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권위주의 세력들의 진영화에 더해서, 반지성주의로 대표되는 가짜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모두연설에서 "지난 세기 인류의 자유와 번영을 이끌어온 민주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2021년 미국 주도로 출범한 회의체로, 올해는 한국을 비롯해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 등 4개국이 공동주최국으로 참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권위주의 국가로 규정한 중국, 러시아 등에 대응해 민주주의 국가들의 진영 결속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경제 성장을 주제로 한 첫 세션을 주재한 윤 대통령은 "국제적으로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자유를 위협하고 있고,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것이 민주주의를 위협함으로써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민주주의를 확고히 지키기 위한 연대를 강력히 지지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과 규범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바로 법치"라며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발전해 온 과정은 인류의 역사가 그랬듯이 자유를 향한 끊임없는 여정이었다"면서 "70여 년 전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자유를 지켜낸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자유 촉진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차기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 대의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의회주의가 더욱 공고해지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9~30일 이틀간 화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는 1차 때보다 10여개국이 늘어난 120여개국이 참여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대만은 이번에도 초청받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공동주최한 점을 강조하며 "민주주의 증진의 리더로 나섰다"고 자평했다.
또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이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민주적 제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력한 등불"이라고 밝혀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주요 파트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지금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간판 삼아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 민주주의를 버리고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추동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타국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과 소위 민주주의를 내세워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일을 중단하길 미국에 권한다"고 했다.
또한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022년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를 통해 빈발하는 총기 난사, 약물 남용 사망자 증가, 인종 갈등 및 소수 민족 차별에 관한 통계와 동향을 소개하며 "미국 인권 상황이 상징적으로 후퇴한 한 해"라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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