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표팀, 월드컵서 국가 제창 거부로 '히잡 시위' 연대

잉글랜드와 경기 앞두고 국가 연주 때 침묵 지켜…관중석선 '여성·삶·자유' 팻말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이 경기 전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두 달 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이란 관중석에서도 시위 구호가 담긴 팻말이 대거 등장했다.

영국 BBC 방송은 21일(현지시각) 이란 대표팀이 카타르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를 앞두고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경기 시작 전 경기장에 국가 연주곡이 울려 퍼지는 동안 선수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방송은 국가 제창 거부가 이란에서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선수들의 명백한 지지 표시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이날 이란 국영 방송이 국가 제창 장면 중계를 중단하고 화면을 이전에 비췄던 경기장 전경으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란 월드컵 국가대표팀 주장인 에산 하지사피(32)는 도하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숨진 시위 참여자의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우리가 여기(도하) 있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기대대로 상황이 바뀌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란 관중석에서도 반정부 시위의 구호인 "여성, 삶, 자유"를 적은 팻말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이란 여성들도 있었다. BBC는 자사 기자가 이란 관중석을 지나갈 때 여러 명의 관중이 "귀국 때 문제가 될까봐" 익명을 요구하고 사진 촬영을 거부하면서도 "우리 (시위) 이야기를 보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지도 순찰대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시위가 외부의 적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폭력 대응을 지속해 오다 최근 체포된 시위 참여자들에게 사형 선고까지 내렸다. 인권단체들은 보안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4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미 CNN 방송은 당사자와 목격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보안군이 미성년자를 포함해 시위 참여자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1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와의 경기 전에 이란 국가가 나오자 제창하지 않은 채 서 있다. ⓒ신화=연합뉴스
▲21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이란과 잉글랜드 경기 관중석에서 이란 관중들이 반정부 시위 구호인 '여성, 삶, 자유'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