, 시민들의 정당한 정치적 표현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낸다. 미국의 경우 정부 및 지자체 등이 제기하는 소송의 성격이 명백한 봉쇄소송으로 보일 경우 "조기각하나 약식판결을 통해 소를 종결하도록" 한다.

전장연 측은 "이 사건 소송은 지하철 전 역사 1동선 확보라는 오래된 약속을 달성하지 못한 서울시가 책임을 지고 전장연 및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할 사안"이지만 시가 이를 가로막은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며 재판부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 소권의 남용으로 각하되어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경석 대표는 "신뢰를 갖고 기다렸지만 (정부 등은)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지 않았다"라며 "전장연 죽이기 소송을 멈추고,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운데), 박한희 변호사(왼쪽) 등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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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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