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보는 69시간제 "신입사원이 장기휴가 요구할 수 있나"

국회서 청년 노동자 토론회 열려… "법에 보장된 연차도 못 쓴다"

"(노동자에게) 사실상 연장근로를 더 많이 강제하는 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이제 갓 입사한 신입 사원이 지난 달에 며칠 더 일했으니까 3일 더 쉬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나."(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주 69시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청년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정면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듣지 못했고, 현행 근로시간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23일 국회에서 '국회 2040 청년다방' 주최로 '청년세대가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개편안에 대한 청년 의견 수렴을 위해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과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고용노동부 노동현안추진단 과장이 참석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6일 현재 주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된 노동시간을 주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 활용 규제를 완화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제도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특히 청년층의 분노가 거셌다. 지난 15일 한 간담회에서 '주 69시간 폐기'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청년 노동자들은 이 장관이 있는 간담회를 찾아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는 지시를 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여전히 한국은 장시간 노동국가"라며 "압도적으로 높은 노동시간을 낮추겠다는 정치적 결정이 지난 정부에서 있었는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를 역행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데 대해 현장에서 일하는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초과 노동을 '적립'했다가 후에 대체 장기휴가로 쓸 수 있게 한다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에 보장된 연차 휴가도 눈치 보여서 못 쓰는데 어떻게 갓 입사한 사원이 근로시간을 저축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느냐"며 "건강한 노사간 대화와 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가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도입된다면 부작용이 훨씬 더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간의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노조 혐오'를 드러내고 있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노조에 대한 혐오적 발언을 일상적으로 하는 김문수 위원장이 국가가 운영하는 노사정의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노조에 참여할 수 없는 미조직, 비정규직 청년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표성을 획득하지 못한 저임금 중소기업 청년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사회적 대화에 반영할 거냐"며 "노조로 묶이지도 못하고 울타리 밖에서 대표되지 못하는 중소기업, 프리랜서, 초단시간과 같은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사회가 담아내지 못하는 점을 개선하는 개편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은 "이번 정부의 개편안은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쉰다는 취지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마련 중인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방안을 듣지 못했다"며 "(현 정부안에)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장은 "정부는 기존 제도 하에서는 주 52시간 제한 때문에 노동자가 초과근무를 어쩔 수 없이 하고, 그 때문에 '공짜 야근'을 하게 된다고 제도 개편의 취지를 주장했다"며 "하지만 기업이 비용을 아끼려고 주 52시간 초과 노동을 시킨다면 (근로시간 개편이 되더라도) 공짜 야근이 근절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정부는 연장근로 적용 범위를 주에서 월·년으로 넓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겠다고 하는데 독일은 연장근로 적용 범위가 넓더라도 평균(연장 노동 시간)은 48시간 정도"라며 "그런 건(평균 근로시간) 글로벌 스탠다드에 안 맞추면서 적용범위만 글로벌 스탠다드를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날 간담회 좌장을 맡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과거 IT 업계에서 '크런치 모드(신작 출시 등을 앞두고 진행하는 고강도 야근)'에 돌입했던 일화를 언급했다. 류 의원은 "2박 3일을 회사에서 노동하기 때문에 애초에 짐을 싸서 가서 일했다. (업무 시간이 너무 길어져) 포괄임금제임에도 68시간을 넘게 일해서 추가 수당을 받았을 정도"라며 "길을 걷다가 잠이 들어서 턱이 깨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일하고 장시간 쉬자는 노동부의 주장에 청년들은 '그렇게 일하다 골병나서 투병생활하는 휴가'를 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며 "노동시간을 과도하게 늘리려고 하는 것은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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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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