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서방의 러시아와 협상 압력은 항복 요구…기괴하다"

젤렌스키, 러시아군 철수 등 10대 조건 제시…"전쟁 수년 지속된다" 우울한 전망도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이 현 시점에서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설득하려는 서방의 시도에 대해 "사실상 항복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기괴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시그널을 서방 국가들로부터 전달받았다"며 러시아에 공개 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푸틴과의 공개 협상"에 대해선 거부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은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탈환하는 등 전세가 러시아에게 불리해진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이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보좌관 "러시아로부터 직접 협상 제안 받은 바 없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수석 보좌관 미하일로 포돌라크는 우크라이나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때, '어차피 군사적 수단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없을 것이며 협상이 필요하다'와 같은 제안을 받는 것은 약간 이상하다"며 서방의 압력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언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탈환하는 등 최근 몇주간 러시아의 군사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푸틴의 집착"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하자는 주장에 대해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압박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여전히 러시아가 믿을 만한 파트너일 때 전쟁 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로부터 협상과 관련된 어떤 직접적인 제안도 없었다"며 평화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어떠한 제안도 믿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그는 협상 제안이 "러시아 부대가 재편성을 하기 위한 시간 끌기"일 가능성에 대해 의심했다.

젤렌스키, 10개 평화협상 조건 제시…러시아 수용 가능성은 희박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국제회의 연설에서 러시아군 철수와 적대행위 중단, 포로 석방 등 10개의 협상 조건을 제시했지만 러시아가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젤렌스키가 이날 프랑스어권 국제기구회의(OIF) 연설에서 제시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군 철수와 적대행위 중단 △포로 석방 △핵 안전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유엔 헌장 이행  △정의 회복 △환경 파괴 대처 △긴장 고조 예방 △종전 공고화

우크라이나는 그간 러시아와의 평화가 가능해지려면 양국이 옛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의 국경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점령한 4개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뿐아니라 지난 2014년부터 점령하고 있던 크림반도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러시아가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수용하기 힘든 요구다.

젤렌스키는 또 러시아에 포로로 붙잡혀 있는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을 석방시키기 위한 전면적 포로 교환과 휴전이 성사될 경우 러시아의 추가적인 적대행위나 긴장 고조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밖에도 러시아가 현재 장악하고 있는 자포리자에 있는 핵발전소에서 러시아군의 철수, 전쟁을 통해 러시아가 무력화시킨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수출과 곡물 수출에 대한 안전 보장, 전쟁을 통해 파괴된 우크라이나 내 산림과 생태계 복원 비용에 대한 러시아의 보상 등을 요구 조건으로 담았다.

또 유엔 헌장 이행과 정의 회복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가 유엔 헌장에 대한 위반이라는 사실 뿐아니라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등 전쟁 범죄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은 러시아가 동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에서 평화협상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지 않다.

미어샤이머 교수 "교착 상태 수년간 지속되며 전쟁 계속" 전망

세계적 석학이며 국제정치학에서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을 발전시킨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17일 한국일보가 주최한 '2022 코라시아포럼'에서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에게 매력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교착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며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물러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푸틴의 후임자가 푸틴만큼 강경하거나 매파적이라는 증거가 많다. 오히려 더 강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핵전쟁 발생의) 확실한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색이 짙고 미국이 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때 러시아가 핵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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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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