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 개편안의 취지에 대해 "건강보험 제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다른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걸 없애고 우리 보험제도를 정의롭게 다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국민 패널' 100명과 진행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90대 노모를 모시고 있는 60대 여성이 '건강보험 혜택은 줄고 보험료는 오르는 건가'라고 우려 섞인 질문을 하자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 건강보험 적용 범위 축소 등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건강보험 개편 방향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누구나 몸이 좀 이상할 때 아무 때나 병원에 가서 내가 원하는 모든 진료를 다 받게 하는 게 (건강보험의) 목적이 아니고, 나와 우리 가족 중에 정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돈 걱정 하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가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제도를 본래 취지대로 '정상화'시키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어떤 분은 소위 '의료 쇼핑'이라고 해서 1년에 병원을 수천 번 다니는 분이 있다. 직장 일로 바쁜 분들 같으면 도저히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라며 "고가 MRI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사 평가를 제대로 해서 보험 가입자들이 공평하게 중증질환, 필수 의료에 대해서 제대로 지원받게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가 접촉사고 때 얼마 안 되는 돈 물어주는데 쓰려고 보험 가입하지는 않는다. 내 소득이나 재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인적·물적 피해를 냈을 때 그걸 감당하기 위해 보험 드는 거 아니겠나"라며 "건강보험도 가장 중요한 건 고비용이 들어가는 중증질환을 내 소득이나 자산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중증질환에 대한 필수 의료를 제대로 받고 또 국가에서 제대로 해주기 위해서 이런 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중증질환에 대한 필수 의료 지원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과잉진료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 활동에 있어서도 경영 판단의 원칙이라는 게 있지 않나. 비즈니스 저지먼트 룰(business judgement rule)"이라며 "일정한 원칙에 따라서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고 더 이상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아야 원만한 기업 활동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사가 판단해서 '이런 진료가 필요하고 고가의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건 존중해야 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메디컬 저지먼트 룰(medical judgement rule)이라고 하는 원칙을 수립해서, 정상적인 의료 판단에 따라 처치한 것까지 저희가 과잉진료라고 해서 칼질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심사 평가에 있어서 전문성과 자료 축적이 이뤄지고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효과적인 이의 절차 제도도 잘 만들어서 국민들이 건강보험 재정이 국민들 모두에게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정부가 잘 설계하고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필수의료, 중증의료 서비스는 그대로 지원하겠다. 다만 의료 남용이나 자격 도용은 방지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건 건강보험 역할 축소가 아니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정부의 노인 복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선진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노인 공동주택을 많이 개발해야겠다"며 "양로원·요양원 개념이 아니고 노인 친화형, 세대 융합형 공동주택으로 의료·문화생활도 함께할 수 있게 하겠다. 그렇게 해야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려고 해도 효과적으로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복지 분야에 대해 "약자에게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기초연금 40만 원, 생계급여 기준중위소득 35%까지 확대 등 필요한 곳을 두텁게 지원하는 맞춤형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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