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계좌추적에…이재명 "이런 식으로 털다 보면 계좌 다 닳아 없어지겠다"

"동네 선무당이 굿하듯 꽹과리 쳐가면서…계좌 다 닳아 없어지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자신과 가족의 은행 계좌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이미 재산 신고도 명확하게 했고 출처도 명확하게 밝힌 것인데 이제 와서 마치 문제 있는 것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쇼"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웬만하면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검찰의 창작 능력도 의심되지만 연기력도 형편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가 작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내 계좌나 내 가족 계좌는 얼마든지 확인하라고 공개 발언을 했고 수차례 저와 가족 계좌를 확인했다는 통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집에 계속 쌓이고 있다"면서 "연기력도 엉망인 데다가 이런 식으로 계좌를 털다 보면 계좌가 다 닳아 없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를 해야지 쇼를 해야겠나"라면서 "수사는 밀행, 조용히 해야 하는 게 원칙인데 마치 동네 선무당이 굿하듯 꽹과리 쳐가면서 온 동네 시끄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 목적이 진실 발견이냐, 조작하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제 계좌, 가족 계좌를 조사하는 것은 명확히 밝힌 것처럼 영장 없이 하는 것에 동의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런데 마치 문제 있는 양 쇼하는 것은 검찰 전체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이 대표와 그 가족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을 받아 수년치 금융정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 대표 개인 계좌를 들여다보는 이유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대표와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받은 돈이 이 대표에게까지 흘러갔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3일에는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이었던 A씨를 소환조사했는데,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기한 인물인 A씨는 조사에서 '지난해 6월 도청 5급 공무원인 배모 씨가 이 대표 집에서 현금이 든 종이 가방을 들고 나오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해당 현금과 대장동 사업은 전혀 무관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당 대표 비서실 측은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28일 대선 경선을 위한 선거기탁금, 경선사무실 임차 등 2억7000여만 원의 처리를 위해, 당시 보유하던 현금을 평소 거래하던 도청 농협 계좌에 입금했다"면서 "이 대표는 본인 명의의 농협통장 예금인출, 모친상 조의금 등으로 해당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예금 변동 사실을 포함한 해당 현금 보유사실은 2020년 2021년 재산신고하여 공직자재산신고서에 명시되어 있다"면서 "따라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이라는 검찰의 의혹 제기는 성립 불가능하고 이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처럼 연거푸 대장동과의 연결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이 나서서 이 대표를 방어하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난 23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논쟁을 왜 우리 지도부와 당이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면 '방탄정당'을 만들려는 검찰과 정권의 정치기획에 보조를 맞춰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언급하며 "당시 검찰이 민주당을 조국을 옹호한 부도덕한 정당으로 몰고 가 적어도 절반의 국민들은 거기에 수긍을 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조응천, 박용진 등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사과 내지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24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도자급 정치지도자는 최측근 혹은 가족의 구속이나 스캔들에 대해 유감 표명을 통해 책임을 밝혀왔다"며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같은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중용한 사람이 누군가. 그런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긴 것부터 이 대표가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며 반발 여론을 뒷받침했다.

당 안팎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도 유감 표명 타이밍을 재고 있는 모양새다. 당 내 친(親)이재명계 좌장 격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2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성급하게 유감 표시하는 것보다는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결국 이 대표 본인을 피의자로 지목하고도 수사를 할 거 아니겠나. 그렇다고 하면 그 당시 그런 상황쯤에서는 적절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밝혀 이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유감 표명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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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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