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 리스크'로 당 안팎에서 압력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에는 법정에 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첫 재판이다. 당 내에서는 "사법적 의혹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히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당 대표직 사퇴 압박 목소리가 재차 나왔다.
이 대표는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가 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차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후 차량으로 이동해 오전 10시30분께 서울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 처장을 정말 몰랐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린 후 곧장 재판정으로 향했다.
그는 오후 재판에 출석 전에는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의 말에 대해서는 조사도 없이 각하됐다.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의 말에는 압수수색을 하고 수십 명의 소환 조사를 통해 기소했다"며 "이 부당함에 대해서는 법원이 밝혀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21년 12월 22일 SBS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 이에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김 전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의혹이 더욱 커지자, 이 대표가 친분을 부정하며 유착 의혹을 차단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선거 국면에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허위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랐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남시장 당선 이후에도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 호주에 업무 출장을 함께 떠났을 뿐 아니라, 골프를 함께 치는 등 사적 친분도 쌓았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이 의혹과 관련해 재판부에 8000쪽에 달하는 증거기록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이 대표는 "국토부가 용도 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국토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을 요청하거나 강요한 일이 없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지난해 말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본 재판에서도 거듭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어떤 사람을 아는지 여부라는 '인식의 상태'는 경험의 존부와 횟수로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안다'와 '모른다'의 객관적 기준을 설정할 수 없어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몰랐다'고 한 발언이 허위라고 볼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재판은 격주 금요일마다 열린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법원 출석이 예정된 금요일마다 자리를 비우게 됐다. 당 대표가 검찰 조사, 법원 출석을 하는 상황들이 이어지자 당 안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비(非)이재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적 의혹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이거에 대한 수사와 재판 문제가 간단치 않은 문제들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히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면서 "이것이 이 대표뿐만 아니라 당에도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저희들은 예의주시하고 걱정어린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당 대표를 벗어나는 것이 당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분리, 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라며, 거듭 "이 대표가 수사받고 재판받으면 더욱 먹구름이 짙어지는 부분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이탈표가 대거 나온 데 대해 "당 내의 우려나 걱정, 또 당 대표를 일단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지금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밑에 있는 각종 우려를 하는 분들이 만약 찬성이나 기권, 무효 쪽으로 가버리면 예상할 수 없는 사태가 온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없도록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졌다는 해석에는 "지나친 표현"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어제오늘 생긴 문제가 아니라 기본 입장에 시각차가 있는 만큼 조정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당 일각에서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은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한두 사람의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표결을 당론으로 정해가지고 그걸 뭐 참석을 안 한다든가 하는 것은 또 모양도 매우 안 좋은 것이고. 국민이 바라보시는 시각, 시선도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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