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시간 개편안에 민주당 "전태일 열사 때냐"

우원식 "주 69시간? 잠자는 시간 빼고 일만 하라는 것"

정부가 기존의 주52시간 노동제를 개편해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야권은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7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한 게 '11시간 연속 휴식을 해라, 잠자면서 일해라' 이런 거 아니냐"며 "(정부가) 이번에 얘기하는 건 11시간 연속 휴식을 할 경우에는 69시간까지 일하는 안, 또 11시간 휴식 없이는 최대 64시간 근로하는 안인데, 69시간 일하는 건 6일 내내 11시간 휴식하는 시간 빼고 나머지 시간을 다 일해라 이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69시간이라는 게 그런 의미다. 69를 6일로 나누면 11시간 30분인데, 11시간 휴식을 빼고 4시간마다 30분 쉬는 걸 빼고 나면 딱 11시간 30분"이라며 "잠자는 시간 빼고 일만 하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또 "휴식 없이? 이건 정말 깜짝 놀랐다"며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냐, 1주 총 근로시간이 64시간이 된다는 건 24시간 철야 근무도 문제가 되지 않고 또 심지어 일 많을 때는 1주에 총 근로시간 64시간 몰아 쓰면 사흘 내내 4시간마다 30분 휴게시간 주고 4일 내내 밤샘 근무도 합법적이라는 얘기가 된다"며 "이게 어떻게 사람이 살 수가 있나? 이건 옛날에 전태일 열사가 청계피복에 있을 때 잠 안 자는 약 먹고 일하는 그런 상황까지 방치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전날 이수진 원내대변인 논평에서도 "우리나라는 2018년 주 52시간 상한제를 통해 OECD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오명을 겨우 벗어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다시 장시간 노동으로 회귀를 선언했다"며 "일방적인 장시간 노동시간을 위한 법 개정을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은 더는 노동자의 삶을 거꾸로 되돌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정의당도 같은날 김희서 수석대변인을 통해 "과로사 조장 정책이라 할 만큼 건강권, 노동권에 치명적인 노동 개악"이라고 정부안을 비판하며 "기업이 일 시키고 싶을 때 실컷 시키고, 휴식은 추후에 잘 보장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일을 시키는 것은 현금, 휴식은 어음으로 하겠다는 교언영색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사실상 사용자가 주도하는 노동시간 선택권, '연속집중노동'을 합법화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과로와 위험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1주 최대 노동시간을 69시간까지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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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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