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안철수 한심해…바뀐 룰에 그냥 순응?"

"'윤심의 힘', '도로 한나라당'으로 되돌리는 폭거…尹 '공정과 상식'과 거꾸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당권 경쟁자 안철수 의원에 대해 "한심하다"고 직격했다. 당원투표 비중을 100%로 확대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에 대해 비판적 문제의식 없이 "그냥 적응해서 '바뀐 룰로 해도 내가 1등이다'라는 얘기만 한다"며 "이렇게 문제의식과 철학이 없어서 어떻게 당대표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2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전날 대구를 찾아 '바뀐 룰로도 내가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한 데 대해 "당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퇴행적인, 보수정당의 역사를 20년 거꾸로 돌리는 일을 하는데, 저를 포함한 잠재적 후보들이 분개하지 않고 '나는 바뀐 룰에 그냥 적응해서 바뀐 룰로 해도 내가 1등이다'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한심하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당이 처한 상황, 또 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대해서 응답하는 게 정치인이 하는 일 아니냐"며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의식이 없고 '바뀐 룰에 내가 잘 순응해서 하겠다', 당이 가는 방향에 대해 이렇게 문제의식과 철학이 없어서 어떻게 당 대표를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또 안 의원이 '안철수·유승민을 비윤(非윤석열)으로 한데 묶지 말라'고 했던 데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나 윤핵관들한테 좀 예쁘게 보이려고 저러는 거 아닌가 싶다"고 일축했다.

친윤계 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이 '축구선수가 경기규칙 변경에 대해 왈가왈부하느냐'고 자신과 안 의원 등 룰 변경에 비판적이었던 이들을 저격한 데 대해 유 전 의원은 "월드컵 개최 두 달 전에 이렇게 룰을 바꾸는 그런 FIFA가 어디 있느냐"며 "비대위에서 군사작전하듯이 일방적으로 방망이 두드리는 게 전부 자기들 공천에 대한 공포, 두려움 때문인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룰에 대해서 한 마디 문제의식도 없는 그런 당 대표가 과연 국민의힘 대표가 되는 게 맞느냐. 오히려 당원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될 문제"라고 반박했다.

다만 유 전 의원도 룰 변경은 이미 기정사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인 듯 "선수가 룰이 결정되면 당연히 따라야죠. 저도 따라야죠"라며 "이제 룰이 바뀌었으니까, 제가 뭐라고 그래도 룰은 바뀌니까 바뀐 룰에서 결국 중요한 건 당원들 마음이다. 총선만 보시고 선택을 해 달라, (당원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당원들께서 그냥 윤핵관들이 시키는 대로 투표를 하시면 제가 상당히 불리할 것"이라며 "그런데 당원들께서 '누가 대표가 돼야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한테, 특히 가장 중요한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느냐'를 생각하시면 제가 1위를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뀐 룰에서 1등 할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다"며 "국민들께서 지난 몇 달간 계속 여론조사에서 제가 민심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는 걸 보셨다. 민심에서 앞서고 있다는 건 그 사람이 그만큼 총선 본선에 가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고, 제가 그런 점에 호소하면 무난하게 1등 하지 않을까, 결선투표도 필요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전당대회 시기도 안 정해졌고, 제가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고 있다"며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결단하겠다"고만 했다.

"尹대통령, 1인 독재 사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자기 사람 심으려 해"

유 전 의원은 이날도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렇게 전격적으로 기습적으로 군사작전 하듯이 할 줄은 몰랐다"며 "저를 어떻게든 떨어뜨리려고 저렇게까지 무리를 하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국민의힘이라고 적어놓고 당원의 힘이 돼버렸다", "당이 18년 이전으로 '도로 한나라당'이 돼버린 것", "역사의 시계를 19년 전으로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적인 폭거" 등 날선 말도 나왔다. 그는 "그나마 30% 민심을 (반영)하는 것도 완전히 없애버리는 당인데 이게 어떻게 국민의힘이냐. 윤심의 힘이고 당원의 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 "결선투표는 (의도가) 뻔하다. 제가 만약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 2위 후보가 만약 윤 대통령이 미는 후보라면 나머지 3위 이하의 표를 또 다 모아 2위한테 줘서 그걸 한번 뒤집어보려고 결선투표제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선투표제라는 게 민주주의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과반수 이상을 획득한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 대통령 선거에서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전당대회를 불과 두 달 앞두고 누구를 시키고 누구를 안 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것은 윤 대통령께서 맨날 말씀하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하고는 완전히 180도 거꾸로 가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이번의 폭거, 폭주는 윤 대통령이 뒤에서 지휘감독을 하고 오더를 내리고 윤핵관들이 완장을 차고 앞장서서 저지르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왜 이렇게 1인 독재 사당을 만들려고 하겠느냐. 그건 당을 100% 장악해서 총선에서 자기 사람, 윤석열 사람을 심기 위한 것이다. 그게 사당화"라고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당 소속 의원들이) '우리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공천권을 100% 갖는구나. 그러면 내 공천은 어떻게 될까', 그래서 지금 속으로는 이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못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이 언제 이렇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비슷하게 찍소리도 못하는 정당이 됐느냐. 저는 정말 한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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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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