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실에 불편한 심사 드러내 "내가 포퓰리즘 하겠나"

"저출산위 부위원장, 원래 의원 겸직 자리지만 소명감 갖고 열심히 했다" 항변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이 아이 출생시 대출원금 탕감 등 이른바 '헝가리식 해법'에 대한 대통령실과 당 주류 친윤계의 비판에 대해 "나경원이 포퓰리즘 하겠나"라고 재반박했다. 친윤계 인사들은 물론, 정진석 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서 "대통령실과 각을 세워 정치적 이득을 키우려는 사람은 당 지도부가 될 자격이 없다"고 엄포를 놓는 가운데였다.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심 중이라고 밝힌 나 전 의원은 이날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또 한 번 '당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11일 서울 동작구청 신년인사회 덕담에서 "제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그건 사실 비상근이라 예전에 보면 의원과 겸직하면서 1년에 몇 번 회의를 했는데, (나는) 소명감을 갖고 열심히 하느라 그 동안 동작구에 오는 것에 소홀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상희·서형수 의원이 맡았었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의 저출생 대책을 대통령실이 "정부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결혼하면 헝가리는 한 4000만 원 쯤 초저리로 장기대출을 해주는데 우리는 2억 원 정도 초저리로 20년 대출해주고 첫째 낳으면 이자 탕감, 둘째 낳으면 원금 일부 탕감, 이렇게 하면 어떨까 구상했는데 이것을 갖고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며 "나경원이 포퓰리즘 하겠나"라고 불편한 심사를 표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위 부위원장이 과거에는 국회의원이 겸직했던 자리라고 했는데 대통령실에서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일을 겨냥한 발언인가'라는 질문에 "자꾸만 대통령실하고 저하고 각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실에서 사의를 반려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나 전 의원은 "이게 무슨 대통령실과의 충돌로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정책적인 논의가 갈등과 충돌로 비춰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언급하며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했던 언급이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강조한 점, 전임 부위원장들에 비해 자신이 더 성실하게 직무수행을 했다고 언급한 점 등에서는 대통령실에 대한 불편함이 묻어났다.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덕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계, 공세 계속정진석 "대통령과 각 세워 정치적 이득 키우는 사람, 지도부 자격 없어"

반면 친윤계에서는 나 전 의원에 대한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은 스스로 '전당대회의 심판'이라 자처했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정 위원장은 이날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 간 갈등을 겨냥한 듯 "3월 8일 전당대회의 주제는 단결과 전진, 통합"이라며 "대통령과 각을 세워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키우려는 사람은 당 지도부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적은 우리 내부에 있다. 적은 우리의 분열"이라며 "민주당이 원하는 분열이야말로 국민의힘의 적"이라고 했다.

정부 측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서 나 전 의원의 저출생 대책 비판을 이어갔다. 한 총리는 전날 세종 총리공관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나 전 의원의 저출생 대책을 만류했다는 것이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이 안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며 "나 전 의원이 저한테 그런 안을 보고하러 가져오셨다가 다시 가져가셨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 한 총리는 "'2억 원이라는 돈을 주고 출산에 따라 탕감하는 안은 효과 면에서나 중복되는 면에서나 좀 동의하기 어렵다' 이렇게 말씀드렸다"며 "'저출산위가 있고 각 부 장관이 있고 대통령이 (위원회) 의장이시고 하니까 거기서 충분한 토론을 해보고 (말)하시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주류와 정부 측의 공세에도 나 전 의원에 대한 국민의힘 당원들의 지지세는 꺼지지 않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18세 이상 1020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구조화된 설문지로 유선 전화면접 11%, 무선 ARS 89% 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상세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30.7%로 1위였고, 그 뒤는 김기현 의원 18.8%, 유승민 전 의원 14.6%, 안철수 의원 13.9% 순이었다.

대통령실·친윤계와 나경원 간 갈등 보는 당권주자들 속내는?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는 나 전 의원과 주요 당권주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윤심 당권주자'로 평가 받는 김기현 의원은 신년인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을 받고 "나 (전 원내)대표는 참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는 분이고 그동안 책임 있는 정치 인생을 잘 해왔다"며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 우리 당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잘 숙고해서 판단할 거다. 저는 그 분의 판단, 그 분이 갖고 있는 뜻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도 인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비슷한 질문을 받고는 "고민이 많겠지만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길 바란다"며 "가능한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승패를 알 수 없게 되면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누가 당선돼도 우리 당이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 상승 폭이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수도권 당 대표 출마론'을 통해 울산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과 각을 세우고 있는 범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인사회에서 새해 덕담을 하던 중 "우리 나 전 원내대표, 참 우리 당의 보배 중 보배"라며 "(그런데) 뺄셈 정치의 DNA가 또 나 대표를 향해 발동되고 있다. 자중해야 한다"고 친윤계의 나 전 의원에 대한 공세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유일한 '비윤'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 21' 토론회에 참석해 "당 대표가 되면 '윤핵관'이라고 설치면서 다른 의원을 공천권으로 겁박했던 사람들은 절대 공천을 주지 않겠다.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 전 의원은 "보수 정당의 몰락 이유 중 하나는 친이·친박으로 패거리 싸움을 하고, 나중에는 친박과 비박이 싸움을 한 것"이라며 "지금은 친윤과 반윤을 얘기하는데 정말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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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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