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표 '노동개혁'이 방향을 확정했다. 현재 주 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동시간을 주 69시간까지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 노동시간 활용의 규제를 완화했다.
고용노동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번 개편은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 등 네가지 원칙하에 추진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방침대로 69시간을 주 6일로 나누면 하루 11.5시간을 일할 수 있게 된다. 이 중 의무 휴게 시간(4시간마다 30분씩 총 1시간)을 포함하면, 12.5시간 동안 일터에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 9시 30분에 퇴근하는 풍경이 가능해진다.
현재 법정노동시간은 1주 40시간이다. 여기에 연장노동시간은 1주에 12시간까지 가능하다. 연장노동시간을 포함해도 주 52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즉 최대 상한 노동시간을 표현한 말이 '주 52시간'이다. 이번개편 작업을 통해 연장노동시간의 관리 단위를 1주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면 주 노동시간을 52시간보다 늘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현행 1주 연장노동시간은 12시간이지만, 이를 월 단위로 확대하게 될 경우 1주에 가능한 연장노동시간(12시간)에 평균 주수인 4.345주를 곱해 월 '52시간'을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1주 법정노동시간인 40시간에 월 연장노동시간 52시간을 한 주에 몰아쓸 경우 한 주 최대 92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정부 측 역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계속되자 퇴근 이후 다음 날 출근 전까지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고,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시간도 지켜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는 한편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추가 노동시간을 은행 예금이나 마일리지처럼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노동자가 원할 때 연차 휴가에 더해 장기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 1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47.3%가 유급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2명 중 1명은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유급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노동시간을 적립해서 장기 휴가로 쓰는게 가능하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번 개편안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개편안이 당초 의도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입법안은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평가하며 "개편안 중 입법 사항은 오늘부터 입법예고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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