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금태섭이라고 대통령 못 하나"

"琴 '수도권 30석 신당', 가능할 수 있다…문제해결 중심으로 가야"

정치권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수도권 30석'이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전날 국회 토론회에서 금 전 의원을 "도우려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서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금 전 의원이 '수도권 30석'이라고 얘기했는데, 현재 수도권이 121석이다. 그러니까 좋은 후보자들이 나오면 그 정도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나는 본다"고 말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원내교섭단체가 20석인데 30석이 가능하겠느냐'는 취지로 되묻자 김 전 위원장은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많은 젊은 세대가 거기 합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밖에 있는 새로운 세력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양당에서도 빠져 나와서 합세할 수도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 토론회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충선에서 30석 정도를 차지할 수 있는 정당이 나타난다면 한국 정치를 밑바닥부터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용기를 갖고 이 길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했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이 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더 이상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금 전 의원이 용기를 갖고 시도를 하니까 내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도우려 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도 "나는 내 스스로 정치를 더 이상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10년 동안 속기만 한 사람이니까 더 이상 정치에 들어가서 뭐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금 전 의원 같은 분이 그걸 한다고 하니까 내가 이슈 선정이라든가 앞으로 정책적인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조력은 해준다'고 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책적 조언'을 하겠다는 말과 관련해 "예를 들어서 내가 국민의힘 정강정책도 만들어 놓았는데, 정강정책을 그렇게 만들어 놔도 이 사람들이 정강정책하고는 동떨어진 얘기들만 하고 앉아있다"며 "정강정책대로만 하면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많이 해결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40%가 넘었는데, 지난 2012년 대선 때 기초연금이라고 하는 것을 내가 제시를 해서 선거에도 도움이 됐고 그걸로 인해서 노인 빈곤율도 상당히 줄었다"며 "정당이나 정부가 밤낮 옛날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가지고 60년대, 70년대, 80년대 사고방식 가지고 정책을 하니까 현재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결국 사람 중심으로 뭘 만들어 가지고 일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러니까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지금 새롭게 금태섭 전 의원 같은 사람이 정당을 한다고 하니까 '그 사람 수준 가지고서 구심점이 되겠느냐'(고 하지만) 나는 그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이 대선주자급이 아니라서 '금태섭 신당'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솔직히 얘기해서 국민의힘이나 지금 민주당에는 다음에 뚜렷한 대선 주자가 있느냐"며 "국민이 기존의 정당, 자기네들의 기득권만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들로는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각성이 있으면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어떠한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해서 무슨 정당을 만들거나 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국민이 그걸 받아들여야만 정치세력으로서 부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지난 한 20년 동안 우리 국민이 이 당도 찍어보고 저 당도 찍어보고 했기 때문에 충분히 인식이 바뀌었을 거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간 금 전 의원과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자신은 금 전 의원에게 "정치를 하려면 이제는 그렇게 막연하게 무슨 사람 따라다니면서 정치를 할 수는 없는 거고, 본인 나름대로 내가 얼만큼 절실하게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그걸 내가 어떻게 해결해 가겠다는 방안을 제시해야만 국민이 따라온다"는 조언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제 해결 능력'에서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김 전 위원장은 양극화를 제시했다. 그는 "1997년 IMF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경제 구조가 완전히 왜곡됐다"며 "그러니까 노무현 정부 때부터 양극화 문제를 거론을 했는데, 그거 거론한 지 벌써 20년이 됐다. 그간 보수정당이 10년, 또 진보정당이라는 것이 10년(집권을 했지만) 그래도 말만 있었지 문제 해결이 하나도 안 됐다"고 지적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의 첫 토론회이다. ⓒ연합뉴스

"금태섭이라고 대통령 못 하겠나"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 이어 같은 방송사에서 진행한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해 "금태섭이라고 대통령 못 할 일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이 신당을 이끌 대선주자급 인물은 아니지 않느냐는 취지의 반문에 그는 "예를 들어서 금태섭 같은 사람도 조금 시간이 지나서 넣어보면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 어느 정도의 퍼센티지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도 했다.

그는 "팬덤이라는 건 만들어지는 거지 누가 팬덤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나"라며 "내가 보기에 금태섭만한 인물도 우리나라에서 찾기가 힘들다"고 금 전 의원을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여러 정치인을 많이 만나봤지만 기본적인 사고가 금 전 의원만큼 정리된 사람도 없다. 예를 들어서 민주당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천을 걱정해서 소신있는 발언을 못 하지 않느냐. 그래도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의 그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소신 발언을 하다가 결국 공천도 못 받고 징계까지 받고 탈당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웬만한 사람이면 전부 다 국회의원 한 번씩 더 해보고 싶어서 고개 숙이고 들어가지 자기 소신을 끝까지 주장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내가 보기에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상당한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론회를 한다고 날 보고 좌장을 해달라고 그래서, 내가 사실은 웬만하면 안 갔을 것인데 금 전 의원의 사람됨을 믿기 때문에 응하고 어제 그 자리를 가게 된 것"이라며 "솔직히 얘기해서 내가 지금까지 이 사람 저 사람 다 도움도 주고 했지만, 그 정도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더군다나 자기가 지금 아무런 기반도 없는데 용기를 한 번 해보겠다고 하니까 내가 힘이 있는 대로 도와줄 수 있는 분야가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편 지난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도왔던 윤석열 대통령과 최근 연락을 주고받는지 묻는 질문에는 "나하고는 전혀 소통이 없다. (전화가 오리라고) 기대하지도 않고, 솔직히 할 말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사람이 말을 해서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사람하고 얘기를 하는 거지, 우리 윤 대통령은 자기 위주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사실은 지도자가 올바른 길을 가려면 싫은 소리를 하는 것도 들을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 윤 대통령은 그게 굉장히 부족하신 분이라고 본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남의 말도 듣는 척 하지만, 일단 대통령이 되고 나서 보니까 마음대로 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사고가 철저하신 분이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얘기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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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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