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준비 이주노동자 "400~500명 사망"…고위 인사 발언

기존 '40명 사망' 주장과 배치…조직위 쪽 "전체 업무 관련 사망자 수" 해명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숨진 이주 노동자 규모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 수가 "400~5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 고위 인사의 발언이 나왔다.

미 CNN 방송은 29일(현지시각) 하산 알타와디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영국 토크TV 에서 방영된 유명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관련 이주 노동자 사망자 수를 묻는 질문에 "약 400명 가량, 400~500명 사이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숫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논의된 적은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알타와디 사무총장은 "적어도 우리가 책임지고 있는 월드컵 현장에선 매년 보건 및 안전 기준이 향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카타르 쪽에서 주장해 온 월드컵 관련 이주 노동자 사망 규모보다 훨씬 큰 것이다. 카타르 쪽은 지금까지 3명의 이주노동자가 업무와 연관해 숨졌고 37명이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원인으로 숨졌다고 주장해 왔다. 

이후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인 최고유산전달위원회(SC) 쪽은 이전에 제시한 사망자 수치를 정정하지 않은 채 알타와디 사무총장이 제시한 사망자 수는 "2014~2020년 카타르 전역에 걸친 국적을 불문한 전체 업무 관련 사망자 수(414명)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알타와디 사무총장의 인터뷰를 두고 런던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페어스퀘어의 니콜라스 맥기한 창립 이사가 "이는 노동자 사망 문제에 대한 카타르의 용납할 수 없는 투명성 부족의 최근 사례일 뿐"이라며 "우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발표되는 애매한 수치가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통한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피파와 카타르는 이 노동자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그리고 유족들이 보상을 받았는지에 대해 여전히 대답할 질문이 많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가디언>은 지난 10년 간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출신 이주 노동자 650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인구 300만 명 중 200만 명은 이주 노동자로 이 중 대부분이 아시아 국가에서 이주한 남성들이다. 2010년 월드컵 개최 확정 뒤 카타르에선 경기장 7곳과 호텔 등이 새로 들어서고 공항, 철도, 도로 등 교통 시설의 대대적 정비가 이뤄지며 대형 건설 공사가 이어졌다. 다만 <가디언> 보도에 관해 카타르 정부 관리는 지난달 CNN에 "6500명은 지난 10년간 모든 이주 노동자 사망 원인을 월드컵에 돌린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외신과 인권단체들은 월드컵 관련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 년에 절반 가까이 평균 기온이 37.7도에 이르는 폭염 속 장시간 근무로 인해 온열 질환을 얻고 숙소 등의 환경이 열악한 것이 노동자 사망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에 더해 노동 현장에서 임금 체불은 물론이고 여권을 압수해 다른 현장으로의 이동과 출국을 막는 행위까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카타르 쪽은 2010~2020년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의 사망 원인 69%를 '자연사'로 집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사인을 자연사로 보는 것은 "유가족에 대한 보상 가능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29일 스티브 콕번 국제앰네스티 경제·사회정의국장은 "월드컵 준비 가정에서 숨진 노동자 수에 대한 지속되는 논쟁은 너무나 많은 유족들이 여전히 진실과 정의를 기다리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이에 대한 "완전한 조사"를 촉구했다.

▲29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카타르 대사관 앞에서 국제앰네스티 회원들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사망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배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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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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