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님,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우리가 제안했다니요?"

[전문]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발언문

14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이태원 상인 통합대책위원회'가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함께 열었다. 이들은 이날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마련된 녹사평 분향소의 이전·통합을 알리며,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앞으로도 이어나갈 것"이라 발표했다. 분향소 운영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에 대해선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가 직접 입장을 전했다. <프레시안>은 이를 전문 게재한다.

안녕하십니까.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지한이 아빠 이종철입니다. 

작년 12월 14일, 시민들과 국민들께 저희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 알리기 위하여 녹사평역 광장에 분향소를 처음 설치했습니다.

국가 애도 기간엔, 시청 광장에 설치했던 영정도 없고 위패도 없고 상주도 없는 분향소에 윤석열 대통령 이하 많은 분들이 오셔서 조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과를 했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영정과 위패와 상주도 없는 그런 분향소에 와서 사과를 하고 나서 사과를 했다 하십니까. 상식이 있으십니까.

녹사평 분향소에서, 저희들은 (아이들을)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공간과 소통할 수 있는 사무실을 (정부와 서울시 측에) 부탁드렸습니다. 그러나 50여 일 동안 정부와 서울시는 저희들과 그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희 유가족들은 많은 시민들과 국민들께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또 모든 국민들과 시민들과 함께 이태원에서 먼저 간 아이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광화문 광장 한편에 조그마한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서울시에 얘기했습니다. (1월 30일. 관련기사 ☞ 서울시의 "기습·무단·불법" 공격에 대화 중단한 '이태원' 유족)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잘못된 것입니까?

그 이틀 뒤에 서울시에서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분향소 위치로)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녹사평역 지하 4층)을 저희 유가족들이 제안했다고요? 서울시는 더 이상 언론플레이를 그만하십시오. 애들 장난하십니까? 쇼를 하십니까? 저희들은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관급 건물을 달라."

민간단체의 건물은 그 주인이 나가라하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관급 건물을 달라고 하니까, 관급 건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얘기했습니다. "이태원역도 있고, 녹사평역도 있고, 용산구청도 있고, 시청 로비도 있습니다." 그렇게 얘기했을 뿐입니다. 당신들이 (관급 건물을) 찾으려 하면 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우리들이 '제안'했다고요?

앞으로 서울시청, 오세훈 시장과의 대화는 없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며칠 전, 서울시와 경찰청과 용산구청은 이태원 핼러윈데이 때 많은 인파가 운집할 거란 걸 알고서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용산구청장은 현재 구속 중이고, 서울경찰청 김광호 청장 또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는 그 어떠한, 그 어떤 수사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서울시엔 분명히 우리 아이들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더는 대화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요청 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희들의 얘기를, 면담 요청을 거부하지 마시고 자신 있게 받아들여 주십시오. 대한민국 국민들조차 돌보지 못하는 분께서, 어떻게 다른 나라 이웃에 지원을 하신다고 하십니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없다고 해서 튀르키예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이상민 장관이 행동을 하지 않아서 그냥 지켜만 본 겁니까? 그 이후 유가족들에 대한 처우는 어떻습니까. 아직까지, 아직까지 유가족들은 방치돼 있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이 왜 유가족이 됐습니까. 10월 29일에 당신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했어야 할 (당신들이)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참사 직후에도 아이들은 100명 이상이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약수사, 마약검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엄마가 (참사 현장) 앞에서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16시간 동안 아이들을 찾아 헤매게 만들어 놨습니다.

당신들은 우리들에게 '패륜'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서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습니다. 이게 공정과 상식입니까? 시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정부에서 서울시에서 우리 죽은 아이들과 유가족들에게 한 행위는 패륜이었습니다. 10월 29일에 국가는 없었고, 지금 현재 우리들에게 국가는 없습니다. 

여기에 모이신 많은 기자 여러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말고 언론보도 부탁드립니다.

저희들은 녹사평 분향소를 오늘 정리할 생각입니다. 시청 분향소와 이전·통합하여 시민들과 함께 온전한 추모를 할 것입니다. 이태원에서 희생되신 많은 분들 죽음의 원인엔 국가의 부재가 있었습니다. 그 부재에 대한, 행동을 하지 않은 국가 공무원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하여 책임자 처벌을 국민들과 함께 이어갈 것입니다.

저희를 지켜봐주시고, 지지해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녹사평 분향소의 이전·통합을 알리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으로 서울 지역 희생자 분향소는 시청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로 통합 운영될 예정이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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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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