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부딪치다’와 ‘부딪히다’

‘한글 맞춤법’이야기 중에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것이 ‘부딪치다’와 ‘부딪히다’의 구별에 관한 내용이다. 그래서 오늘은 자세한 설명을 보태려 한다. 사실 우리말을 제법 안다는 사람도 이에 관해서는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은 사동이나 피동을 의미하는 선어말어미가 비슷한 것(이, 히, 리, 기)이 있기 때문이다. ‘먹다’의 경우 ‘먹이다’와 ‘먹히다’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남을 먹여주는 것인지, 남에게 잡아먹히는 것인지 의미상 구분이 확실하게 되는 경우다. 그러나 ‘부딪치다’와 ‘부딪히다’는 발음이 같기 때문에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일반인들은 쉽게 알 수 없다. 다만 앞의 예문에서 ‘먹히다’를 생각한다면 ‘부딪히다’가 뭔가에 당하는 느낌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각각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서 예문으로 비교해 보자.

부딪치다 : 매우 세차게 가 닿다.(‘부딪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

태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여 벽에 부딪쳐 되울렸다.

요즘 내가 여러 가지 일로 학과장과 자주 부딪친다.

팔이 다른 사람에게 부딪치다.

와 같이 쓴다. 이 단어의 피동사는 ‘부딪치이다’이다. 이를 ‘부디치다’라고 쓰면 안 된다. 원래는 ‘부딪다’에서 강조하는 말로 시작된 단어다. ‘부딪다’는 “1. 매우 세차게 가 닿게 하다 2.힘있게 마주 닿게 되다 3.힘있게 가 닿다”의 뜻이다. 그러니까 원래는 ‘부딪다’였는데, 이것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 ‘부딪치다’라고 표현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부딪다’의 예문으로는

뱃전에 부딪는 파도 소리

바둑판에 바둑 부딪는 소리만 들릴 뿐 무더운 한낮은 조용했다.

와 같다. 다음으로 ‘부딪히다’의 사전적 의미는 “1. 힘있게 닿아지다(‘부딪다’의 피동사) 2.직접 맞닥뜨리다”이다. 그래서 ‘부딪힘증후’라는 말이 있는데 “팔을 몸의 바깥쪽이나 앞쪽으로 들어 올릴 때, 어깨 관절의 고통을 느끼는 증후”를 말한다. 예문을 더 살펴보기로 하자.

배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했다.

택시가 빗길에 길가의 가로수와 부딪혔다.

직접 부딪혔다(대면하다).

세게 부딪혔다.

마차가 화물차에 부딪혔다.

와 같이 쓴다. 그러므로 피동의 의미로 표현하고자 할 때는 ‘부딪히다’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물체에 부딪은 상황을 피동의 뜻으로 서술할 때는 ‘부딪히다’를 쓴다.

결론적으로 ‘부딪다’를 강조할 때는 ‘부딪치다’를 쓰고, 어떤 물체에 부딪는 상황을 피동형으로 나타낼 때는 ‘부딪히다’를 쓴다. 강조는 ‘치’, 피동은 ‘히’라고 기억하는 것이 쉽다.

참고로 ‘부딪다’는 ‘부드-’와 ‘잊-’의 결합형이다. ‘부드-’는 ‘충돌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잊-’은 ‘이지러지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찌그러지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부딪다’는 ‘충돌해서 이지러지다’라는 의미의 합성어로 보아야 한다.

늘 보는 단어라도 때로는 표기법을 상기하면서 써야 할 때가 있다. 올바른 표기가 문화인의 모습이요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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