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신년사 노동개혁? "일 더 많이 시키고, 임금 더 적게 주겠다는 것"

'노동시장 유연화' 주장에 노동계 반발 "원청갑질 금지가 최우선 '공정' 과제"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 기조 등을 다시 한번 주창한 가운데, 노동계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을 '과로사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노동법률지원 단체 직장갑질119는 1일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노사법치주의 등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노동개혁 3대 과제'에 대한 반박문을 게시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같은 날 오전 신년사 발표에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勞勞)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며, "노사 법치주의"를 통해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먼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주52시간 상한제를 주90시간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을 '과로사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이 이미 OECD 국가 중에서 최장 노동시간을 일하는 나라이고, 1년에 200명 넘는 노동자가 직장에서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나라"라면서 2023년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닌) 포괄임금제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불법 강제 야근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까지 확대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강제하는 장치" 등을 통해 과도한 추가근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직장갑질119 측은 개편안 상 "첫째 날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첫날 24시간 중 의무 휴게시간 2시간 30분을 제외한 21시간 30분을 일하고, 2~7일 차에 매일 11시간 30분씩 근무한 것으로 계산하면 1주 최대 90시간 30분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직장갑질119 측이 발표한 '근로시간 관련 제보 279건 분석결과'에 따르면. 주 80시간을 넘기는 '초장시간 노동 사례'가 주52시간제 체제에서도 다수 확인됐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시장 내) '갑 오브 갑'인 원청 갑질을 금지시키는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2, 3조를 개정하는 것"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말한 '이중구조 개선'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에 상정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연내 통과가 무산됐다.

원청의 갑질을 노조의 견제도 없이 가능하게 하는 작금의 '간접고용 구조'는 국내 노동시장의 핵심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원청회사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심각하다'는 응답이 87.6%로 나타났다. '하청노동자가 받는 처우에 대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정당하지 않다'는 응답이 89.6%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마지막으로 '노사법치주의'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동현장의 갑은 회사이고, 갑 중의 갑은 원청회사"라며 "회사의 갑질, 원청의 '초'갑질을 법치주의로 처벌하는 것이 바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노조법과 근로기준법 등으론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하청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을 위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윤석열 정부는 (노사법치주의에 대한)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라는 것이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신년사 속 노동개혁 발언을 비판했다.

이들은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해 포장한다 해도 노동시장 유연화는 시장을 핑계로 경영,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마음대로 해고하고 더 많이 일 시키고 더 적게 임금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개혁을 빙자한 개악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수긍하고 동의할까" 되물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던 중 민주당사 입구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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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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