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선비’와 ‘고삐리’

오늘은 아재 개그부터 시작해 보자. 어느 젊은 스님이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있었다. 옆에 있는 학생에게 “이봐, 나 등 좀 밀어줘.”라고 하니 학생이 “ 넌 뭔데 반말이야?” 하니 스님이 “응, 나 중이야.” 그랬더니 학생이 스님을 노려보며 기가 차다는 듯이 내뱉었다. “야, 인마! 난 중3이야.”라고 했다고 한다. 요즘은 중2병이라고 해서 사춘기라는 말을 대신한다. 그들을 이르는 말에 ‘질풍과 노도’는 이미 해묵은 얘기고 ‘중딩이’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고등학생을 고딩이 혹은 ‘고삐리(고비리)’라고 한다. 도대체 이런 말들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 친구 중에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있다. 그 친구 결혼식 사회를 필자가 보았는데, 친구들 사진 찍는 시간에 “군바리들 빨리 나오세요.” 했다가 친구한테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든 적이 있다. 지금은 이미 모두 퇴직해서 뒷방 늙은이들이지만 그 당시 왜 그들을 ‘군바리’라 불렀는지 모르겠다. 당시에는 군바리, 쪽바리, 학비리(학생) 등의 표현을 많이 했다. 사실 이런 말들은 모두 우리 고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말에 선비정신이라는 단어가 있다. 조선 오백년을 지탱해 온 우리의 소중한 정신 유산이다. 선비 유(儒) 자는 “1. 선비 2. 유교 3. 교양 있는 사람 4. 널리 문물에 관한 취미나 일 5. 난장이”을 이르는 말이고 선비 사(士) 자는 “1. 선비 2. 벼슬 3. 전문적 기예를 닦은 사람 4. 남자 5. 무사(武士)”를 이르는 것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리가 흔히 선비 정신이라고 할 때는 유생(儒生)들의 정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를 일컬을 때는 선비 사(士 : 장사) 자를 쓴다. 이렇게 유생(儒生)을 선비라고 하며,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킬 때 주로 써 왔다. 또 선비(士)라는 말은 과거에는 ‘션배(언론사 사정으로 고어를 편집할 수가 없어서 현대어로 표기함), 산뎡(壯丁)’ 등으로 나타나 있다. 이 ‘션배’의 ‘션’은 ‘선’으로 소급될 수 있으며, ‘산(丁)’과 같은 어원이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참조)우리가 흔히 ‘사나이(산나히>사나히)’라고 하는 말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본다. 그래서 ‘산(丁)’은 ‘삳’으로 소급할 수 있으며, 사람이라고 할 때 어근 ‘살(삳)’과 동원어(同源語 : 어원이 같은 말)가 된다. 그리고 ‘배’는 ‘바이’가 줄어든 말이다. 즉 ‘배’는 ‘받>발>발이>바이>배>비’로 변한 말이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그러니까 ‘발(받)’의 속뜻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지난 시절 필자가 ‘군바리’라고 했던 것의 어원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말에는 ‘악바리. 쪽바리, 혹부리, 학비리’와 같은 용어가 생기게 되었다. ‘고비리(흔히 고삐리라고 하지만)’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람이라는 속어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군바리’도 군인들을 낮추어 부르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처럼 ‘고비리’도 결국은 고등학생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원래는 ‘바리’가 단순한 ‘사람’을 이르던 말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낮춤말로 인식되었다.

그러므로 ‘선비’라는 말은 ‘사람’을 뜻하는 어근 ‘삳, 션, 선’에, 다시 사람을 의미하는 ‘배(발이, 바이, 바리)’가 합성된 단어라고 본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원래 ‘선비’라고 하는 말은 ‘사람’이라는 용어였는데, 유학이 전래되면서, 선비정신이 강조되면서 사람다운 사람이 대접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선비’라는 말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선비를 “학문을 닦는 사람”을 이르게 되었고, 현대에는 “학문을 닦는 사람을 예스럽게 이를 때 쓰는 말”이 되었다. 예문으로는

선비는 벼슬 한 자리를 얻어 볼까 하는 마음에서 정승 댁을 찾았다.

선비는 흥분하여 시를 높이 읊기 시작했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고삐리’는 고등학생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니 예문은 생략하기로 한다.

조선 시대를 지켜온 정신을 흔히 ‘선비 정신’이라고 한다. 인격적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세속적인 이익보다는 대의와 명분과 의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정신을 말한다. 오늘날 개결한 선비는 모두 어디에 갔는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