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노조도 '69시간' 폐지 바라지 않아"… 노동계 "당장 폐기"

민주노총 "69시간제 논란,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고용노동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이 입법 예고를 마친 가운데, 노동계가 '주 69시간 확대' 논란을 빚은 개편안에 대해 폐기를 재차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8일 열었다. 노동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 상황인데 노동시간을 더욱 늘리자는 정부가 도대체 제정신이냐"며 "정부는 지금 당장 노동시간 개악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120시간 노동' 운운하며 장시간 노동을 기획했고,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통해 이를 구체화했으며, 입법예고로 현실화했다"며 "노동시간 개악은 실패했기에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려는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은 죽도록 일하다 정말 죽음으로 내몰리는 삶을 다시 살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노조 등에서 제출한) 의견서 제목을 보면 폐기하라고 하는데 정말로 폐기하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이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고 '폐기'의견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날 회견을 연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정부의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부에 국민 의견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이 장관은 또 "노조 등에서 접수된 내용을 보면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계좌제 실효성 없다', '유연화 도구 쓰일 우려가 있다', '건강권 위험' 등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노조가 '폐기'를 요구하는 건 아니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객관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FGI(그룹별 심층면접)를 할 것"이라며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장 좋다고 생각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국민이) 아니라고 하니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해 국민이 안심하고 노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경수 위원장은 6000명 국민 여론조사 안을 두고 "노동시간 개악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그 다음에 국민 의견을 듣는 것이 순서"라며 "민주노총이 모은 노동자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이유는 입맛에 맞지 않아서냐"고 반문했다.

5년째 간호사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화수 한국원자력의학원지부 사무장은 "제가 일하는 병원 사업장은 이미 노동시간 특례업종이어서 지금도 노사합의만 있다면 한 주에 120시간도 일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누구도 그렇게 일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말을 잃고,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나를 잃으며 일하고 싶지 않다"며 "이미 다 잃은 후에 장기휴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 사무장은 이어 "노동개악안을 폐기하고 더 나은 사회,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안을 페기하라는 국민의 의견서를 제출한다"며 "정부는 과로사 조장하는 개악안을 즉각 폐기하고,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고 사각지대 없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한 대책으로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설문조사니 심층인터뷰를 하겠다면서 일부 수정하여 개악안을 계속 밀어붙일 모양"이지만 "이미 국민적 정당성과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강행하다면 윤석열 정권은 국민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정부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국민 의견서 전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부에 국민 의견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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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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