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진료금지'로 의료비 부담 낮추어야 한다

[기고] 급여와 비급여 혼용 금지하는 '혼합진료금지' 도입해야

병‧의원 이용에 있어 의료비 부담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높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인식하는 의료서비스 불만족 이유 중 1순위는 높은 의료비다. 동 조사가 시행된 지난 15년(2008~2022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불만족 이유 중 눈에 띄는 또 한 가지는 과잉진료이다. 과잉진료를 불만족 이유로 꼽는 비율은 2008년 22.5%에서 2022년 31.6%까지 상승했다. 국민들의 불만을 초래하는 과잉진료나 과도한 의료비 부담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기인한 문제이나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대책이 대표적이다. 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의료비 영역이 커지면 개인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부담은 감소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 대책을 통한 의료비 감소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전체 의료비 중 개인이 모두 부담하는 비급여 영역 때문인데 비급여 비용 증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의료비 감소 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1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년도 65.3%에서 64.5%로 하락하였으며 이 같은 보장률 하락에는 비급여 비용 증가가 영향을 주었다. OECD(2021)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국민의료비 중 민간부담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GDP 대비 민간부담 비중은 2012년에 OECD 국가 중 15번째로 높았으나 2020년에는 6번째로 상향되었다. 가계에서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와 민간보험 가입비용이 증가 된 결과인데 두 가지 요인 모두 비급여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국민 부담이다.

국민 의료비 감소를 위해서는 비급여 통제가 핵심적인 사항으로 이에 필요한 정책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비급여 행위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임의로 결정하기 때문에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건강보험 급여행위보다 비용이 높게 책정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급여행위 대비 수익성이 좋은 비급여 행위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인을 갖게 되며 과잉진료를 유발하게 된다. 또한, 비급여는 건강보험 급여행위와는 다르게 안전성·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은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의료행위 남용에 따른 위험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급여행위와 비급여 행위를 혼용하는 현재와 같은 진료제공 방식은 변화될 필요가 있다. 적정 가격이 보장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된 건강보험 급여 중심으로 진료 제공이 되어야 한다. 마치 비급여가 급여행위의 대체 영역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국민 개인의 사적 부담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그릇된 진료 제공 행태는 개선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진료 제공에 있어 건강보험 급여와 비급여를 혼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혼합진료금지'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건강보험 급여행위와 비급여 행위를 혼용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급여행위 일체의 비용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환자 특성상 치료목적의 비급여가 꼭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불필요한 비급여 남용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비급여 행위는 가격의 적정성, 치료 효과성 측면에서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 관계를 저해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정부가 보장하는 건강보험 급여 중심으로 진료 제공 행태를 변화시킨다면 의료비로 인한 국민 부담도 충분히 낮출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야 양질의 의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혼합진료금지 시행으로 적정 비용을 유도하는 보다 합리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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