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해명 변천사…'조작' → '위조' → '악의 없다' → '대통령실은 도청에 안전'

野 "미국은 도청 인정했는데 국정원은 '대통령실 도청에 안전', 이게 말이 되나?"

미국 정보기관에 의한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사건과 관련,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한 서면 보고에서 "대통령실은 도감청에 안전하다"고 했다고 정보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밝혔다.

윤 의원은 20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하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윤 의원은 "미국에서는 도청을 사실상 인정했는데 국정원은 안전하다는 식의 국회 보고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회의 중 의사진행발언을 통해서도 "국정원에 '대통령실 도청 가능성 있느냐'고 (질의하고) 자료를 요청했더니, 답변이 '대통령실은 고도의 도감청 및 해킹 방지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윤 의원은 "미국 정부도 사실상 도청을 인정하는 상황"이라며 "도청이 사실이라면 1차적 책임은 국정원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처음에는 '조작'이라더니, 그래서 미국 측에서 조작이 아니라는 보도가 나오니까 갑자기 '위조다'라고 했다가, 위조가 아니라니까 '악의가 없다'고 했다가, 이제는 '미국 측으로부터 나름 유감표명 비슷한 것을 받았다'는 식"이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어느 순간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이는 국정원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날 정보위원회 회의는 개의 후 여야 간 의사진행 발언만 주고받다 종료됐다. 국정원 관계자들도 회의장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회의 소집 요청 취지에 대해 "희대의 사건인 미국 도청 의혹 대해 정보위가 세세하게 따져보자는 것"(윤 의원)이라며 "만약 지금도 대통령실이 도청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상황 점검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간사인 제게 두 번이나 '보고하겠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태도를 보면 대통령실 하명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일방적 소집"(유상범 간사)이라고 반발했다. 유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의사일정에 '미국 도감청 관련 현안보고'라고 돼있는데, 여야 간사 간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행정실에서 어떤 근거로 이같은 의사일정을 올려놨는지 의문"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유 의원은 또 "야당의 요구는 결국 정확하지 않은 정보보고를 요구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감청 사건이 국정원과 직접 연관돼 있다면 전체회의를 여는 게 당연하지만, 미국에서 기밀누설이 발생했고 미국 정보당국에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인데 왜 이렇게 급박하게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며 "타국 정보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을 단시일 내 확인 보고하란 것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 혼란과 억측만 유발할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박덕흠 정보위원장도 "오늘 회의는 민주당 소속 의원 7인의 개의요구에 따라 소집했다"며 "그간 정보위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 원만한 협의로 진행됐지만 오늘 야당 의원들만의 개회 요구로 회의가 소집돼 유감"이라고 했다.

야당 간사인 윤 의원은 산회 선포 후 기자들에게 "(여당은) 비공식적으로 '한미정상회담이 끝나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여당 간사와 지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 문제는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있을 일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이 아무리 동맹이라도 외국으로부터 도청을 당하고 있는데 회의조차 소집 안 된다는 게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좌석은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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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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