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두고 선거법 개정 논의 불붙나…尹 "중대선거구제 필요"

국회의장 "전원위 열자"…초당적 정치개혁 모임도 활발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선거법 개정을 위한 전원위원회 개최를 제안했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선거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개의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제도다. 현재는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사표(死票)가 많은 탓에 승자독식 구조를 강화하고 지역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소선거구제에 대해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TV 토론 당시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정치하기 전부터도 선호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에서는 김진표 의장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 의장은 선거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 299명 전원이 심사하는 전원위원회(국회법 63조의2)를 열자는 제안을 최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지난달 26일 남인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여야 특위 위원들을 공관에 초대해 만찬을 하며 "총선 1년 전인 2023년 4월(법정기한)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2월까지 각 당에선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해 달라. 이후에는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어 논의해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후 5월부터는 개헌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위는 각종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거나 위원회가 제안한 의안 가운데 '정부조직에 관한 법률안' 이나 '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률안'에 대해 의원 전원이 다시 한번 심사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로, 지난 2003년 이라크 파병 논의를 위해 열린 바 있다(☞관련기사 : 국회 '파병' 관련 전원위원회 소집). 선거법 개정을 위한 전원위가 개최된다면 20년 만에 열리는 셈이다.

선거법 개정과 함께 또 하나의 해묵은 과제인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에 대한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전날 신년사를 통해 "본격적인 개헌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보수진영에서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개헌 요구 대열에 가세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1일 <이데일리>와 한 신년 인터뷰에서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후 대부분의 대통령이 실패하고 문제를 드러냈다"며 "이제는 대통령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서 선출하는 고도의 정치적 능력을 갖춘 총리가 국정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국민은 국가원수 역할을 하는 대통령을 뽑으면 된다"면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할 것을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오는 2024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모르겠지만 만약 여소야대 상황이 계속되면 개헌 논의에 불이 붙을 수 있다"면서 개헌의 최적 시기로 '내년 총선 이후'를 제시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선거법 또는 헌법 개정을 포괄하는 '정치 개혁'에 대해 어느 정도 여론이 형성돼가고 있다.강민국·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김영배·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 주최한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첫 토론회를 연 이후 광주와 대구 등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며 승자독식 정치 구도 극복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3개월 새 참여 인원도 4명에서 5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다른 모임인 '정치개혁 2050'은 민주당 이탄희·전용기 의원·이동학 전 최고위원, 국민의힘 김용태 전 최고위원·천하람 혁신위원·최재민 강원도의원, 정의당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문정은 광주시당위원장,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젊은 정치인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에서 '때가 됐다'는 요구들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장벽은 높다. 호남‧영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저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는 데다 국민에 대한 설득도 관건이다.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선거법 개정, 개헌 논의가 자칫 기득권 나눠먹기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중대선거구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다. 장단점들이 있다"면서 "장점으로는 소수 정당의 진출 가능, 신인 (정치인의) 진출 용이, 이런 주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득권, 소위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들만의 장이 될 수도 있어 사실 신인의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장단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당 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이날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26~27일 전국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선거제 개편이나 개헌 등 제도 개선보다 기존 틀 내의 협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이념 갈등 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방안으로 △대통령과 여당, 야당의 상호 존중과 협치 강화(41.0%)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강성 지지층 외에 다양한 지지층을 포용하려는 정당의 노력(21.9%)이었다. △거대 양당제를 다당제로 바꾸기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18.8%) △대통령 중심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9.9%)은 후순위였다.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서 한국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4배에서 5배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가스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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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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