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112 상황실장, 참사 당일 '언론응대' 위해 상황실 비웠다

참사 파악 못한 채 "인파 인도로 올려라"…112 신고 쏟아지는데 '부적절 지시'

용산경찰서 112 치안종합상황실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8시부터 기자단 응대를 위해 현장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실장은 참사 당일 접수된 신고에 대한 현장 책임자였지만 참사 직전 가장 위험했던 순간인 "22시 23분부터 22시 35분까지 무전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윤 의원은 "(이태원 현장에서 압사 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들어온 가운데, 용산서에서는 (인파를) 인도로만 올리기 바빴다"라며 "그 지시를 한 사람이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 치안종합상황실장"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단 응대를 위해 상황실을 비운 송 실장이 참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부적절한 지시로 일관했다는 게 윤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청문회에서 윤 의원이 공개한 용산경찰서 무전망 녹취록을 살펴보면, 송 실장은 지난해 10월 29일 당일에 8회에 걸친 무전에서 "인파 차도로 나오는 거, 인도 위로 올려 달라"거나 "(차도로 나온 인파를 인도로) 올리고 있다"는 등 당일 현장 상황과 어긋나는 지시 및 보고를 남겼다.

송 실장이 해당 내용의 무전을 보낸 시간은 당일 오후 7시 5분경, 7시 59분경, 8시 48분경, 8시 50분경, 9시 10분경, 9시 22분경, 9시 23분경, 9시 26분경으로 "사람들이 압사 당할 것 같다"는 등의 112 신고가 접수되던 때였다.

윤 의원에 따르면 당시 송 실장은 상황실을 벗어나 이태원 인근에 외출한 상태였다. 이날 윤 의원은 '핼러윈 주말 관련 용산서 동행취재'라는 제목의 경찰청 출입기자단 주말 동행취재 공지 문자를 공개했다.

해당 문자엔 기자단 동행취재 일정이 "10월 29일 20시부터 약 2시간 예정"이며 "정문 앞으로 모이시면 용산서 112 실장이 응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응대 담당자인 '언론창구'가 "용산서 112실장 경정 송병주"라고도 명시돼 있었다.

윤 의원은 해당 언론응대 활동이 "서울청 출입기자단이 서울청 홍보 담당자에게 요청하고, 서울청 홍보 담당관이 용산서에 요청한 것"이라며 "용산서를 총괄하던 상황실장을 기자단으로 보낸 것이 이임재 증인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임재 용산서장은 "아니다"라며 "지시를 누가 내린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송병주 실장이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지시자가 누구인지는 질의를 통해 밝혀지지 못했다.

윤 의원은 "이 자료들이 뜻하는 바는 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 경찰은 죽었다는 것"이라며 "오늘 출석하지 않은 송병주 실장은 반드시 고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빨간 목도리를 한 유가족들이 방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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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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