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복잡한 '이재명 사건' 풀어드립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총정리 ①] 성남FC 후원금-변호사비 대납 사건, '대가성'이 李 운명 가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8일 검찰에 출석합니다. 지난 10일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불과 1년 전 대선 후보였고 현재는 제1야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치인이 이렇게 검찰을 들락날락하는 건 전례 없는 일입니다.

여론은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이렇게 범죄 혐의가 많은 사람이 대선 후보를 거쳐 야당 대표까지 하고 있다니!'. 또 하나는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라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고초를 겪는구나!"

이렇게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저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판단하기가 간단치 않습니다. 일단 사실관계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관련 사건을 오랫동안, 그리고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기자들 또한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판단의 기초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사건들에 대해 찬찬히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에 오고 가는 길에 가볍게 읽고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대표가 연루돼 있는 사건은 크게 세 건으로, 모두 이 대표가 성남시장 또는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일어난 일들입니다. 프로축구 구단 '성남FC' 구단주(성남시장이 당연직 겸임)였던 이 대표가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일부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줬다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이 대표의 법률 위반 사건 변호인 선임비를 쌍방울그룹이 대납했다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입니다. 이제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가 보겠습니다.

ⓒ프레시안(정은영)

성남FC사건, 직접 뇌물 아니어도 처벌 받는데…李 "단 한 푼도 이익 취한 바 없다"

이 대표가 검찰로부터 첫 소환장을 받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부터 살펴봅니다. 이 사건을 요약하면,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지내던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성남시가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6개 기업에 부지 용도 변경 등을 대가로 시민 축구단인 성남FC에 160억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이미 경찰이 2021년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종결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고발장을 낸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를 하면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고, 검찰 지휘로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종전 결론을 뒤집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며 지난 10일 이 대표를 직접 불러 조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같은 사건, 뒤집힌 결론.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지난 10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라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검찰의 생각은 다릅니다. 검찰은 이 대표를 '공모자'라고 규정합니다. 검찰이 이병화 두산건설 전 대표와 김모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을 기소하면서 쓴 공소장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이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성남시가 두산그룹의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 용지로 용도 변경해 주는 대가로 2016~2018년 사이 50억 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에는 제2사옥 용적률을 올려주고 고속도로 방향으로 주차장 입구 방향을 변경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해 39억여 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나머지 기업들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후원금을 거둬들였다고 검찰은 주장합니다.

검찰은 이러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두산 측이 용도 변경을 요청하며 발송한 공문, 성남시가 용도변경·용적률 상향의 내용을 담아 내부적으로 작성한 문서 등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각 기업 관계자로부터 "성남시 후원금 압박이 있었다"는 다수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이 대표가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성남FC 재정을 확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검찰이 내린 결론은 이 대표 자신의 '정치적 이득'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재명이 성남 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부정한 방법으로 성남FC를 운영했음에도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적 입지를 쌓아 올리려 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이 대표 입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A4용지 6장 분량의 진술서를 올리며 검찰 입장을 반박했습니다. "구단 운영이나 광고비 관련해 단 한 푼의 사적 이익도 취한 바 없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각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이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라고 주장합니다. "무상으로 받은 후원금이 아니라, 광고 계약에 따라 성남FC가 실제 광고를 해주고 받은 광고비"라며 "연간 40회 이상의 경기와 중계 방송, 언론 보도 등을 통한 광고 효과와 다른 시민 구단의 광고 실태를 감안할 때 과한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기업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흉물 민원을 해결한 것"이라며 광고비와는 별개의 행정 집행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들로부터 그런 청탁을 받은 적도 없고, 공무원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거나 승인한 일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특히 "뇌물죄와 제3자뇌물죄는 형량이 같다"며 "공무원이 사익을 도모하지 않고 공익 행위(국가나 지자체에 이익이 되는)를 했는데, 사적 이익을 취한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적극 행정을 펼쳤을 뿐인데 처벌은 과한 처사라는 얘기입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했을 때 성립하는 혐의입니다. 피의자가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았다 할지라도 청탁을 받고 행정력을 동원하면 제3자뇌물죄에 해당합니다.

관건은 성남FC 후원금과 성남시의 행정 처분과의 연결성입니다. 만약 두산건설 본사 용도 변경이 성남FC 후원금 사이에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 범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뇌물을 준 쪽의 청탁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금품 제공을 압박받았다거나 이유 없이 금품을 준 경우에는 제3자뇌물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검찰은 바로 이런 점에서 지난 2014년 두산건설이 성남시에 보낸 문건을 대가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문건의 내용은 '정자동 병원 부지 용도변경에 따라 사옥을 신축하게 되면 성남FC를 후원하겠다'는 것으로, 청탁의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후원 요구를 받았다는 관계자들의 진술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대가성은 충분히 입증된다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어디까지 인지하고 관여했는지도 쟁점입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정책비서관이었던 자신의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후원금을 모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 대표와 함께 '공범'으로 적시된 정 전 실장은 지난해 9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뇌물죄 등 혐의를 적용받아 구속 기소된 인물입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첫 소환 조사 당시 검찰이 내민 증거에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며 "처음 본다"고 말하는 등 정 전 실장과의 범죄 공모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쌍방울 그룹의 실제 사주인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국내 송환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李-김성태와 전화만 한 사이?…'김성태 입'에 달린 변호사비 대납 의혹

이 대표가 성남FC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지난 10일, 이 대표가 얽혀있던 또다른 사건 하나가 급부상합니다. 핵심 인물의 해외 도주로 수사가 중단되다시피 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키맨(Key man)'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도피 8개월 만에 태국에서 체포됐고, 그 사실이 하필 이 대표의 검찰 조사 도중 알려진 것입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은 지난 2018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 그룹에서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했다는 게 요지입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켰다'는 의혹을 부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합니다. 유죄가 확정된다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도 있던 큰 사건이었습니다. 정치적 운명이 걸려있는 만큼 이 대표는 전직 대법관 2명을 포함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습니다. 그러나 변호인 선임에 들어간 돈은 총 2억5000만 원. 업계에서는 변호인단 이름값에 비하면 소액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추가 수임료를 다른 통로로 지급했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이 대표의 재산 변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 2년간 변론 업무를 수행한 나모 변호사의 경우 이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단계에서 1100만 원을 받은 것 외에 수임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도 검찰이 세운 가설을 뒷받침했습니다.

그렇다면 추가 수임료를 댄 이는 누구일까요. 검찰의 시선이 향한 곳은 쌍방울이었습니다. 2010년 자금난에 허덕이던 쌍방울을 김 전 회장이 인수한 이후로 쌍방울은 전환사채(채권으로 발행되고 일정 기간 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발행, 유통하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그러던 중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쌍방울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합니다. 2020년 쌍방울이 45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가 이를 조기 상환하는데, 이렇게 조기 상환된 사채는 신원미상의 다섯 명에게 다시 매각되고, 이들 5명은 당일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최대 5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쌍방울이 5명의 개인 투자자에게 수익을 몰아준 정황"이라며 "이 5명이 이 의원의 변호인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합니다.

쌍방울과 변호인들 사이에는 검찰이 의심할 만한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변호인 중 다수가 바로 쌍방울 계열사 이사로 활동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검찰은 또 쌍방울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쌍방울 그룹 내 계열사가 이 대표 사건을 수임했던 한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계좌로 20억 원의 뭉칫돈을 입금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쌍방울 계열사의 인수합병 대금을 일시 보관한 돈이었다고 이 변호사는 해명했지만, 의혹은 쉽게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이 대표의 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검찰이 정황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대표와 쌍방울과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줄 '스모킹 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모든 의혹을 깔끔하게 정리해줄 핵심 인물로 보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송환된 김 전 회장은 현재 검찰 수사에 순순히 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송환 전 언론 인터뷰 등에서부터 "이재명 대표를 만날 계기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었다"고 말하며 이 대표와의 연관성은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도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일관되게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인연이라면 (쌍방울) 내복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 대표는 특히 "변호사비 대납이란 것은 대체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얼마를 줬는지가 한 개도 밝혀진 게 없다. 일종의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합니다. 이 대표는 다만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 통화는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고, 검찰은 두 사람 간 통화가 이뤄졌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가 말한 대로, 이 대표와 쌍방울 그룹 간 관련성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심지어 검찰은 지난 19일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변호사비 대납 관련 혐의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수사가 미진한 상태임을 인정한 셈입니다. 민주당은 다음 날 곧바로 논평을 내고 "마타도어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런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이 나옵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이 여차하면 현재 연루된 사건 가운데 파장이 가장 클 수도 있다는 걱정입니다. 만일 김 전 회장이 갑자기 돌변해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하게 된다면 이 대표에게는 뇌물죄가 적용됩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같은 행정상 문제가 아닌 개인 비리 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표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어서 다음 편에서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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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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