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여성대회 축사서 "역사의 주인공은 우리 어머니요 누이들"

김현숙은 여성부 폐지 간접 언급…"여성정책 한계 극복 위해 정부 조직 변화 도모"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여성대회 축사에서 "오늘날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역사를 일궈낸 주인공은 우리 어머니요 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여성을 '어머니·누이'로 호칭한 것은 여성의 주체성과 권리 보장이라는 여성대회 취지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같은 행사에서 "정부조직 형태의 변화" 즉 여성가족부 폐지를 간접 언급하기도 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30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주최한 '제57회 전국여성대회 기념식' 축사에서 "어려운 시절 우리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든 역할에 소홀함이 없었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일궈낸 주인공은 우리 어머니요 누이들이었다"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젠더·이념·세대 갈등이 깊어지며 위기를 극복하는 힘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절실히 필요한 건 여성의 힘이다. 우리 사회 갈등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여성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잠재력은 절반밖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젠더 갈등'이라는 표현도 눈길을 끌었다.

김현숙 장관은 축사에서 "우리 사회는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 우려와 함께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인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 1인 가구의 출현, 다문화 가족 증가로 인한 가족형태 인식 변화 등 그동안 겪지 못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에 정부는 기존 여성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면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부조직 형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부 폐지를 "정부조직 형태 변화"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김 장관은 "허명 전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께서 '새 정부의 여성 정책을 지지한다'고 해주신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출산·양육·아동·청소년·노인 등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종합적 가족정책 서비스 집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조직을 일원화해 분절적인 서비스 지원체계를 극복하고 국민께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이재명 대표는 '젠더 갈등'이란 표현 대신 "성차별"이라는 말로 문제의식을 명확히 했다. 이 대표는 "사회 각 분야에 불평등이 참 많다. 계층별, 지역별로 각종 차별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마 가장 오래되고 가장 구조적이고 가장 뿌리깊은 차별이 성차별이란 생각이 든다"며 "이 차별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할 만큼 심각하다. 인식하지 못하기에 더 심각하고, 인식하지 못하기에 개선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우리 모두가 합의한 헌법의 핵심적 가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행복하게 사는 공동체와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인데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모든 국민이 진정으로 공정하게, 자유롭게, 평등하게 대우받고 기회를 누리며 살고 있지 않다"며 "아이는 당연히 어머니가, 여성이 키우는 거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이 육아를 '독박'쓰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유리 천장'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당연히 남성의 역할은 이것, 여성의 역할은 이것'이라고 나누기도 한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성적 폭력의 희생물로 삼는 현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이고 뿌리깊고 오래된 성차별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며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려도 반드시 불식시켜야 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신체적 약자임을 이유로 한 여성에 대한 폭력 범죄도 정말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고 신속하고 확실하게 피해를 복구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57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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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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