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 맹비난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나라 팔았다"

野 "충일(忠日) 외교", "내선일체 떠올라" vs 與 "한일관계 정상화", "대일 햇볕정책"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놓고 여야가 극명히 대조된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의 자존심, 피해자 인권, 역사의 정의를 "오므라이스 한 그릇"과 맞바꾼 "충일(忠日)" 외교라고 맹공을 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일본의 "통절한 반성"이 담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 전체를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발언을 '사죄'로 봐야 한다며 "한일관계 정상화"를 이뤘다고 치켜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어제 한일 정상회담은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부끄럽고 참담한 순간"이라며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는 일본의 사죄와 반성이 전무하다. 우리 정부가 공언한 일본의 대응 조치는 언급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국가의 자존심과 피해자 인권, 역사의 정의를 다 맞바꾼 것이라는 국민의 한탄이 틀려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결국 나라를 판 것 아니냐는 지적도 틀린 지적 같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강제동원 관련 구상권 청구는 없다고 공언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정부 배상안에 피해자도 반대하고 국민도 반대하는데 일본 눈치만 살폈다"며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5년 뒤 국가 정책의 최고결정권자는 다른 사람인데 이 문제에 대한 확답을 누가 지금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군사 대국화, 평화헌법 무력화 시도까지 용인한다는 태도는 아연실색"이라며 "이쯤되면 친일 논쟁을 넘어서서 '충일' 논쟁이 벌어질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번 방일은 최악의 굴종 외교로 판가름됐다"며 "일본은 예상과 한 치의 다름 없이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역사 인식과 관련 역대 내각의 인식을 적극 계승한다'는 형식적 발언만 했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무역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 조치에도 죄다 항복 선언을 했다"며 "반도체 3개 품목(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 해제를 성과라며 내놨지만 WTO 제소를 취하함에 따라 국제법을 어긴 일본정부에 면죄부를 줬다. 무역 보복을 어물쩍 넘기는 나쁜 선례도 남겼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는 아무 조건 없이 정상화했다. 화이트리스트는 '긴밀히 논의한다'고 말만 했지 원상회복을 받지 못했다"고 대조하며 "전경련-게이단렌이 20억 원 규모로 만든 한일미래파트너십에 일본 기업의 참여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박 원내대표는 "더 충격적인 것은 기시다 총리가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에도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건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의 국익이 사실상 같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셨다"며 "과거에 그런 경험을 갖고 있는 일본과 우리가 같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일제강점기 시절에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평했다. 정부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을 '미래를 위한 결단'으로 평가하는 여권의 반응에 대해 윤 의원은 "결단은 어려울 걸 결단하는 것이지 이건 너무 쉬운 것이지 않나"라며 "만약 이런 식으로 한일 관계를 복원하려고 했으면 문재인 정부 때 수백, 수천 번은 더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상임고문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역사관, 개인 윤석열 씨의 역사관은 우리 보통 국민 수준 이하"라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에) 합의는 했지만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국내에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 타오르게끔 불씨를 제공했다"고 혹평했다. 박 전 원장은 기시다 총리가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한 일에 대해서도 "당당히 맞서야지 우리 대통령이 묵묵부답? 가만히 있으면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와 지소미아 복원에 대해서도 "불화수소 등 3대 품목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다 생산하고 있다"며 "지소미아 주고 다 줬다. 꿩도 주고 알도 주고 국물까지 다 줘버리고 우리가 가져온 건 뭔가"라고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몇 년 간 양국 사이에 세워졌던 불통과 불신의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복합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와 활력을 줄 것"이라고 호평했다.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미래를 위한 결단에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화답했다"며 "일본 정부의 직접 사죄를 이번에도 요구하는 일부 여론을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한국 국민에게 손해를 안겨준 데 대한 통절한 사죄가 담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확인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 발판으로 볼 수 있고 크게 보면 사죄의 뜻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을 향해 "여당일 때도 반일감정 선동밖에 하지 않더니 야당이 돼서도 선동밖에 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손해를 예상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린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사가 제대로 평가할 것이다.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 없고 정치적 계산만 하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국민이 엄정히 심판 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 원내대표는 '한일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에 상응하는 조치가 나왔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내용을 자세히 파악 못하고 있다"며 "오늘 (윤 대통령이) 귀국하시면 결산하지 않겠나. 그때 입장을 밝히는게 맞다"고 말을 아꼈다.

여당의 다른 인사들도 한일 정상회담 성과 방어에 동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 12년 만에 정상 간 셔틀외교가 다시 재개됐다"고 먼저 강조했다.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윤 의원은 "(한일관계) 최대의 갈등, 걸림돌이었는데 일단 봉합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는 첫발을 디뎠다"며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징용재단에 두 기업(미쓰비시, 신일본제철)이 참여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한일이 미래파트너십기금을 만들었다. (두 기업이) 여기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윤 의원은 지소미아 복원에 대해서도 "지금 같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고도화되는 시점에서 필수불가결하다"며 "우리가 군사정찰 위성 하나도 없다. 일본은 군사정찰위성이 7대가 돌아간다. 북한 미사일 항적을 밝혀내려면 일본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옹호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통일위원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 때 남북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기 위해서 햇볕정책이라는 걸 실시했다"며 "(햇볕정책의) 4대 원칙 중에 '선공후득'이 있다. 우리가 먼저 주고 나중에 받을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대일 외교를 대북 햇볕정책에 비긴 것이다. 그는 "이 원칙에 대해 당시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정일이나 북한이 6.25 전쟁이나 군사적 도발, 우리 군인과 백성을 죽인 것에 대해 사과했나"라며 윤 대통령의 한일 외교를 '대일 햇볕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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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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