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원전 비중 확대' 보고에 민주당 "원점에서 재검토"

제10차 전기본 국회 보고…앞서 환경부도 비판 목소리

산업통상자원부가 11일 국회에 '원전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보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 축소, 원전 확대는 "시대착오적"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창양 산자부 장관은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참여해 제10차 전기본 국회 보고를 진행하며 이 같은 안을 밝혔다. 전기본은 향후 15년 간 전력수요 전망과 전력설비 확충 계획을 담았으며 정부가 2년 주기로 수립한다. 전기본은 작년 말 수립이 완료되었어야 하나 한전법 개정안 등으로 인해 국회 보고 일정이 늦어졌다.

산자부가 이날 발표한 국회 보고안은 앞서 발표된 초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원전 확대·신재생에너지 목표 축소'가 그대로 담겨있었다. 원전 계속 운영, 신규 원전 건설 등을 통해 원전 비중을 끌어올리는 한편, 재생에너지는 보급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10차 전기본은 지난 정부 때 발표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대비해 2030 전원믹스 중 원자력(23.9%->32.4%) 비중이 커지고 신재생(30.2%->21.6%) 비중은 감축됐다. 최대 전력원 또한 신재생에너지에서 원자력으로 뒤집혔다. 석탄발전은 노후 설비 폐지 등을 통해 2018년 기준 41.9%에서 2030년 19.7%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회해야" vs "지금도 도전적 목표"…재생에너지 목표 두고 여야 충돌

민주당 의원들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하는 전기본이 "시대착오적"이라며 원전 재검토를 주장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10차 전기본에 대한 세계적인 우려가 크다며 "전 세계와 달리 유일하게 거꾸로 가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최근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 캠페인 주관기관이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에 우려하는 서한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것을 언급하며 "원자력은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산업 경쟁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보고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윤 정부가 RE100을 금기시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백안시하면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라며 "전세계 어떤 나라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재생에너지 보급의 확대"라며 전기본 수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원전 비중 확대에 대해서는 "윤 정부는 손쉬운 확충방법으로 노후원전의 연장가동을 선택했다"라며 "안전에 대한 충분한 점검 없는 무조건적인 연장가동은 사실상 '국민안전 포기'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장관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확대하는 정책은 전 세계 국가들의 공통적인 정책으로 현재 부상하고 있다"라며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인 "21.6%라는 이 숫자도 현재 태양광의 보급 속도를 고려해봤을 때 상당히 도전적인 숫자"라고 반박했다.

여당 의원들 또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국내 여건상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위해서는 기후 여건이나 우리나라 여건이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력도 중요한 것인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가 100% 신재생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보고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윤 정부가 RE100을 금기시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백안시하면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라며 "전세계 어떤 나라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재생에너지 보급의 확대"라며 전기본 수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pxhere

탄녹위·환경부도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

이번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산자부가 환경부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의견 제시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탄녹위도 무탄소 전원 필요성이 확대돼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발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에너지 믹스 재조정 등을 할 때 정부는 명확하게 확인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두 가지 입장을 정리해서 산자부에 보냈다"라며 "10차 전기본은 탄녹위가 지적한 것처럼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고,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과학적 근거도 없는 상태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전기본) 관련 탄녹위 검토 의견'에 따르면 탄녹위는 산자부에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발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해졌다. 전기본보다 상위 계획인 '탄소중립계획'을 심의·의결하는 탄녹위마저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탄녹위 뿐만 아니라 환경부 또한 전기본에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제10차 전기본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을 통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6.3%, 21년)은 미국(20%, 20년), 독일(51%) 등 주요국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1%)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RE100 등 재생에너지 수요증가 동향 관련 발전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오는 3월 확정될 예정인 2030 NDC 이행로드맵에 설정된 전원믹스 등을 반영하여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변경하여야 된다고도 언급했다.

산자부는 이에 11일 해명자료를 통해 "향후 수립 예정인 2030 NDC 수정안 및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도출되는 전원구성 등의 내용을 실현 가능성, 합리성, 경제성 등을 고려해 차기 전기본에 반영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당 내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전기본에 대한 심의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보고를 마친 산자부는 이번주 내 전력정책심의회를 통해 전기본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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