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서 연달아 ‘당심 1위’를 기록 중인 국민의힘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이 당내 분열은 안 된다며 통합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등 경쟁 상대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을 겨냥한 듯 "한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다", "타지에서 사시던 분"이라고 정치적 공세를 폈다.
김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연대·포용·탕평, '연포탕 정치'를 통해 당의 화학적 통합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다른 후보들과 선의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되, 뜻과 방향을 같이할 수 있는 분 모두와 폭넓게 연대해 나가겠다"며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특정 계파를 배제한다거나 하는 등의 불공정한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취하지 않겠다"며 "오직 국가와 당의 미래를 위해 건설적인 논의와 토론에 집중하겠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전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은 '통합을 위해 나 전 의원, 유 전 의원과도 만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말씀 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저는 우리 당 소속뿐 아니라 우리 당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과는 언제든 누구라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통합의 길을 걷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에게 만남을 제안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김 의원은 "진행 과정이 없던 건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말씀 드릴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이 되면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12일 "나경원 미팅(전화요)"라고 적힌 김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가 사진으로 찍혀 <뉴스1>에 보도된 일이 있었다.
회견에서 통합을 강조한 것과 달리 김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을 겨냥한 공세를 폈다.
'전당대회가 김·안·나 삼파전으로 가면 김 의원의 확장성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라는 질문에 김 의원은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다.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확장성"이라며 "특정 후보는 아무래도 계파에 치우친 것이 아니냐 혹은 너무 한쪽, 우(右)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도 하고 어떤 분의 경우에는 우리 당의 핵심세력이나 주류 세력과는 동떨어진, 일종의 타지에서 사시던 분도 계시기 때문에 확장성에 의문이 있다"고 답했다. '우 쪽으로 치우친 후보'는 나 전 의원, '타지에서 사시던 분'은 안 의원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이어 “저는 특정 계파에 속하지도 않고 과도하게 우로 치우친 것도 아닌 중도우파, 중도좌파 사이 이념 색채를 그동안 늘 유지해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확장성이 있다”며 "제가 정통우파의 뿌리를 계속 지켜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 당 저 당 기웃거린다거나 왔다 갔다 하거나 합당하거나 탈당하거나 창당하거나 이런 과거 이력 가진 분들보다는 훨씬 비토층이 옅다"고 재차 안 의원의 정치 이력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의 잠재적 경쟁 상대인 나 전 의원은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잠행 중이다. 지난 17일 자신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대사에서 해임한 대통령실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가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부터 반박을 들은 이후 이틀째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강력한 입장이 나오면서 굉장히 당혹스럽고, 또 행사에서 기자들 질문이라든가 (답)했다가 또 다른 문제가 나올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침잠이나 숙고 모드로 들어가 있다"며 "대통령 나가 계신데 경제외교, 국익외교 하실 때 국내 정치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리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기 때문에 귀국 이후에 (출마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전당대회 결선에서 안 의원과 손 잡을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두 분 다 수도권 의원이시고 정치를 잘 아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지금 지역적으로 PK나 TK쪽으로 의원들 숫자도 많고 여러 가지가 쏠려있기 때문에 연대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답했다. 나 전 의원 측에서 안 의원과 연대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 의원, 나 전 의원과 함께 전당대회 3강 후보에 속하는 안 의원은 설을 앞두고 이날 대구 서문시장·칠성시장·관문시장을 연달아 방문, TK 민심 공략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대구 서문시장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를 통해서 내년 총선 전열을 짜게 되는데, 수도권 중심으로 대응을 해야만 이길 수 있다"며 "그런 뜻에서 저나 윤상현 의원 또는 나 전 의원이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고 수도권 연대설에 힘을 실었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에 대해 당내 집단린치 수준의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이 나오자 "집단 린치라고 표현하셨는데 그런 일들은 이제는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전당대회가 당원들의 축제가 되고, 누가 뽑히든 당이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컨벤션 효과를 얻어야 한다. 그게 당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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