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필요하다면서 … 차별금지법 토론조차 거부한 국민의힘

법사위 '차별금지법' 논의 제안에 국힘 의원들 전원 퇴장 … 5월 공청회 이어 두 번째 보이콧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번번이 무산돼온 차별금지법 논의에 다시 불을 댔다. 차별금지법의 법사위 안건 상정에 반대해온 국민의힘 측 의원들은 '의견청취 및 질의응답이라도 진행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측 제안에 반발해 전원 퇴장했다.

지난 6일,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동민 소위원장의 주도 아래 예정돼 있던 안건 논의를 마친 후 정식 안건이 아닌 토론 형식의 차별금지법 논의를 진행했다. 차별금지법의 법사위 안건 상정은 앞서 지난 5일 국민의힘 측 반대로 최종 무산된 상태였다.

다만 기 소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측 의원들은 △당일 1소위에 법무부 차관 및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등 관련자들이 출석한 상황이며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지난 2007년 이후 15년 동안 국회를 표류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직권을 통해 정식 안건 상정이 아닌 토론회 형태로 차별금지법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기 소위원장은 해당 논의가 "상정된 정식 안건은 아니"라고 명확히 하면서 "(관련부처의) 의견을 듣는 취지"라 밝혔지만, 국민의힘 측 정점식, 유상범, 장동혁 의원 3인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토론회를 개최한 데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며 전원 퇴장했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 또한 회의장을 떠났다.

이에 이날 토론엔 권인숙, 박주민,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측 법사위원들만이 남아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차별금지법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1소위가 마무리된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글을 올린 권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토론에 참여조차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이날 토론을 통해 "평등법 관련한 오해들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왼쪽부터), 박주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1월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차별금지법 관련 논의에서 박 사무총장 등은 △종교활동은 평등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차별 행위가 형사처벌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 △평등법은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는 점 △인권위 및 일반 여론조사 기관들의 설문조사에서 평등법 제정에 대한 과반 이상의 찬성이 집계되고 있다는 점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는 앞서 지난 5월 25일 법안1소위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법사위 공청회'에서도 이미 개진된 의견들이다. 당시엔 김종훈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회장사제,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변호사,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등이 공청회 진술인으로 참여해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오해와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진술했다.

다만 공청회 당시에도 국민의힘 측 의원들은 보이콧을 선언,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처음 발의된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열린 해당 공청회 또한 '반쪽'짜리 공청회로 남았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6일 저녁 논평을 내고 "(지난 5월의) 공청회는 사전에 이미 개최에 대한 계획서도 소위를 통과하였으나 국민의힘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날 자리에도 전원 불참한 바 있다"며 "국민의힘이 말하는 절차라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의힘이 진정 마뜩찮아 하는 것이 절차가 맞는가" 꼬집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 자체에 나서지 않는 국민의힘 측의 태도가, 매번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해온 자당의 논리와도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비겁하게 차별금지법 논의의 장을 여는 것조차 틀어막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민주주의 기본인 토론을 거부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엔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10인이 지난 2020년 6월 29일 발의한 '차별금지법안',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4인이 2021년 6월 16일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13인이 같은 해 8월 9일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 권인숙 민주당 의원 등 17인이 같은 해 8월 31일 발의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 등 4개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지난 2009년 유엔(UN) 사회권규약위원회의 제정 권고를 시작으로 국제인권기구 또한 한국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으론 지난해 12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권고에 이어 지난달 22일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도 국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지지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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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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