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이들과 타협은 편해"

"이념·정치·선거 개재되면 국가 역할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복지, 노동 정책 등을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관련 부처에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말라'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업무보고에서 이들 부처가 담당하는 복지, 노동, 여성, 안전관리 등을 언급하며 "선출된 정부가 하는 일이지만 절대로 이런 부분들은 정치나 선거나 진영이나 이런 데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국민의 세금을 정말 아주 효과적으로 써야 된다"고 당부했다.

먼저 윤 대통령은 복지정책 구현과 관련해 "국민을 위한 시스템이 되려고 한다면 철저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이념, 정치, 선거 이런 것들이 개재되면 국민을 복되게 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선별 복지 슬로건으로 내세운 '약자 복지'의 취지를 강조하며 "최우선적으로 그 사회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복지의 출발"이라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보편 복지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 전체의 어떤 안전과 발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제도 이런 것이 보편 복지를 가장 알기 쉬운 샘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온전하게 국가가 전체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누구나 다 거기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 복지라는 공익성은 충분히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약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복잡한 제도의 통합·정비와 사회서비스 고도화 등 복지 개혁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노동시장 유연성과 노사 법치주의에 방점을 둔 노동개혁을 고용노동부에 주문하며 "정치적 목적이나 이런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 분야를 우선시한 3대 개혁(노동, 교육, 연금)과 관련해 "노동을 필요로 하는 수요에 기반해 유연하게 맞춰야 되고, 노사 간 뿐만 아니라 노노 간에도 공정한 노동에 대해서는 비슷한 정도의 보상 체계라는 것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사업주, 자본가, 돈 있는 사람을 위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유연성과 공정성, 이와 관련된 노사 법치주의,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 이런 것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잘못된 것을 상식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다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일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미룰 수 없다"며 "속도감 있게 개혁 과제를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업무보고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3년을 공정과 법치를 위한 노동개혁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올해 8월까지 국회에 관련 입법 제출을 목표로, 2월에는 노동시간 유연화, 노조 불법행위 근절,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입법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상기하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그것이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가 안 됐다"며 "여가부가 존속되는 동안에는 그러한 철학과 원칙에서 여성과 청소년과 가족에 대한 국가 보호를 더 튼튼하게 해야 된다"고 했다.

또한 식품의약안전처에는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어떤 불필요한 규제들이 있는지 한번 잘 살펴달라"며 "우리가 바이오산업을 키워야 된다고 하는데, 많은 규제 그물을 쳐서는 바이오산업을 키울 수가 없다"고 했다. 규제 간소화를 통해 "바이오산업을 더 키울 수 있는 쪽으로 간다면 고소득 양질의 일자리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질병관리청에는 "오로지 국민의 건강과 안전만 생각하지, 거기에는 외교도, 경제통상도, 정치도 전혀 고려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지금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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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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